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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선물보따리

by 따루 다솜단미 2012. 11. 12.

시부모님이 오셨습니다.

양손에 선물을 가득들고 오셨습니다.

오랫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 인태는 엄청 신이 났습니다.

 

 

"너무 늦게와서 미안하다 희정아!"

제게 막걸리 한잔 따라주시며 아버지께서 이런저런 말씀을 해 주십니다.

 

"많이 힘들지??? 근데 부모에게 가장 힘든게 뭔 줄아니? 자식이 고생하는거 지켜보는거다."

"..."

"난 너희들이 왜 이렇게 사서고생하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그래도 너희가 선택한 길이니 앞으로는 아무말 하지 않을꺼다. 대신 이왕 이렇게 살기로 한거 제대로해. 그리고 니들한테는 우리가 있다는 거, 니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있다는거 기억하고."

 

아버지 말씀에 지난 3년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

인태가 우리에게 찾아와 육아에 대한 고민으로 조금 서둘러 시골로 이사를 결정한 것. 양쪽집안이 모두 서울토박이라 아무 연고없이 여기저기 이사갈 곳을 찾아다닌 것. 반대하는 부모님들을 설득하기 위해 거의 매일 부모님집에 찾아가 우리의 생각을 말씀드리고 진행상황을 공유한 것. 장수로 이사해서 어설픈 우리부부가 육아와 살림으로 동동거리며 살아온 것. 농사를 지으면서 수많은 한숨과 한탄 그리고 눈물을 흘린 것. 봉석씨와 24시간 같이 지내면서 좋았던 것. 또 서로의 다름으로 힘들어 지쳤던 것. 좋은 모습보다 싫은모습이 더 많이 보여 엄청나게 싸우고 우리 결혼생활의 위기를 맞이했던 것. 그 위기를 잘 넘겨 서로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그리고 드디어 부모님께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면서도 자신들의 생각과 달리가는 우리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합니다.

 

저희가 서울에 살때는 늘 어머니가 해 주신 밑반찬을 갖다먹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시골로 이사온 후 어머니는 항상 걱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제가 차린 밥을 드시며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더니 잘 해먹고 살고 있구나."하십니다. 부끄러워하는 제게 아버지는 "니가 이런것도 할 줄아니? 아유 엄청 맛있다."하시며 그릇을 깨끗히 비워주셨습니다. 참...우리 신랑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시아버지께 들으니 좋으면서도 민망하더군요.

 

하룻밤을 자고 부모님과 함께 집, 하우스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직도 많이 어수선해서 부모님께 보여드리기 부끄러웠습니다. 

"아이코 희정아 너가 정말 힘들겠다. 이렇게 돌보느랴 애쓴다. 내가 와서 도와줘야하는데..."

부모님의 말씀에 부모님 맘도 모르고 긴장하고 있었던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엄마가 되서 이제는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참... 제가 아는 것은  빙산에 일각이었습니다.   

 

 

 인태가 좋아하는 마을회관 그네에 함께 앉았습니다. 할머니와 먼저 그네에 앉은 인태는 "하~ㄹ부지  앉아!! 아빠 앉아!! 엄마 앉아!!"하며 다 같이 그네에 앉도록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사이에 앉은 인태의 표정이 참 뿌듯해 보이네요.

 할아버지와 인태가 지나간 자리

 같이 걷다가도 힘이들면 번쩍 안아줄 수 있는 할아버지가 있다는 건 인태에게 가장 큰 선물입니다.

부모님은 저희에게 보이는 선물, 보이지 않는 선물들을 엄청나게 주고 가셨습니다.

그런데 아마 가장 큰 선물을 받은 건 봉석씨인 것 같습니다. 

 

"희정아 너도 참 아까운 며느리지만, 너 봉석이 만난건 땡잡은거다. 이녀석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참 괜찮은놈이야."

 

하하 칭찬을 잘 안하신다는 아버지가 이런말씀을 아들앞에서 며느리에게 하셨습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봉석씨가 살아오면서 받은 최고의 칭찬이었을겁니다. 아버지가 인정해주셨으니까요.

 

짧은시간에 먼 길 다녀가신 부모님 참 감사합니다.

변변치못한 저희들을 인정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다른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저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연세가 있으심에도 새로운길을 계획하시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 보여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처럼 저희도 잘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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