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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Central Luzon State University

 

그렇게 10년 만에 CLSU에 왔다. 10년의 세월과 함께 학교 앞에 2개의 육교, 태양광가로등, 도로 옆으로 자전거 혹은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정리된 공간이 생겼다. 그리고 2년 전 동문들이 와서 쉴 수 있는 동문 호스텔도 지어졌다. 동문들은 25%할인. 학교의 머무는 동안 우리는 동문 호스텔에 머무르기로 했다. 나의 좋은 친구 Divina교수님이 미리 우리 방을 예약해 주셔서 다행이 행사기간임에도 방을 구할 수 있었다.

 

6일 부터 8일까지 진행되는 동문행사에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사무실로 찾아갔다 내 협력교수였던 Quirino Dela Cruz 교수님을 만났다. 교수님은 날 보고 엄청 반가워하시며 PCC(Philippine Carabao Center)옆에 있는 Mika Cram으로 우리를 초대해 주셨다. 달달한 파이와 커피는 우리의 고된 여정을 날려 보내기에 충분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 교수님과 마주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은 마치 커다란 선물을 받은 듯 했다. 예전에도 교수님은 실험할 땅을 구하지 못해 속상해 하는 내게 종자센터 안에 있는 땅의 일부를 씨앗은 공유하는 조건으로 빌려 주었다. 요즘은 학교 근처 연구소 Phil Rice안에 KOPIA한국 판견연구팀과 함께 연구하고 계신단다. 한국도 방문예정이며 은퇴하는 내년에는 학교 내에 CLSU village에 집을 지으실 거라고 하신다. CLSU는 은퇴하는 학교직원들을 위해 땅을 내어준다고 한다. 은퇴와 상관없이 언제고 학교에 오면 만날 수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연락하자고 하신다. 감사하게도.

 

사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CLSU의 최고 장점이다. 학교 안에 교수들이 살고 학생들은 학업이든 학교적응이든 어려운 일이생기면 쉽게 손을 뻗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다시 학교를 거닐자니 또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고, 학우들과 피터지게 토론하고 논쟁하고 논문 쓰고.

 

생각해 보면 12년 전 나는 그 시간을 즐기지 못했다.

대학졸업하고 유학자금을 다 마련하지 못한 채 공부를 시작했다.

부모님은 힘들게 일을 하셨고, 난 서둘러 학위를 마쳐야한다고 내 스스로 아주 심하게 압박했다.

 

그래서 난 자주 아팠고

많이 외로웠고

많이 울었다.

 

매일 기숙사와 강의실만 오고가다 비실거리는 나에게 크리스아저씨가 건강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같이 걷자고 했다. 본격적으로 농업공부를 시작하며 단짝이 된 태국인 아리언니가 체력이 있어야 농사짓는다며 저녁이면 다른 태국학생들과 함께 베드민턴을 가르쳐줬다. 점점 실습이 늘어나면서 태국출신 졸업생이 저렴한 가격에 자전거를 넘겨줬다. 임란오빠가 균형 잡는 걸 가르쳐주고 자전거를 타는 기숙사학생들이 번갈아가며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줬다. 주말이면 왕복 14시간을 투자하며 자원활동 했던 농장 일을 논문준비와 함께 그만두면서 주말에는 테니스를 쳤다. 국제인의 날에는 한복입고 런웨이를 하고 인터넷보고 어설픈 김치를 만들었었다. 즐기는 게 뭔지 모르고 공부만 하던 내게 친구들은 조심스레 다가와 살며시 내 맘을 열어줬다.

 

 

 

매일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으니

가슴이 숨이 막힐 정도로 두근두근

혼자 울고 있으면 가만히 뒤에서 안아줬던 눗 언니도

내 단짝 아리언니도

한결같았던 또이오빠도

나 모르게 게임져주며 간식 사주던 보이도

양아빠가 되어 줬던 크리스아저씨도

돈 한푼없이 학교 내 유휴지에 농사지어 박사까지 마친 임란오빠도 생각나네.

추억에 잠겨있는데 멀리 UP대학에서 박사를 하고 있는 라리와 에이프릴부부가 학교에 오겠다며 연락을 한다. 이들은 9년간 연애하고 지난 2006년에 결혼해서 두 아이를 낳고 예쁜 가족의 모습으로 날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