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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필리핀 가나안 농군학교

 

"많이 보고 싶었어요. 아떼 에이프릴~~"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이를 보니 나도 눈물이.ㅠㅠ

2002년 내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가나안농군학교에서 일했던 마리오아저씨, 로드아저씨, 비키아주머니, 그리고 노엘과 그 가족들을 만났다. 그때는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 농군학교까지 버스를 여러 번 바꿔 타야 했기에 왕복 14시간씩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나는 농군학교를 갔다. 화산재로 뒤덮인 곳에서 농사짓는 것을 배우고 싶었고 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내 열심과는 다르게

또 내 기대와는 다른 일들이 생기면서

난 조금씩 멀어졌다.

 

"실험할 때 여기 와서 해~~내가 도와줄게!"말했던 마리오아저씨는 걷기도 힘들만큼 약해지셨다.

"이건 왜 이럴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말을 건네면 뚝딱뚝딱 만들어줬던 로드 아저씨는 내 기억과 같은 모습이셨고, 툴툴이 노엘은 이제 네 아이의 아빠로 트라이시클 운전을 했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 내 기억에 나는 그저 도망치듯 이곳을 떠났었는데 이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내 이름을 기억해주고 살도 많이 쪘다면서 놀리기도 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다고

작별인사를 잘 못하고 가서 미안했다고

언제고 또 다시 만나기를 기대하며

이별을 고한다. 잉앗!!!

 

 

 

지금 필리핀 가나안농군학교에 계신 분들과는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내게 개척자였다면서 "여긴 네 두 번째 고향이잖아. 네가 먼저 우리를 섬겨줬잖아. 이제 네가 뿌린 씨앗을 거두면 되는 거야. 언제든 다시 와. 우린 네 가족이고 여긴 네 집이야!!!!" 라며 내게 말해준다.

이 말을 들으며 내 중심적으로 보고 생각하고 떠났던 어린 시절. 나는 또 운다.

고마워서

감사해서

그리고 많이많이 미안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