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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흔적찾기...가회동에서 사직동까지


시댁과 가깝게 살고있는 나는 종종 퇴근하고 시댁에 가서 시부모님과 저녁을 함께 먹는다.

같이 밥을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직 신혼인 우리들은 시댁에 가면 신랑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지금은 북촌으로 유명한 곳.
가회동에서 태어난 신랑은 지금 살고있는 성내동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그 지역 한옥집에 살았다고 한다.
다락방이 있었고, 조그만 마당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기나긴 계단.
이야기를 듣고있자니 어떤 곳이었을지 궁금해진다.

다음날 아침.
뭐처럼 신랑과 내가 같이 쉬는 날이다.
둘이 같이 쉬는 날이면, 신랑이 종종 아침산책을 하자고 이야기 한다.

"우리 산책갈까?"
"어디로?"
"글쎄...올림픽공원? 아차산?"
"그러지 말고...가회동 가보자. 자기 살던 곳 궁금하다!"

난 제 1한강교 옆인 본동 토박이로 지금은 많이 변했고, 내가 살았던 집들도 이미 다 없어졌다.
신랑이 살던 가회동은 그래도 보전이 잘 되어있는 지역이니 혹시...신랑의 어린시절을 엿볼 수 있지 싶어 그곳에 가기로 했다.


가회동

3호선 안국역에서 내려 골목길로 들어섰다.
신랑은 말없이 내 손을 꼭 잡고 두리번 거리면서 옛날 자신이 살았던 집을 찾아갔다.
오래된 치과옆으로 작은 골목길이 보였는데...신랑이 그 골목기로 접어들면서

"이쯤인데...골목에 계단이 이보다 더 길었었는데..."


계단 위로 축대가 보이고 새롭게 지은 건물들이 보였다. 다시 골목을 나와 그 주변을 찾고
심지어 삼청동, 성북동으로 가는 삼거리까지 올라갔다.
아무리 찾아봐도 모르겠는지 신랑은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그 치과 근처를 서성이다가...


"없어졌나봐. 분명 저기인데...저 건물이 오래되지 않은걸로 봐서...내가 살던 집을 헐고 저 집을 지었나봐. 예전에 왔을때만해도 있었는데......."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신랑의 모습이 참 안타깝다.
내가 살았던 집도 5공화국 때 상도터널이 생기고, "그린벨트지역"이라는 이름으로 철거되었다.
그래도 우리집 앞에 소나무가 있었기에 소나무를 바라보며 "저기에 우리집이 있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아파트단지로 바뀌어버려 내가 태어난 집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때문에...지금 자신이 태어나서 어린시절을 보낸 집이 없어져 허탈해하는 신랑의마음이 마치 내 마음이 된 듯 하다.

그의 손을 꼭잡고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다가

"이제 가자!"
"어디로 갈까?"
"우리 계동에 가볼까? 바로 옆골목이던데..."


골목이 참 예쁘다. 게다가 양 옆으로 보이는 한옥집들도...
길을 따라 걷다가 신랑이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부른다. 예전 스리랑카에서 서로의 꿈을 이야기 할때 "목수"가 되고싶다했던 신랑은 한국에 돌아와 한옥짓는 공부를 했다. 물론 공부를 마치고 사정상 현장에서는 몇개월 일을 못했지만, 여전히 한옥을 보면 이곳저곳을 쭈~욱 관찰한다. 


"처마가 ~~~~~, 이건 중심선인데......잘 지었다."
신랑의 말을 전체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이제 나도 잘 지어진 집과 날림으로 지어진집은 조금 구분할 것 같기도 하다. 뭐...대단한 것이 아니라 날림은 기본 기준이 맞지 않으니... 

계동으로 넘어오는 길.
길의 모습이 참 예쁘다.
커다란 나무도, 정자위에 올라앉은 장독들도...가끔은 기대지 말라는 담장에 기대어 담장너머를 바라보는 사람들도...^^:;;;


계동

계동에는 내가 좋아하는 알투르사와 커피한잔이 있다.
알투르사는 "건강한 여성들을 위한 모임"의 여성상담소이다. 여성이 건강해야 가정이 건강하고 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에 문은희소장님께 상담을 받고, 모임을 통해 마음이 건강해 지는 사람들이 그룹상담공부도 한다. 나도 문은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갈등앞에 당당히 서고, 내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가고 있다. 물론, 함께살고있는 신랑과 더 깊고 넓게 대화를 하기도 하면서...

오늘 알투르사는 "재미있는 학교"가 진행중이다. 자원활동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뜨개질, 놀이, 토론, 상담 등 여러가지 활동을 한다. 우리는 선생님께 잠시 들렸다고 인사만 드리고 알투르사를 나왔다. 조금 좁아보이는 마당이었지만...내 기억에 우리집 마당이 컸듯 지금 그곳에서 노는 아이들에게는 알투르사의 마당이 충분히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예날 생각이 났다.



커피한잔, 이탈리아 면사무소 



함께 예람교회에 다니고있는 이형춘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커피집이 눈에 띈다.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원래 커피맛을 잘 몰랐던 우리 부부였는데, 지난 교회 수양회때 2박 3일동안 이형춘선생님의 "불량커피"만 마셨더니 다른 커피는 맛이 없어졌다. 헉~ 이게 커피맛이었던가? 분명 선생님이 판매안하는 커피라고 했는데...판매하는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오늘은 이쪽까지 온 김에 이선생님이 내려주는 커피를 맛보려고 했는데...
지금 커피한잔 2호점인 사직동에 계신다고 한다.

뭐...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이탈리아 면사무소"에 가서 배부터 채우고 결정하기로 했다.


배가 부르니 좋다. 조금 비좁긴 했어도 맛은 정말 좋다!! 신이나서 다음에 부모님과 함께 오자는 내 말에
신랑은 좁은 좌석이 불편해 맛을 느끼지도 못했다고, 부모님과 함께 오는것은 생각해 보자고 한다.

배가 부르니...지하철 한두정거장 정도는 충분히 걸을 수 있겠다!
그래서 우리는 계동에서 사직동으로 걸었다!

사직동

사직동은 커피한잔 2호점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 엄마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엄마 말로는 내 외할아버지가 비원의 정원사였다고 한다. 이후, 엄마는 상도동에서 쭈욱 사셨다. 어린시절 외갓집에 가면 마당에 포도넝쿨도 있고 꽃밭도 멋드러지게 있었던 것은...할아버지 직업때문이었던 걸까? 뭐...어린시절 마당이 있는 집에 살때면 우리 엄마도 나팔꽃부터 시작해서 꼭 꽃밭을 꾸미셨으니...*^^*

커피한잔 2호점은 배화여고? 근처에 있었다.
주인장 이선생님이 직접 계란판을 이용해 만든 조명이 눈에 띄었다. 하나하나 오래된 물건을 수집해서 꾸며놓은 카페가 정말 인상깊었다. 더욱이 숯불로 굽고있는 커피향은 말할 것도 없고 선생님이직접 내려주시는 커피맛도 캬~~~




해가 늬엇늬엇 져서 밖이 어둑해질 때쯤
우리는 다시 우리가 살고있는 성내동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아쉬움, 즐거움, 신기함 또 다른 만남들로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