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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배추값이 15,000원 하는게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뻥!!!!!!!!!!!!!!!!!!!!!!!!!!!!!!!!

이제는 식당에 가면 김치를 따로 사먹어야 한다는 둥 김치를 만들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배추값이 올랐다고 또 호들갑이다. 분명 올해 기후는 유난하다는 것은 안다. 때아닌 폭염과 폭우로 농가에 많은 피해가 있었고 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농가의 혹은 농산물의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기후"문제로 싸잡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

댐건설로 수몰된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많은 노동력을 들여 땅을 일군사람들을 "생태공원-사실 생명들을 다 죽여놓고 인위적으로 만들면서 생태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위선인 곳"을 만든다고 쫓아낸 사람들이 기후변화때문에 배추값이 폭등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가 없다.

4대강 살리기~라는 거짓말로 살고있는 사람들, 동식물들 사는 곳을 다 파헤쳐버린 사람들이 누군데...그러고 국가를 엄청난 빛더미로 올려놓고서는...참...내...
너무한다...너무한다...정말 당신들은 너무한다...라는 소리밖에 할 수 없다.

귀농한 친구가 블로그에 글 하나를 올렸다.
너무도 공감되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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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사람으로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저절로 입이 딱 벌어지고 한숨이 나오는 것이 요즘이다.  배추 한포기 15,000원, 배추 한망에 4만원, 올 김장 예상비용 5십만원...

무도, 양배추도, 거의 모든 신선 채소값이 모조리 올랐다. 우리집은 유기농 모둠상자를 택배비 포함하여 23,000원(회원가)에 판매하고 있다. 택배비가 3,000원이고, 상자값, 주로 신문지를 사용하지만 감자나 양파 등을 넣을 때 사용하는 비닐 김치나, 효소 등이 들어가는 플라스틱 병값과 종자값 등 원가를 제외하고 나면 사실은 매회 8-10가지 품목이 들어가는 유기농 모둠상자를 18,000원 이하에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가끔은 재미삼아 유기농 전문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우리집 상자에 들어간 가격을 비교해보기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냥 한번 해보는 일일 뿐 특별하게 손해본다는 느낌을 가지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기농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회원분들에게 꾸준히 지원을 받고 그 농산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회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우리의 삶을 건강하게, 우리 가족의 경제도 건강하게 꾸려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어제 우리집 모둠상자에는 총각무 1kg, 양파 1kg, 대파 10여뿌리, 참깨, 호박, 야콘장아찌 등등 9개의 품목이 들어갔다. 매주 그렇게 꾸리는 우리집 모둠상자는 23,000원, 그런데 배추 한포기가 15,000원이라니...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정부에서는 기후이상을 이야기한다. 물론 기후는 분명히 이상했다. 우리도 김장용배추와 무를 심은 다음 계속해서 비가 내려 배추와 무가 물러지면 어쩌나 잘 자라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이상 문제는 올해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고, 증명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더욱 이상해질 문제이다. 이것은 대책이 필요한 문제이지 올해 신선채소값이 기후문제로만 탓해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농부로서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농경지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해마다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농경지가 줄어들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해왔다. 이로 인해 농지전용이 빈번해졌고, 농지의 면적이 해마다 줄어들었다. 그렇게 줄어든 농지는 골프장이 되거나 공장이 되거나 개발예정지가 되었다. 특히나 4대강 사업은 농경지를 확실하게 줄였다. 많은 농민들이 하천변에서 농사를 지어왔다. 하천이 오염된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유기농으로 농법을 전환시키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는 문제였다. 하지만 정부는 심지어 팔당에서는 유기농이 수질을 오염시킨다는 근거없는 낭설까지 유포시키며 4대강 사업을 위해 하천부지들을 모조리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렸고 이에 저항하는 농민들을 붙잡아가기도 했다. 신선채소는 물류의 유통이 짧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출하량이 줄어들 경우 가격고공행진을 필연적으로 불러온다. 배추값이 오른 것은 올해 가을의 일이 아니다.

배추값은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된 올해초부터 꾸준히 오르기 시작했다. 올해 4월과 5월에도 배추 한포기가 4,5천원 할만큼 올랐다는 뉴스가 꾸준히 보도되기도 했다. 배추값과 같은 채소류값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4대강 사업 중단, 골프장 개발 중단, 개발행위 중단 등을 통한 농경지 확보이지 어느어느 나라에서 채소를 수입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언발에 오줌눟기 밖에 되지 않는 일이다.

두번째는 유통망이 문제이다.  소비자들에게 그토록 비싸게 팔리는 배추, 농민들은 부자가 되고 있을까? 정답은 절대 아니다이다. 농민들은 내다팔 배추가 없고, 설혹 있다해도 그 가격을 감수하고 배추를 살 소비자층이 엷어지기 때문에 판매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정부는 오늘 대책을 발표하면서 불공정 거래행위 등을 감시하고, 적발하겠다고 했다. 불공정거래행위는 농민들이 하는 것이 아니다.  농민들은 정성을 다해 농산물을 재배하고, 그것이 좋은 가격에 잘 팔리기를 원할 뿐 불공정거래를 하지 않는다. 농협이 가져가든 유통업체가 가져가든 수매가가 제대로 책정되고 있는가? 농민들이 배추 한포기를 1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말뿐인 도농거래, 로컬푸드가 아니라 실제로 직거래와 로컬푸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부차원에서 정비해야 한다.

우리집이 23,000원에 모둠상자를 판매할 수 있는 것 (우리집 뿐만 아니라 회원제를 운영하는 모든 농민들이) 그것은 철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직거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하다. 늘 고정적으로 우리집 채소를 찾아주시는 회원들이 있다는 사실 생산자가 누구이고, 드시는 분이 누구이신 지 안다는 사실 그것이 농사짓는 사람에게나 야채를 드시는 분들에게나 힘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고, 이 시스템을 통해(아직 우리집은 적자이지만...)농민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시장가격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형식적인 도농교류, 직거래 장터를 개설하지 말고, 농민들의 직거래가 제도화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먹는 것에 대한 정부 철학의 빈곤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사실 이 정부야 개발 말고는 별로 아는 것도 없는 것 같지만)  먹는 것은 곧 삶이다.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가 없고,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기도 한다. 먹는 것은 재미를 넘어서는 생존 행위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배부르고 등이 따시기 위해서는 정부가 먹거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저 때우면 되는 일, 없으면 수입하면 되는 일이 아니라 식량은 주권이라는 사실을 뼈져리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먹거리야 말로 평등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비만해지는 이유 그것은 바로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이다. 돈이 없어서 밥 대신 라면을 야채대신 캔을 집어들어야한다면? 먹거리마저 양극화 시대로 접어들어야겠는가? 먹거리는 인권이고 주권이라는 사실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해야한다. 지금은 비록 배추값 파동처럼 보이지만 모든 채소가 다 올랐는데 장바구니 들기가 겁이 나지 않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상위 몇%밖에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만약 귀농해서 살 지 않았더라면? 나도 역시 야채를 포기하고 캔을 집어들거나 밥 대신 양상추 달랑 한장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싶어서 가격을 대폭 인하한 햄버거를 찾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뱃속의 아이까지 네 아이를 둔 엄마로서  그리고 농사 짓는 사람으로서 요즘의 배추가격과 대책이랍시고 내놓는 정부의 졸렬한 정책을 들으면서 가슴이 저리고 아프다.

제발 정부가 정신 좀 제대로 차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