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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농인태

인태의 후두염과 트라우마

겨울은 겨울입니다.
바람도 차고...방심한사이 인태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맑은 콧물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기침을 하네요.
콧물이 뒤로 넘어가서 하는 기침소리는 약간 가래끓는 소리같은건데...
이번기침소리는 좀 달리들립니다.
마치 숨도 못쉴 것 같은...

겁도나고 걱정도되서 유리의 주치의 유경이에게 연락했습니다.
증상 하나하나를 듣더니 우선은 콧물나는데 먹는 약을 먹이고(유경이가 상비약을 미리 준비해 주었습니다)
서울 올라가는 길에 꼭 들렸으면 한다고 하네요.

평소같으면 인태를 그냥 푹~ 쉴 수 있게 해 주라고 하는데
의원으로 오라고하니 뭔가 심각한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됩니다.

진료시간을 맞추지 못해 다음날 찾아가기로 하고 밤을 맞이했는데...
인태가 열이 39도까지 올라가고 잠도 이루지 못할만큼 기침을 합니다.
마음은 같이 울고싶은데...제가 정신줄을 놓으면 안돼기에 열을내게하는 탕약을 먹이고 미지근한 수건으로 닦아주었습니다.

아침이 밝아오면서 인태를 안고 바로 아산에 있는 도솔한의원으로 갔습니다.
약 2시간이 걸리는 거리이기에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괜시리 엄한 병원이나 의원에 가게되면
항생제와 해열제처방을 피할 수 없어 저희는 유경이에게 가기로 했습니다.
다행이 인태는 차 안에서 땀을 푹~내면서 잠을 잘 잤습니다. 덕분에 체온도 정상으로 돌아왔구요.

진료 시작과 함께 저희를 맞이한 유경이는 "새벽부터 오셨나봐요?"하네요.
컨디션이 안좋은 인태는 유경이를 보고 바로 울음을 터트리네요.
유경이는 역시 두 아이의 엄마답게(배속에 한 아이가 있으니 세아이의 엄마겠네요~^^;;)인태를 잘 달레면서 손가락 4개를 땄습니다. 유경이는 인태를 진료하면서 "침을 놓을테니 따끔할꺼야. 아~ 한번 해볼까? 하기 싫어? 알았어 그럼 가슴소리좀 들어볼께~" 등 우는 아기에게도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더군요. 우리가 인격적인 의사를 알고있구나!@@@하는 기쁨에 멀어도 유경이에게 오길 잘했다~~생각했습니다.

진단은...기관지염과 후두염 사이. 후두염이라고 보면된다고 하더군요. 유경이는 인태에게 "이번에는 네가 좀 오랫동안 아플꺼야~"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인태가 일반병원에 갔으면 아마도 입원을 권유받았을꺼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6인실에 입원하는 것은 환자에게 부담이 없고 공단이 병원에 지급하기에 입원해서 지켜보자고 한다더군요. 하지만, 병원에는 여러병을 가진 사람들이 오기때문에 오히려 더 병이 생길 수 있다고...
당분간 인태가 먹을것을 잘 안먹을 수 있는데, 안먹으면 억지로 먹이지 말고 물을 잘 먹이라고 하더군요. 물도 잘 안먹으면 모유라도 자주줘서 탈수되는 것을 방지하면 된다고 합니다. 인태가 괜찮아지면 엄마가 아플꺼라는 말도 잊지 않더군요.^^

그 후 인태는 2틀동안 모유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안먹었습니다. 신정을 지키는 저희시댁은 음식도 풍성해했는데말이죠. ㅠ.ㅠ
그냥 열심히 받아온 탕약을 먹였습니다. 인태가 원할때마다 안아주고요. 다행이 명절을 보내고 장수로 돌아오는 날 인태는 밥을 조금씩 먹기시작했고, 장수에 와서는 평소처럼 밥을 잘 먹더군요. 그리고 받아온 탕약을 다 먹었을 때쯤 인태의 건강이 정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픈 뒤 인태가 손을 놓고 서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키도 부쩍 자란 것 같구요. *^^*

모자를 쓰면 자기가 멋지다고 생각한건지 아님 모자가 맘에들었던건지 모자를 제게 갖고와 씌워줬더니 포즈까지 잡네요~

요즘 인태는 책읽기에 흠뻑 빠졌습니다. 책속에 짝짝짝이 있으면 손뼉도 치고...

매일매일 수시로 사진첩을 봅니다. 친척들과 멀리 떨어져살아서 그런걸까요?

생활속 놀이발견. 자석을 이리저리 옮기기.

블럭박스에 들어간 인태숑~ 만세도하고

귀없어요~도 합니다.

 

직립보행을 위한 연습이 힘든건지 간간히 이렇게 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네요~

밥상주변을 돌면서 음식을 다 뒤집는 바람에 이젠 인태혼자 앉아 밥을 먹습니다. 얼굴에 밥풀도 붙여놓고...^^;;;;

동네 누나들이 놀러왔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누나들은 서로 인태에게 책을 읽어주네요. 우리 인태숑 복받았습니다.


트라우마
 
11월 초, 장수 하늘소 마을로 이사와서 인태는 전기압력밥솥의 증기로 손가락을 데었었습니다. 저희는 밥을 하고 난 뒤에는 플러그를 빼서 바닥에 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밥하던 중 인태가 추를 건드려 증기가 빠져나가면서 생긴일이라 화상치료는 가볍게 끝나긴 했지만, 혹시라도 증기소리에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했습니다.

역시나...밥솥의 추가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소리에 인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제게 다가오더군요. 밥솥뿐 아니라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와 기계소리에도요. 어떻게해야하나 고민하다가 인태가 제게 달려오면 꼭 안아주고, 추가 돌아가는 소리를 제 입으로 같니 냈습니다. "치치치치치치치치...."그리고 기치놀이하듯 인태를 안고 "치치폭폭 치치폭폭"하며 웃고 돌아다녔죠. 

증기가 빠질때는 밥솥근처에 가서 "아~~뜨거워!!"외치고.
세탁기소리에 놀라 인태가 제게 빠른속도로 기어오면 저도 놀란척 인태에게 기어가 같이 안아주었습니다.
소리가들릴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그렇게 한달이 지났을까요?
증기빠지는 소리에 인태를 쳐다보면 인태는 저를 쳐다보고 웃더군요.
두달이 지난  지금은 세탁기가 돌던, 밥솥이 돌던 잘 놀고 심지어 잠도 잘 잡니다. 

트라우마가 없어진걸까요?
그러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제니 이렇게 밝게 웃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