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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삼덩굴 같은 가시풀, 또 나왔네. 지금 잡아주지 않으면 작년 꼴 난다고." 지난해 여름, 풀베기를 잠시 소홀히 한 틈을 타 환삼덩굴이 무성하게 자라 콩 줄기를 칭칭 감아 버렸다. 콩밭이 아니라 아예 가시풀밭이 되었다. 콩을 살려보겠다고 일주일 동안 한여름 태양 볕에서 환삼덩굴을 베는데 콩줄기와 단단히 얽혀 있어 콩줄기까지 베기가 다반사였다. 더구나 제아무리 중무장을 하고 밭에 들어갔어도 가시에 살갗이 긁히는 바람에 '이런 고역이 따로 없구나' 싶어졌다. 가시에 긁힌 자국들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서야 사라지니, 농사꾼이라면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적군 반열에 환삼덩굴을 올려놓는 것도 당연하다. 환삼덩굴은 3월에 자줏빛 긴 떡잎을 올린다. 5월부터 모양을 갖추며 가장자리에서 본밭으로 향할 자세를 하다가, 잡초..
칡넝쿨 칡을 먹던 시절, 아이들 얼굴엔 종종 땟물이 흘렀다. 요즘 아이들처럼 하얗고 발그레한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칡을 잘근 잘근 껌처럼 씹다가 단 물이 다 빠지고 나면 퉤하고 뱉기 일쑤였다. 그때는 칡만큼 좋은 간식거리도 없었다. 어른들은 또 주독을 푸는 명약으로 칡을 먹었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곡물에 버금가는 구황식물로 찾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칡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시들해졌다. 먹을 것도 많아졌고 간식거리도 많아졌으니까. 그러다가 수년 전, 칡즙과 칡술이 붐을 이루면서 칡은 다시 우리 앞에 등장했다. 칡은 이제 옛날 아이들이 껌처럼 즐기던 간식이 아니라 성인들의 점유물이 되었다. 예전에는 칡의 어린순으로 나물을 해 먹거나 쌀과 섞어 칡밥을 지어 먹었다. 칡뿌리는 굵어지면서..
쑥부쟁이 나는 이것들을 '들국화'라고 불렀다. 들에 피는 국화처럼 생겼으니까. 들에 피는 깨는 '들깨'라고 하고, 들에 피는 꽃은 '들꽃'이라고 한다. 촌에서 '들'이란 매일 오가며 보는 그런 곳이다. 들은 늘 우리 곁에 있다. '들판'은 '귀한 장소나 귀한 것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는다. 대개 귀하지 않고 흔한 것, 깨질까 소중하게 다루지 않아도 되는 것들의 터전이다. '야생'이라는 단어의 '야(野)'가 곧 '들'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쑥부쟁이, 구절초, 벌개미취, 개망초, 산국, 감국을 통칭해서 '들국화'라고 불렀다. 국화처럼 생긴 것은 내 눈에 모두 들국화였던 셈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비슷하지 않다. 6월에 한창 피는 개망초는 계란처럼 생겼다고 해서 '계란꽃'이라 불렀지만 '식물도감'을 아무리 찾아보..
까마중 양파를 캐고 나서 배추가 들어가기 전까지, 7~8월의 밭은 잡초들의 잔치터다. 이런 잡초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7월에 한 번 정도 풀을 베어 밭에 두껍게 깔아주고, 8월 초순 또 자란 잡초를 베서 밭에 깔아준다. 며칠이 지나면 잡초줄기가 시들고 누렇게 되면서 마른다. 잡초를 베는 일은 고달프다. 그래서 진저리가 나고 적개심이 솟기도 한다. 하지만 밭에 자란 잡초를 베고 있자면 잡초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벼과 잡초 외에 다양한 잡초가 있기 때문이다. 감자밭이 끝나고 1차로 잡초를 제거하러 갔더니 명아주가 훌쩍 커 있다. 별꽃아재비도 지천이다. 가장자리에 있던 환삼덩굴이 밭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은 환삼덩굴 사이로 뻗어 오른다. 돌콩과 얼치기완두, 그리고 그 사이를..
강아지풀 9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문턱. 눈부신 햇살이 땅에 내려앉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보자. 도시의 아이들을 들녘으로 데리고 가면 선생님을 따라서 줄을 지어 가다가 으레 '와' 하고 뛰어가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강아지 꼬리처럼 하늘거리고 있는 풀이 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풀에 손을 대며 예쁘다거나 강아지 같다고 감탄한다. 씨가 맺혀 무거운 듯 땅으로 숙인 풀의 머리를 간질이며 만져본다. 남자아이들은 풀을 꺾어 여자아이들 뒤로 가서 풀로 목을 간질이기도 한다. 강아지풀은 역시 아이들과 가장 친한 풀이다. 강아지꼬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른다. 강아지풀은 지금도 밭에서 가을햇살에 넘실거린다. 사진을 찍으면 금빛 테두리를 지니는 금빛강아지풀도 있다. 한 여름철에는 연한..
미국자리공 이 풀은 정말 궁금했었는데...찾았다!!!!!! 잎사귀가 원추형인 풀은 담배 잎사귀를 닮았다. 8월을 넘어서면 큼직큼직하게 잎사귀와 줄기가 뻗어나가면서 초록색 열매가 달리고 열매 끝부터 자주색으로 물들어간다. 9월이 되면 밭 가장자리나 길가에 붉은 열매가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탐스럽다.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보다가도 그냥 지나치고 만다. 머루처럼 매달려 있는 것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도 쉽게 받아들이질 못하는데 하물며 밭둑이나 길가에 피는 풀이나 나무 열매는 오죽할까? 그것이 바로 '자리공'이다. 자리공이라고 하지만 실제 미국자리공이 더 많다. 재래자리공은 미국자리공에 밀려나서 쉽게 보기 어렵다. 한국 재래종으로는 '울릉도 섬자리공'이 ..
소리쟁이 도심 보도블록 사이, 벽과 도로 틈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잡초들. 3월 쇠뜨기부터 4월의 소리쟁이, 5월 명아주, 6월의 쇠비름, 7월 닭의장풀, 개여뀌, 방동사니, 개비름, 피, 며느리밑씻개 등 '잡초'들은 연두농장 밭에도 어김없이 넘쳐난다. 봄부터 슬쩍 고개를 내민 이들은 한여름이 되면 번식력이 더욱 왕성해진다. 이런 잡초들은 약용으로 쓰임과 동시에 예로부터 민초들의 반찬 식재로도 사용되었다. 자급했던 시절에는 잡초가 식재가 되고 약초가 되었지만 '돈'이 없으면 굶어죽는 세상이 되면서부터 산과 들에 널려진 풀들은 '잡스런 풀'로 격하되었다. 몸보신을 즐기는 사람들은 잡스러운 풀들이 모두 한약재가 되는 줄도 모르고 돈을 들여 한약을 사 먹는다. '잡초'를 굳이 '돈' 주고 사 먹는 격이다. 밭에 잡초..
명아주 5월이면 명아주가 들판에 나오기 시작한다. 6월이 되면 비름과 명아주가 지천에 깔려 찬거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신바람이 나지만 농장식구들은 풀맬 걱정부터 앞선다. 명아주는 6월경부터 꽃이 핀다. 여름내 작은 꽃송이가 피고지면서 7만 개가 넘는 씨앗을 맺는다. 명아주가 있던 밭이 아예 명아주 밭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명아주는 가을 즈음이면 잎이 붉게 물든다. 명아주는 그 줄기까지 유용하다. 명아주 줄기는 한해살이풀로 16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그래서 명아주 줄기는 지팡이로 사용되곤 한다. 심장마비와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어 노인들이 주로 사용하면서 '청려장'이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명아주를 '홍심리'라고 하는데, 가을 명아주잎이 붉은 심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중국 사람들은 명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