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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마을

펌]홀로 복지순례 #2. 부산 반송동 느티나무 도서관을 가다

# 참고하면 좋을 자료들

 

'반송사람들', 고창권 저, 산지니.

'우리시대의 커뮤빌더'(희망제작소 지역희망찾기), 김기현 저, 이매진.

 

반송 희망세상(지역단체) 홈페이지

http://www.sesang.or.kr/hope/main.html

 

송 느티나무 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ntnamu.kr/

 

주민 힘으로 외부시선 턴 ‘반송의 기적'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1116

풀뿌리 자치 불모지 부산에 희망을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1117

 

박원순의 희망탐사(10) - 옆집 아줌마, 앞집 아저씨가 만든 '희망세상', 부산 반송동 사람들

http://www.makehope.org/report/thema/report/view.php?id=136 

 


 

 

#1.

 

2월 25일 오후 1시 10분.

129번 버스를 타고 내린 송운초등학교 앞.

 

고개를 돌리니 느티나무 도서관이 바로 보인다.

 

 

 

오면서 전화드린 김혜정 사무국장님은 잠시 출타중.

 

반송 주민이시자 도서관 사서를 하고 계시는

길수정 사서 선생님께 인사드렸다.

 

저번에 한 번 찾아?던 얼굴이라

기억해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신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궁금해하시기에

백두대간 다녀온 이야기도 말씀드리고

반송은 별 일 없는지 안부를 여쭈었다.

 

새로 나온 '반송사람들(마을신문)'이 마침 있단다.

한 부를 청해 받아왔다.

 

 

 

 

 

반송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

그리고 반송지역에 있는 관련 단체들의 소식이나 정보가 실려있다.

 

저번에 들은 이야기지만

도서관 짓기 전까지는 마을 일에 그닥 관심없으셨던,

마을 주민이었다는 길수정 선생님.

 

아이들 도서관을 지으려고 하기에

뭔가 싶어 궁금했고

하는 일들을 지켜보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는 길수정 선생님.

 

지금도 5살짜리 아들이 어린이집 갔다올 때까지

도서관1층을 든든하게 지키고 계신다.

 

도서관이 지금 마을에서 어떤 공간인 것 같냐는 물음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오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곳이죠.

숨바꼭질도 하고 귀신놀이도 하고, 가면놀이도 하고...

 

놀다 지치거나 위험해서 정 안되겠다 싶을 땐 책도 읽어주고요.

 

그리고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도 맘편히 아이들 데리고 오시다보니

처음엔 쭈뼛쭈뼛 오시다가도

얘기하다보면 서로 고민이며 속사정이 나와요.

 

동네 애들 사정, 어려운 사람 사정 이런 거 잘 모르잖아요.

근데 도서관에 있다보니

한 집 한 집 사정을 잘 알게 되더라고요."

 

"사무국장님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늘 하는 이야기가

'돈 없어서 못 하는 것 없다. 돈은 만들면 되고

 사람이 없으면 만나서 모으면 되고' 이러거든요.

 도서관 지을 때도 공장에 무작정 도와달라 다닌 적도 있고 그래요.

 

물론 그 때 공장하시는 분이 복지(시설)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도서관은 생각하셨던 거랑 달라서 안 되긴 했지만요."

 

 

얘기듣는 도중,

김혜정 사무국장님이 왔다.

 

밝은 하늘색 코트에 검정 목폴라 니트를 입고

저번보다 더 환하고 여유있는 미소로 반겨주셨다.

 

그저 편안하게 앉았을 뿐인데

뭐라도 말씀하셔야겠다 싶으셨는지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를 말씀해주셨다.

 

"97년 대선이 끝났을 때일거에요.

 사실 그 때야 뭐, 지역으로 가야겠다 이런 것도 없었고

 같이 운동하던 선배 중에 믿는 선배 한 명이

 지역으로 들어가야 한다면서,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들어왔죠.

 

 그 때는 사무실도 없었어요. 아무 것도 뭘 할 수가 없었던 거죠.

 고창권의원(반송 희망세상의 초창기 멤버, 지금은 구의원) 병원에서

 사람들을 막 만났어요.

 진료받으러 온 사람들 짬짬이 말 걸고 얘기 나누고...

 

 지역 아주머니들도 그 때부터 만나기 시작했고요.

 결정적으론 아버지, 어머니가 퇴직하실 즈음에

 반송이 땅값이 싸다고 이사가자고 설득했죠.

 그래서 반송으로 온 가족이 이사왔어요.

 

 그 뒤로도 사람들 모인 데 있음 찾아다니고 차 마시고,

 모여 있는데 가서 같이 놀고 막 그랬어요.

 

그런데 동네 아주머니들도 노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늘 놀진 않으니까요.

어느 순간에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 이런 얘기가 나왔어요.

 

 그렇게 처음 시작한 게 마을 벽화 그리기를 시작한거였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일상이 활동이고 활동이 일상이에요.

 

 ...

 

 지역 대중이 회원이 되면서 지역에서 요구되는 일들에 참여를 조금씩 했고요,

 우리가 꼭 막아야겠다 싶은 일이 생기면

 지역에 힘을 행사하기도 했고요.

 

 저희는 회의가 많다보니 학습을 따로 하진 않았는데,

 회의가 곧 학습활동이 됐어요.

 초기엔 그 회의가 너무 많고 힘들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지고 역량이 생겨서 각자 몫을 잘 해내요.

 

 ...

 

 제가 생각하기론, 자기 지역 형편에 맞는 활동이 결국 정착한다고 봐요."

 

 

 

 

 

 

 

#2.

 

말씀을 듣고

반송이 앞으로 어떤 마을이 되길 바라시는지 여쭈었다.

 

"저는 사실 반송이 고향이 아니에요.

 제 고향은 해운대쪽인데,

 사실 생각해보면 고향이란 게 뭔가 애틋한 그런 게 있잖아요.

 어릴 적 추억도 생각나고 그런거요.

 

 그래서 나는 비록 반송이 고향은 아니지만

 '자녀들에게 어떤 고향을 만들어줄 것인가'를 생각해요.

 

 커서 '난 반송 출신이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무엇을 궁리하시는지 여쭈었다.

 

"저는요, 마을에 우리 동네 역사박물관, 우리 마을 미술관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곳이 하나하나 갖춰지면서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반송을 자랑스럽게 여기고요,

 나중에는 다른데서도 배우러 오고, 오고 싶게 만드는 게 꿈이에요."

 

...

 

"사실 지금은 조직이 커지면서 걱정도 있어요.

 예전에는 조직은 작아도 가족같고 그랬는데,

 지금은 조직이 크다보니 일반단체들과 점점 닮아갈까봐 염려되요.

 

 하는 일도 많고 하고픈 일들도 많다보니

 전쟁터 같을 때도 있고요.

 지난 번에 서울에서 수유너머인가? 거기 분이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그 분 가지신 철학에서 배어나오는 여유 이런게 부럽더라고요.

 

 저는 처음에 반송을 내 초소라고 생각했어요.

 왜 군인들은, 한 번 들어가면 초소에서 함부로 못 벗어나잖아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의미보다 저를 지금까지 있게 해준 건

 고창권 의원이나 희망세상 사람들, 반송 주민같이 주변 사람들의 영향 덕분이죠.

 아마 이 분들 안 계셨더라면 전혀 다른 형태였을지도 몰라요.

 

  ...

 

 지금까지는 회원들과 꿈을 나누고 공유하지를 못 했어요.

 앞으로는 더디 가더라도 꿈을 같이 그리고 나누면서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3.

 

지원이한테서 들었던 어린이날 행사가 자세히 듣고 싶었다.

어떻게 그 꿈을 그리게 되었을까 여쭈었다.

 

"어린이날 행사를 원래 부산 전교조와 부산교대에서 하는 곳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다녀오고 나니까, 이런 행사를 반송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저야 아이들 데리고 가고, 부모님 있는 아이들은 같이 가지만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일 하셔서 못 가는 아이들도 함께 했음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동네 아이들이 경제적인 능력에 상관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우리동네만의 특별한 어린이날을 만들어 보자'

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하게 된거죠.

그야말로 발로 뛴거에요.

 

준비하는데만 3개월이 걸렸어요.

당일 전날은 밤도 꼬박 샜고요.

 

그렇게 고생했지만,

당일날 반송 사람들이 많이 오고 거기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졌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다른 활동도 마찬가지였어요.

 

'저기 동네 벽이 너무 황량한데, 빈 벽을 어떻게 채워볼까?'

그러면서 벽화 활동을 한거 거든요.

 

회의에서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수다 떨면서도 나오고

언제 어디서든 막 나와요.

 

...

 

저는 이 활동을 하다보니

보는 눈이 넓어졌어요.

 

그러다보니 내 아이 뿐 아니라 이웃 아이도 보게 되고,

당연히 우리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마을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지역운동 일을 하고 교육복지 일을 하면서

동네 골목이 보이고 아이들, 동네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아, 저기쯤에 작은 공원 있으면 좋겠는데...'

'어? 쟤 지금 태권도 도장 갈 시간인데 어디 가지?'

'저 아저씨 오늘 늦으셨나보네. 뛰어가는 거 보니...'

이렇게 되더라고요."

 

말씀 듣는 중간중간에도

도서관 들어오는 아이들 집안 사정 이야기,

누구 네 갔더니 사정이 안 좋아서

이번에 이야기 좀 해봐야겠다는 말을

 

사무국장님과 사서 선생님은 두 분이서 종종 나누셨다.

 

 

 

#4.

 

보태서 '반송사람들(고창권 저, 산지니)'을 읽으며

배움이 되고 깨우침이 됐던 글귀들을 옮겨 정리한다.

('괄호'는 각 목차의 중제목에 해당하는 제목들이다.)

 


 

#

 

(지역활동의 준비기, 1997년)

 

진료실은 의사와 환자가 만나 질병을 치료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을 이야기나 살아온 이야기까지 서로 나눌 수 있는 마을사랑방 역할도 하였다.

 

...

 

사무실의 사무용품은 부산시내를 수소문하여

각 단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품들을 모았다.

 

책상과 의자, 낡은 소파로 간단히 꾸린 뒤

1998년 3월 사무실을 열었다.

 

 

(생각 한 토막)

사회사업가 사무실의 집기구도

지역사회 주민들 집에 있는 가구 중 안 쓰는 것 얻어 쓰면 어떨까.

사무실이 '사회사업가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들 것처럼 여겨지지 않을까.

  

...

 

(지역활동의 시작, 마을신문 '반송사람들')

 

'반송사람들'은 고발성 기사나 정치적 기사보다는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교육, 문화에 대한 문제,

중요한 마을소식 등을 주로 다루었다.

 

마을에 대한 주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빈 벽에 그리는 희망, 벽화 그리기)

 

벽화2호의 완성은 (중략)

 

벽화의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벽화제작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벽화를 가리키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저기 해님 달님 호랑이를 제가 그렸어요.'

'혹부리 영감 혹은 우리 아빠가 그렸어요.'

벽화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였다.

 

...

 

지역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신이 주체로 나서면, 아니 자신의 손때가 조금이라도 묻어 있다면

조금도 주저함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가르쳐주었다.

(중략)

지역의 모든 활동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활동 주체인 사람의 문제라는 것이다.

 

 

(반사사의 여러가지 모임활동)

 

나래반 - 영화보기와 세상읽기.

 

영화를 좋아하지만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한 편의 영화를 보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주부들이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일상에 찌들어 있다가 한 달에 한 번 탈출하는 날이란 표현처럼

회원들은 신이 났고, 서로 정을 쌓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풍물반

 

대부분 50, 60대 회원들로 열성이 대단했다.

평소에는 무릎도 아프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시던 분들이

풍물소리만 들으면 완전히 달라졌다.

신명이 넘쳐 흘렀고 언제 아팠느냐는 모습으로 펄펄 날아다니셨다.

 

공연할 기회가 되면 마다하지 않고 언제든지 공연장으로 뛰어갔고

숙련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한바탕 신나게 놀면서 배우기도 하였다.

 

 

(새로운 만남과 교양 프로그램 - 다양한 강좌)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린 교실'의 경우는

아침 출근길에 직접 따뜻한 차를 들고 거리로 나가 홍보하기도 하였다.

 

'직장을 나가는 사람들이 새벽에 나가

어두워야 마을에 들어오는데 어떻게 볼 수 있겠느냐,

차라리 직접 만나서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거기에 따뜻한 차를 대접하면 더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여서...

 

(중략)

 

결과보다 어쩌면 이 실천과정에서

우리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활동은 우리 자신을 단련시키고

진정 주민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기 위한 새로운 노력으로 평가될 것이며

직접 참가하지 못했던 회원들도

이 성과를 충분히 함께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놀라버린 어린이날 행사)

 

'어린이날 우리 아이를 어디로 데려갈까?'

 

(이전에 나온 전교조와 부산교대 행사를 다녀오면서)

우리 반송에서도 이런 어린이날 행사를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희망을 말했다.

 

(중략)

 

그러나 믿고 찾아간 한 곳에서 이런 말을 듣기도 하였다.

"고생은 하시는데, 반송에서 반송주민들로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열심히 발품을 들여서 뛴 결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

 

행사내용은 대부분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내용으로 준비하였다.

 

...

 

'제1회 반송 어린이날 놀이 한마당'은 우리에게

무슨 일이든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주민들의 힘을 모으면

못할 것이 없다는 교훈을 가슴속에 새겨주었다.

 

행사에 참가하는 많은 주민들은 푸른 잔디 위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 모습에 흡족해했고

이런 공간을 제공해준 대학을 고맙게 생각했다.

 

(이 대학은 동부산 대학으로 반송 1,2,3동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누구나 쉽게 걸어서 올 수 있을만큼 가깝다)

 

가깝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행사인 반송 어린이 한마당에

많은 주민들이 참여했고

부산 시내 다른 곳에서 우리 행사를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

 

무엇이든 꾸준히 하는 것이 지역활동에서는 매우 중요하며

해를 거듭할 때마다 경험이 축적되면

질적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역활동은 긴 호흡법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주민들과 함께 한 실업극복운동)

 

 

경제위기로 사람들이 잔뜩 움츠려 있을 때

반대로 우리는 일을 벌여나갔다.

 

'이런 분위기에 지역활동을 할 수 있겠느냐?'

'주민들이 관심이라도 가지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앉아서 한숨만 쉬다가 굶어죽겠느냐?

 아니면 사람을 믿고 서로 의지하며 힘을 모아 이겨내겠느냐?

 당신은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며 반문하곤 했다.

 

 

(또 하나의 날개, 좋은 아버지 모임)

 

 

아버지로 불리고 남편으로 소개되는 남성들도 당연히 지역공동체의 주체이다.

단지 직장에 매어있다보니 마음의 여유가 없고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지,

'마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마을의 아버지들은 일단 마음만 잡고 해야겠다고 결심만 하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또한 그들이었다.

 

...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해가 지면

한사람씩(반사사 주부회원의 남편) 만나기 위해

회원들 집을 방문했다.

 

서로 살아온 이야기에서부터

살아가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반사사가 하고 있는 일들을 설명했다.

 

함께 참여하여 우리들이 현재 살고 있고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는 우리 마을을

정말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보자고 권하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때 부정적으로 대답한 분들은 아마 한 분도 없었던 것 같다.

 

한 번으로 못 다한 이야기는

두 번, 세 번 만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

 

마지막으로 '우리시대의 커뮤빌더(김기현 저, 이매진)'에 나오는 반송 이야기 중 한 토막.

 

(김형도 전 희망세상 회장 인터뷰 중)

 

"자기 역할이 없으면 도태되고 역할이 있으면 발전해요.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가 되자 주민자치센터에서

 청소년 선도 방범활동을 했어요.

 한 단체가 한 달에 하루만 나가면 30일동안 지속돼요.

 (중략)

 

 물론 그런다고 사고가 안 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살아 움직이고 활동한다는 것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죠.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것이

 청소년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지요."

 

 

#

 

반송 느티나무 도서관을 찾아간 날이 장날이라

부산 민주공원에 '(가칭)민주시민교육센터 추진위원회 발족식' 초청강연으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오신다며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렇게 저녁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타서 가는 도중에도

 

반송희망세상을 비롯해

지역의 일들을 한 가지는 맡아 하는 평범한 이들의 힘을 느꼈다.

 

"어, 저기 슈퍼있던 덴데 약국 생겼네"

"그러게, 약국이 뭐이리 크노"

 

"저기 슈퍼 요새 10%세일 한다매"

"아 그래? 안 그래도 장 봐야되는데 잘 됐네"

 

동네의 사정, 근황, 소식이 소통되는 이동시간을 느끼며

마을의 희망, 강점을 다시 느꼈다.

 

마을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다.

 

 

#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