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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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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그 이후 “엄마 언제 왔어요?”잠에서 깨어난 인태는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봉석씨도 날 보고 긴장을 내려놓았는지 아프기 시작했고 나도 그제야 발바닥 통증이 걷기 힘들 정도라는 것을 인식했다. 명절과 집안행사로 마냥 쉴 수 없는 형편인데도 난 계속 졸았다. 몸은 한국에 돌아왔는데 머리와 마음은 아직 필리핀에 두고 온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난 계속 나를 평가했다. 이번 여행은 목표를 달성 했는지, 현지에 있으면서 일정이 틀어질 때 난 제대로 판단을 한 것인지, 함께 한 친구들과 관계에 있어 내 역할을 잘 한 것인지. 여러 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다시 복잡해 졌다. 또 다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잘 안 풀렸던 게 생각나고, 부족했던 준비가 많이 아쉬웠고, 내 리더십이 의심스러워졌다. 이 교수님을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필리핀 가나안 농군학교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아떼 에이프릴~~"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를 보니 나도 눈물이.ㅠㅠ 2002년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일했던 마리오아저씨, 로드아저씨, 비키아주머니, 그리고 노엘과 그 가족들을 만났다. 그때는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농군학교까지 버스를 여러 번 바꿔 타야 했기에 왕복 14시간씩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나는 농군학교를 갔다. 화산재로 뒤덮인 곳에서 농사짓는 것을 배우고 싶었고 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열심과는 다르게 또 내 기대와는 다른 일들이 생기면서 난 조금씩 멀어졌다. "실험할 때 여기 와서 해~~내가 도와줄게!"말했던 마리오아저씨는 걷기도 힘들만큼 약해지셨다. "이건 왜 이럴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말..
필리핀이 좋은 이유 캠프의 일정을 마치고 우리의 마지막 장소인 가나안으로 가는 길에 창밖을 보며 생각에 잠긴 인표를 보았다. "인표야 무슨 생각해?" "음…….예전에 인도에 갔었을 때는 마음이 참 아팠었어요. 근데 지금은 편안해요. 그냥 여기서 같이 살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 "음…….그건 환경이 아닌 사람이 보여서 그런 거 아닐까? 여기 사람이 좋으니까 여기 환경이 어떠해도 상관없는 거." 인표를 보며 또 나를 본다. 내게 필리핀은 어떤 곳인지. 왜 이리도 아련하고 좋은지. 수많은 태풍을 마주했고, 음식도 안 맞고 여기저기 쓰레기들이 가득한 이곳에 있으면서도 "하루 종일 쓰레기만 주우며 다니면서도 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사람이구나!!!!!! 돈이 있건 없건, 음악을 들으면서 옆에 있는 사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 "타워빌 CAMP Asia" 사단법인 캠프가 있는 타워빌에 도착했다. 20년 만에 이철용목사님을 만났다. 머리가 희끗해 진 것을 빼고는 내 눈에 목사님은 똑같았다. 이곳 타워빌을 찾는 한국 손님들이 참 많아 보였다. 목사님도 좀 피곤해 보였다. 도착하자마다 우리는 타워빌 내 캠프에서 진행되고 있는 3개의 사회적 기업을 만났다.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봉제작업장, 주민들에게 보급하고 있는 숯 화덕 작업장. 그리고 공간은 보지 못했지만, 맛있는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까지. 아직은 한국 사람들의 손길이 있지만, 다른 국제협력기관과는 다르게 현지인들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캠프에서는 참 많은 회의를 하는 것을 보았다. 예전 활동가로 있을 때 역동적인 마을의 활동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했던 말들이 생각났다. “활기 있는 마을 만드는데 ..
CLSU에서의 + (더하기)... 2월 8일 경쾌한 새 소리가 날 잠시 한국에 있는 장수 우리 집으로 또 태국 수코타이에 있는 아리언니네 집을 다녀오게 했다. 다음 여정인 마닐라 인근의 타워빌의 캠프로 옮길 예정이었는데, 숙소가 없어 학교에서 하루를 더 머무르게 되었다. 덕분에 Tamoyo교수님댁에 초대를 받아 필리핀 스낵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여학생 기숙사가 되어버린 예전 대학원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Open house를 즐겼다. 4명이 사용하던 방은 이제 10명의 학생들이 2층 침대를 놓고 사용한단다. 화장실 변기는 새롭게 바뀌었지만, 전체적으로 예전과 다를 바 없었다. 기숙사사감님은 환갑을 넘기신 나이에도 여전히 사감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기숙사생들의 빨래를 맡아 해 주시던 아줌마들 중 가장 막내였던 아주머니가 작은 세..
CLSU에서의 일상 2월 7일 인표와 함께 Old market의 단골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예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는데 달라진 건 이제 음식을 사가려면 통을 들고 갖고 와야 한다고 한다. 학생 때 플라스틱 사용하지 말자며 통을 들고 반찬을 사갔었는데 혼자만의 캠페인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 전교생이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인표와 학교를 다시 산책하며 메추리알로 만든 애그볼을 사먹고 ‘사랑’에 관련된 강의를 듣기위해 기다리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도서관에 들려 낡은 책들을 보니 아무렇지 않게 좋은 책들을 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가 능력만 있으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책들을 갖다 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졌다. 여전히 전산화되지 않은 책 목록의 상자를 보며 오히려..
Central Luzon State University 그렇게 10년 만에 CLSU에 왔다. 10년의 세월과 함께 학교 앞에 2개의 육교, 태양광가로등, 도로 옆으로 자전거 혹은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정리된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2년 전 동문들이 와서 쉴 수 있는 동문 호스텔도 지어졌다. 동문들은 25%할인. 학교의 머무는 동안 우리는 동문 호스텔에 머무르기로 했다. 나의 좋은 친구 Divina교수님이 미리 우리 방을 예약해 주셔서 다행이 행사기간임에도 방을 구할 수 있었다. 6일 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동문행사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내 협력교수였던 Quirino Dela Cruz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날 보고 엄청 반가워하시며 PCC(Philippine Carabao Center)옆에 있는 Mi..
마닐라에서 CLSU로 가는 길 2월 6일 0시 필리핀 마닐라지역 Malate에 있는 Executive plaza hotel도착. 노랑택시를 타려했으나 차가 워낙 작아 큰 하얀색 밴을 이용해 호텔까지 이동했다. 한국에서 제주항공을 이용해 필리핀으로 도착하기까지 정말 기체가 많이도 흔들려 무슨 일 일어나는 거 아닌지 머릿속이 여러 차례 하얗게 되었다. 옆에 앉은 인표와 집, 적정기술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려 했는데……. 순간순간 세월호 생각도 나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인표는 옆에 있어 어떻게 해 보겠는데 저 앞에 있는 혜원이랑 정현 이는 어떠하나? 문이랑 가까우니 먼저 구조되겠지?’하며 혼자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 인표가 사줬던 커피를 비행기 타느라 다 못 마시고 버린 커피도 자꾸 생각나고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