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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쳐디자인/들풀이야기18

닭의장풀 8월 초, 막걸리 안주로 최고 멋들어진 풀이 있다면 바로 '닭의장풀'일 것이다. 밭이나 길가에 대나무처럼 생긴 풀이 자줏빛 꽃을 달고 있다. 닭장 아래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아무데서나 잘 자라 이름도 '닭의장풀'이다. '닭의 밑씻개'라고도 부르는데 잡초로 천시하는 이 풀을 당나라 시인 두보는 수반에 꽂아두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 하면서 감상했다고 한다. 줄기 마디와 잎이 대나무를 연상시키는 '닭의장풀'은 꽃의 모양이 벼슬을 단 닭의 머리를 닮았다. 꽃은 대부분 파란색이지만 더러 분홍 또는 흰색의 꽃잎을 가진 것도 있다. 닭의장풀은 보통 열을 내리는 데 쓴다. 신경통이 있을 때는 그늘에 말린 것을 물에 띄워서 그 물로 목욕을 했다. 열 내림약과 신경통 외에도 동의치료에서는 당뇨, 오줌 내는 약, 염증 .. 2015. 5. 14.
토끼풀 5월 1일은 유례야 어찌 되었든 많은 직장인들이 쉬는 노동절이다. 그 날 나는 연두농장 식구들과 삼삼오오 감자북을 주러 옥길동 밭에 갔다. 토끼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밭이다. 토끼풀을 요즘 아이들은 '클로버'라고 부른다. 토끼풀은 1907년경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온 풀이다. 그 이전에는 한국에 없었던 귀화식물이다. '행운'을 준다는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풀밭을 뒤지던 사춘기 시절도 있었다. 어릴 적에 토끼풀로 목걸이와 팔찌, 반지를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토끼풀 장신구는 어릴 적 여자아이들의 가장 화려한 소품에다가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예쁜 선물 중 하나였으니까. 연한 토끼풀을 한 잎 뜯어서 입에 가져가니 옆에 있.. 2015. 5. 14.
환삼덩굴 같은 가시풀, 또 나왔네. 지금 잡아주지 않으면 작년 꼴 난다고." 지난해 여름, 풀베기를 잠시 소홀히 한 틈을 타 환삼덩굴이 무성하게 자라 콩 줄기를 칭칭 감아 버렸다. 콩밭이 아니라 아예 가시풀밭이 되었다. 콩을 살려보겠다고 일주일 동안 한여름 태양 볕에서 환삼덩굴을 베는데 콩줄기와 단단히 얽혀 있어 콩줄기까지 베기가 다반사였다. 더구나 제아무리 중무장을 하고 밭에 들어갔어도 가시에 살갗이 긁히는 바람에 '이런 고역이 따로 없구나' 싶어졌다. 가시에 긁힌 자국들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되어서야 사라지니, 농사꾼이라면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적군 반열에 환삼덩굴을 올려놓는 것도 당연하다. 환삼덩굴은 3월에 자줏빛 긴 떡잎을 올린다. 5월부터 모양을 갖추며 가장자리에서 본밭으로 향할 자세를 하다가, 잡초.. 2015. 5. 14.
칡넝쿨 칡을 먹던 시절, 아이들 얼굴엔 종종 땟물이 흘렀다. 요즘 아이들처럼 하얗고 발그레한 그런 얼굴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칡을 잘근 잘근 껌처럼 씹다가 단 물이 다 빠지고 나면 퉤하고 뱉기 일쑤였다. 그때는 칡만큼 좋은 간식거리도 없었다. 어른들은 또 주독을 푸는 명약으로 칡을 먹었고,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곡물에 버금가는 구황식물로 찾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칡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시들해졌다. 먹을 것도 많아졌고 간식거리도 많아졌으니까. 그러다가 수년 전, 칡즙과 칡술이 붐을 이루면서 칡은 다시 우리 앞에 등장했다. 칡은 이제 옛날 아이들이 껌처럼 즐기던 간식이 아니라 성인들의 점유물이 되었다. 예전에는 칡의 어린순으로 나물을 해 먹거나 쌀과 섞어 칡밥을 지어 먹었다. 칡뿌리는 굵어지면서.. 2015.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