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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CLSU에서의 일상

2월 7일

인표와 함께 Old market의 단골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했다. 예전과 동일한 모습이었는데 달라진 건 이제 음식을 사가려면 통을 들고 갖고 와야 한다고 한다. 학생 때 플라스틱 사용하지 말자며 통을 들고 반찬을 사갔었는데 혼자만의 캠페인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제 전교생이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니 정말 신기했다. 인표와 학교를 다시 산책하며 메추리알로 만든 애그볼을 사먹고 ‘사랑’에 관련된 강의를 듣기위해 기다리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도서관에 들려 낡은 책들을 보니 아무렇지 않게 좋은 책들을 버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났다. 내가 능력만 있으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책들을 갖다 주고 싶은 마음도 간절해졌다. 여전히 전산화되지 않은 책 목록의 상자를 보며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

 

 

 

라리가족과 인사를 나누고 Divina 교수님과 점심을 먹었다. 학교에서 San Jose로 가는 길에 있는 깔끔한 식당. 아주 깔끔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식탁을 가득 채웠고 혜원, 인표, 정현이 모두 음식을 맛있게도 잘 먹었다. 현지음식을 잘 먹는 사람들과 여행을 다니는 건 정말 편하고 좋은 일이다. Divina 교수님도 10년 전에는 대학원학장을 하는 등 학교 안에서 참 많은 역할을 하셨는데, 이제 은퇴를 앞두고 기후변화의 한 대안으로 유기농업을 하는 것을 지향하며 각 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제자들과 국제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신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에서 적절히 자리 잡지 못한 내가 야속하기만 했다.

 

 

 

 

저녁일정으로 자전거하이킹을 하며 학교를 둘러보려 했는데, 자전거 상태가 안 좋다. 브레이크가 고장이 나거나, 안장이 없거나, 기어가 망가지거나. 저렴하게 4대를 빌리기는 했지만, 자전거를 타는 자체가 너무 힘들어 우리는 첫날 갔던 커피집에서 시원한 커피한잔 마시고 돌아오는 걸로 하이킹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졸업생 마지막 날 파티에서 먹고, 마시고, 춤추며 긴 밤을 보냈다. 나이와 상관없이 성별 상관없이 그저 함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이 시간이 정말 좋다.

 

 

You know how everyone's always saying seizes the moment? I don't know, I'm kind of thinking. It's the other way around, you know, like the moment sizes us - from the movie "Boyh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