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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봄날의 만남, 지난날의 추억


"산에갈래"

"아 네 잠시만요."

서둘러 채비를하고 춘미농장 어처구니님과 맷돌언니를 따라 나섰습니다. 올해로 하늘소 마을로 이사온지 벌써 3년차입니다. 그런데 뒷 산은 처음이네요. ^^;;;;; 정비된 길이 아니라 인태가 걷기에는 조금 벅찹니다. 그래도 어른이 4이나 있으니 한번씩 돌아가며 안고 올라가봅니다. 거의 정상에 왔을까요? 어처구니 삼촌품에 안겨 올라온 인태가 어느 새 자리잡고 앉았네요.

너무 오랫만에 산길을 밟아봅니다. 특히 등산로가 아닌 길은 2007년 한국에 돌아와서 녹색연합에서 활동할 때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당시 울진숲길 기본노선 찾는다면서 활동가들과 등고선 지도들고 다녔었지요. 그러다가 맷돼지 울음소리에 식은땀 줄줄 흘리며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무실에 전화걸어 여행자보험 들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지요. 블랙홀처럼 들어가기만 하면 잃어버리는 길을 만나 같이 갔던 친구에게 절대 그 길은 가지 않겠다며 도망치듯 나오기도 했었는데... 벼랑끝에 서기도 하고, 6일동안 약100km를 걸으면서 발바닥은 물집투성이로 얼룩졌던 그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지금은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하지만, 그때는 정말 사진만 봐도 울렁증이 생길만큼 산이 무서웠었죠. 다시는 가지 않을꺼라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지금 이렇게 같이 도란도란 걷는 뒷산은 참 좋네요. 게다가 걷는 길에 고라니 똥도 보이고요. 인태는 그 똥을 건포도인줄 알고 주워먹으려고 하고. ^^;;;;; 자주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산보를 마치고 내려 온 두 집은 바로 각자의 일터로 향했습니다. 저와 인태는 감자밭으로 어처구니님은 닭들에게로, 맷돌언니는  배송준비하러 그리고 봉석씨는 주변정리하러.

그리고 해가 지는 저녁 인태와 손잡고 나물캐러 나왔습니다.

집 주변에 있는 냉이, 하우스 주변에 있는 돗나물, 마을 언덕에 있는 머위, 하우스 옆에서 풀들과 함께 자라는 부추와 아스파라거스,  작년에 우리집 마당에 자리잡은 허브 오레가노까지. 저녁을 먹는데 인태가 갑자기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햇님. 집에. 밥먹어요."

"어? 햇님이 밥먹으러 집에갔어?"

"네 . 햇님 집에 밥먹어요. 히히히....인태 밥 먹어요." 

저녁무렵 나물캐다가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저와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나봅니다. 햇님이 집에가니 우리도 집에 가자고...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인태와 함께 채취한 풀들을 분류했습니다. 한참 분류하던 인태는 장난감 접시를 들고와 나물을 하나씩 담네요. 그리고는 또 장난감 친구들을 데려와 풀들을 먹여줍니다. 하하하하 인태의 이런 행동들이 참 저를 기쁘게 합니다. 또 가물가물하지만 제 어린시절 엄마와 함께 나물뜯으러 다녔던 때도 기억나고요. 인태도 훗날 우리의 이런 생활들을 기억해 줄까요? 

 

돗나물 머위 냉이

 

오레가노 쑥과 아스파라거스 부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