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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5월이 주는 단상

5월.
나에게 5월은 최고의 달!이었다. 가장 싱그럽고 가장 아름다운 달이라 여겼다.
게다가 나의 생일이 있기도 하고...
결혼을 한다면 꼭 5월에 하겠다 생각하기도 했었는데...
결혼을 준비하다보니...외국에 살고있는 가장 친한친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한 2월에 했다. (물론 그 친구는 그 이후로 아직 한번도 한국에 오지 않았다. ㅠ.ㅠ 따쉭...오기만 해봐라! 꼬~옥 껴안아줘야지~~~)

나에게 꿈같은 5월이 최근 2년동안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촛불광장

2년전 어제.
사람많은 곳에 가는것을 무지 싫어하는 내가 어쩔 수 없이 광장이라는 곳을 갔다. (사람많은 곳을 언제부터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지만, 보는 것 만으로도 숨이 막혀버린다. 게다가 2002년 한국에 있었던 사람들은 느껴봤을 월드컵응원!때 난 필리핀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살았으니...ㅠ.ㅠ) 빼곡하게 사람들이 모인 곳에 나도 다른이들과 함께 앉아 촛불을 들었다. 물론 이 촛불모임이 지니는 의미는 충분히 공감하고 또 분통터지기에 광장에 나오긴 했지만서도... 집중이 잘 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게다가 토요일이라 결혼식을 다녀온 터라 신발, 복장 다 불편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다같이 걸어가자고 한다. 좀 당황하긴 했지만, 나도 함께 걸었다. 그런데, 대열들이 조금씩 흩어지는 것같고, 선배들을 따라서 발길을 옮기다보니 길을 막고 서 있는 경찰들과 마주하는 가장 앞열에 와 버렸다. 길을 비키라는 시민들과 길을 막고있는 경찰들. 원래 내 성격상 큰소리가 오고가는 현장에 있기만해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지금 이 상황은 길을 무조건 막고있는 경찰들이 이해되지 않아 항의하는 시민들과 동일하게 화가났다. 그러다...결국...봤다.

한 시민에게 손살수를 하는 경찰을!
바로 내 눈앞에서...


길을 비키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이었을까?
게다가 도로를 걷다가 인도로 접어들어 걸었는데...집에갈테니 길을 비키라고 했으면, 어떤 타협점을 만들더라도 그렇게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지 않을 방법이 있었을텐데...
그때까지만해도 애국심! 민족주의!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내 가슴이 무너져내렸다.
그 무너진 가슴을 어찌할수 없어 함께 있던 동료들과 술집에 들어가 소주를 입속에 드리부었다.
"어떻게 우리나라가 이럴수가 있어요????"
원조를 받던나라가 이제는 원조를 하는 급성장한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며 한국의 근면성실함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나였는데...그런 자랑스러운 국가가 그 국가를 인도해가는 정부가 국민이 자기맘대로 안된다고 폭력행사를 한다는것이 용납되지 않았다.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었던 사실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을 나는 30이 넘어 겨우 알게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국가의 폭력을 마주했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5월에~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얼마나 마신건지...바닥이 차가워 일어났다. 친구가 자기집에 가서 자자고 한다. 그런데 집에 언니가 있다고 하니..내가 부끄러워 도저히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친구집 근처에 있는 비디오방에 갔다. 무슨영화를 골랐는지 모르겠다. 시작과 함께 잠들고 끝나는 소리에 깨어났으니...밖은 여전히 깜깜하고, 갈곳은 없고...친구가 다시 설득한다. 자기집에 가자고. 5살이나 어린 친구이기에 그친구 언니도 나보다 어릴텐데...처음가는 집에 이런몰골로 가는 것이 미안스러워 망설여지지만...정말 갈곳이 없다. 미안함은 있었지만, 왠일인지 술냄새와 함께 그집에 방문해 그냥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정오가 지나서야 겨우 눈을 떴다. 간밤이 무슨일이 있었느냐는 친구언니 물음에 무슨 모험담을 풀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여전히 푸석거림과 함께 술냄새가 나니...ㅠ.ㅠ 미안하기 그지없다.

방전된 핸드폰을 충전하고, 핸드폰을 켜니~ 삐리리~ 문자가 들어온다.
"어제 광장에 무슨일 있었던거 같은데, 괜찮았어요?" 친절한 B가 문자를 남겼다. 같이 있지도 않았는데 어찌알았지? (난 이때만해도 인터넷 동영상을 잘 몰랐던게다) 그래서 그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50여일 우리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시청광장에서 만났다. 함께 촛불들고, 밥은 광장에서 도시락먹고, 함께 손잡고 걸었다. 촛불이 끝나갈 때 즈음...성실한 그의 모습에 결혼해도 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2009년 5월 믿을 수 없었던 노전대통령의 서거

노전대통령이 위중하다는 소식은 버스안에서 들었다. 내 기억으로 2009년 5월 23일 오전 11시 즈음.
목숨이 위태롭다는 말이 하나도 와닿지 않았다. "설마~ 왜? 에이...거짓말...꿈꾸고 있는건가?" 애써 라디어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MP3음악으로 막아버렸다. 집에 돌아와보니 노전대통령이 돌아가셨단다. 여기저기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온다.
그 후 국민장이 열린 기간동안 참 어지러운 일들이 많았다. 여기저기 시민들이 만들어 놓은 분향소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는데, 그것을 없애는 현 정부가 불쌍하리만큼 위태로워보였다. 사람들 마음에서 움직이는 행동을 어찌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사실 나는 노전대통령이 집권하던 시절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기에 그분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에 대한 억울함은 끊임없이 들었다. 신랑은 일주일 내내 가슴이 허하다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힘들어 하더니......

노전대통령이 꿈에 나왔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그가 주무셨다고 한다.
그리고 일어나 우리 둘에게 "아이가진거 축하한다"하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 후, 그가 졸업한 학교에서 진행한 추모공연, 노무현재단 출범식 모두 갔다.


반년을 훌쩍 넘겨 우리에게 아이가 찾아왓는데...신랑은 노전대통령의 축하인사가 우리의 태몽이라 한다. 하하하

2010년 5월에는  4대강 공사현장에서 끔찍한 살생이 강행되었다.

4대강 살리기가 왠말이냐!
물고기들을 생매장하고, 다른곳에서는 볼 수 없는 멸종위기종 동식물들이 살고있는 곳을 마구잡이로 파헤쳐놓는다. 그곳을 생태공원으로 만든다고 한다. 살아있는 생명들을 다 죽이고, 생태공원을 만든다고 하니...어떤이는 단양에 있어야 할 쑥부쟁이가 왜 여주까지 왔는지 '농'이라고 던진다. 그 사람에게 묻고싶었다. "아저씨는 본이 어디세요? 그 고장에 있어야지 왜 여주에 와 계세요? " 하루하루 4대강 현장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소리들이 끔찍하리만큼 괴롭다. 날씨도 이상하고 입에서는 계속 "5월이 왜 이래?"하는 생각만든다. 다음달 초는 지방선거가 있다. 이 4대강 현장의 살생을 막기 위해서는 6월 선거전이 중요한 고비가 될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하는 날을 단순히 쉬는날로 알고있는 사람들을 투표하러 가게 해야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야하는 투표를 꼭 해야한다고 말이다. 사무실은 5월 한달 긴급행동을 하기로 했다. 난 배속에 있는 아이때문에 긴박한 활동에서 빠졌다. 마음은 나도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몸이 너무 힘들어 다음날 하루종일 누워있게 된다. 잔인한 5월.

사랑스런 5월. 다시 내게 와줘~~~

이런저런 외부일들로 내게 중요한 날들을 그냥 잊고 지내기도 했는데...
생일, 우리 만난 기념일. 어찌어찌 그 날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가 생일선물이라면서 박스 하나를 줬다. 허름한 박스를 열어보니, 예쁜 상자에 오카리나가 담겨져 있었다. 좋은거로 큰맘먹고 구입했다는 그가 내게 준단다. 그가 어느날 아무렇지 않게 "원래 프로포즈할때 이거 연주하려고 했는데..."하며 어설픈 오카리나 연주를 해 주었던 것이 생각나는데...결혼전에 낙원상가에 갔다가 비싸서 만저보기만하고 그냥 내려놓고 왔던 오카리나인데...소프라노 알토 오카리나 셋트를 내게 줬다. 하하하하..."나중에 랑이 태어나면 우리 셋이 같이 연주하면 되겠다!!" 하며 기쁘게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은...우리가 만난지 2년이 되는 날!
작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올해는 어떻게 기억해 냈다. 퇴근하고 "뭐 맛있는거나 먹을까?"했는데 딱히 생각나는것도 없다. 임신 후 밖에 음식들에 조미료 맛을 내 혀가 기막히게 알아낸다. 신랑이 내가 먹고싶은거 퇴근하고 와서 만들어 준단다. 모밀? 스파게티? ㅎㅎㅎ 모밀은 몸을 차게하는 음식이나 스파게티를 해 주겠다한다. 그리고 퇴근 후 오랫만에 내가 좋아하는 야채와 버섯을 듬뿍 넣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를  그가 해 줬다. 으~음!!!! 신난다!!!!!!!!!!!!!!!!!!!!!!!!!!!!!!!!!!!!!!

5월 29일 "강의 노래를 들어라" 콘서트 시민 서포터되기


이제 며칠 안남았다. 이번주말 봉은사에서 진행된다고 한다. 무료콘서트로 진행되기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콘서트지원이 필요하다. 써포터로 1인당 만원을 냈을 뿐인데, 이철수선생님의 판화작품이 담긴 예쁜 티셔츠를 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커플티가 생겨 완전 신이난다.

관심있는분은 이 포스터를 클릭하면 열리는 카페에서 후원도 하고 예쁜티셔츠도 받길 바란다. 한정판이라고 했는데...아직 남아있겠지?

아이를 가지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날 위해 이것저것 해 주는 신랑을 보고 웃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랑이를 생각하며 웃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생명을 생명답게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는 날이 오길 꿈꾸며 내가 해야할일을 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