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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마을

펌글] 지역을 묶고엮는 <로컬푸드 사업자>

by 따루 다솜단미 2010. 8. 18.



한우로 유명한 전남 장흥의 장흥토요시장은 한우도 한우지만 고향할머니장터가 명물로 자리잡았다.

고향의 인심과 정겨움을 판매하는 장터의 할머니들은 마치 백화점 여직원처럼 대접받는다. 장흥군으로부터 고객 감동을 위한 친절서비스 교육, 중국산농산물 판매금지를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지역주민들도 무엇보다 할머니장터에서 판매하는 장흥산 물품이 지역이미지를 높인다고 좋아한다. 장흥토요시장을 찾아오는 고객들이 믿고 지역의 농산물을 사갈 수 있도록 하자고 입을 모은다.

원주시 원주천 둔치에는 매일 새벽 4시부터 아침 9시까지 농산물 새벽시장이 선다. 경운기에 직접 재배한 채소 따위를 싣고 나온 농민들이 좌판을 펼치고 소비자를 대면한다.

장이 서기 전부터 먼저 온 순서대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먼저 들어가면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어 줄서기 경쟁을 하는 것이다.

주로 원주 시내에서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 인근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사람들, 부지런하고 알뜰한 주부들이 주요 고객이다.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거래하니 서로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서로 좋다. 원주 새벽시장의 농업인협의회 회원은 600명에 달한다. 농산물을 직접 생산하는 원주시 관내 농민들은 회원이 될 수 있다. 판매하는 모든 품목에는 반드시 농산물 생산자 표시를 해야 한다.

이처럼 지역의 전통있는 재래시장이야말로 로컬푸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살아있는 현장이다.

로컬푸드는 지역 내 근거리에서 생산된 건강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소통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지역이라는 개념은 꼭 행정적, 지리적 거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마음의 거리, 연대의 간격이라 할 수도 있다. 거리, 생산지에서 소비지 까지의 푸드마일(Food Mile)은 가까울수록 좋다. 일반적으로 50Km 이내를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면 지방의 군 단위 쯤 되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로컬푸드가 활성화되려면 생산자 직판장(Farmer‘s Market), 공동체 지원 농업, 공동체 텃밭농장, 도시농업, 협동조합, 지역 레스토랑, 지역화폐(LETS) 품앗이 등의 장치가 수반되어야 한다.

로컬푸드의 효용은 명확하다. 소비자 입장에선 내가 먹을거리를 누가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게 되므로‘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다. 생산자로선 내가 만든 먹을거리를 누가 얼마나 먹는지 예측하고 제값도 받을 수 있어‘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안정성과 안정성을 주고 받는‘관계’를 만들자는 게 로컬푸드 운동이자 사업인 것이다.

 

로컬푸드 사회적기업 ‘콩세알나눔센터’

 

강화도 양사면의 로컬푸드형 사회적기업 콩세알나눔센터는 로컬푸드 사업의 초기 단계를 보여준다. 주력업종은 두부제조업이다. 지역공동체를 지원하고 봉사하는 사회적기업답게 강화읍 일벗교회 서정훈 담임목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두부 말고도 된장, 장아찌 등 유기농 전통농식품을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두부가 지역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적합해 주력품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장류 가공은 연중 일할 때가 한시적으로 정해져있지만, 두부는 특성상 매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꾼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는 사회적기업의 정신이 이곳에 그대로 박혀있다.‘한알은 날짐승, 한알은 들짐승 몫으로 콩 세알을 심는 농부의 진정성’은 바로 콩세알나눔센터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두부 원재료인 콩은 주로 멀리 강원도에서 사 온다. 30% 정도만 지역 내 교동도 콩작목반으로부터 조달한다. 농지가 적은 강화도에서 콩 생산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양사면 등 지역농가의 작목반 마다 콩 생산을 권유하는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자는 로컬푸드 정신을 지키려는 것이다.

마땅히 물류비용 등을 따져도 양사면 등 지역 내에서 콩을 공급받는 것이 유리하다. 적시에 수매할 수 있고 탄력있게 물량도 조절할 수 있어 수급의 안정성도 기할 수 있다. 지역 농민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센터의 박흥민사무국장은 귀농인이다. 강화도에는 따로 연고가 없다. 인천지역에서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했다. 한때 생태마을 만들기 일에 복무하기도 하고 신학교에서 공부한 전도사다. 선배를 따라 강화도의 대안학교 마리학교에서 일하다 콩세알과 인연을 맺었다.

박국장은 “처음부터 로컬푸드 사업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지역의 원주민들과 콩 가공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역을 연계해야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자연스레 로컬푸드 사업으로까지 확장되었다는 말이다.

지역 상권의 중심인 강화읍에는 콩세알밥집을 운영하고 있다. 식당에서는 신선한 두부도 팔고 있다. 지역 소비자를 엮어나가는 전진기지이자 거점 노릇을 하는 셈이다.

센터 영농팀이 재배한 농산물, 가공팀이 만든 두부, 발효팀의 장아찌 등으로 친환경 식단을 마련했다. 흰 쌀밥, 백설탕, 흰색 조미료가 없는 삼무(三無) 원칙을 고수한다. 강화군에서는 유일한 친환경 유기농 식당인 셈이다.

콩세알나눔센터는 굳이 기업으로 치자면 경영실적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좋은 두부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는 얻었지만, 아직 충분한 생산능력과 유통망을 갖추지 못했다. 소비자 인지도가 매우 낮다.

사회적기업 초기 단계라 인건비 등 정부 지원에 의존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다. 회원제 판매, 직판, 유통망 공유 등을 통해 매출을 증가시키고 관리비용을 경감시키는 자구노력이 절실하다.

센터의 직원 중 고령자나 저소득 계층이 60%를 넘는다. 직접 공고를 내기도 하고 군청에서 알선도 받아 소외계층을 채용한다. 사회적기업 답게 지역 독거노인,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무상 급식사업과 학교급식사업도 벌이고 있다.

콩세알나눔센터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지역 내 기업, 소비자, 공동체와 형성한 다양한 연계고리라 할 수 있다. 생산물인 두부, 콩 국물 등은 유기농 두부과자를 만드는 제휴기업에 원료로 납품되기도 한다. 유아공동체, 생활협동조합에 속한 소비자에게도 두부를 공급한다.

제품 경쟁력도 있다. 두부를 만들 때 스팀조리기가 아닌 가마솥을 사용한다. 가마솥으로 두부를 만들면 밑은 타고 위는 덜 익어 버릴 게 많지만 가마솥 밥처럼 가마솥 두부가 훨씬 맛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센터는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와 콩나물, 유기농 유정란 등을 포함한 신선한 일일식품을 강화를 넘어 인근 일산, 부천 등지의 가정으로 직접 배송한다는 사업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일산에는 이미 개인 대리점을 통해 이미 수백가구에 두부를 배달하고 있다.

센터의 사회적기업으로서 비전은 지역 콩 수매에서 두부와 콩나물 직거래, 그리고 지역 밥집 운영을 통해 지역에 로컬푸드 네트워크라는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것이다. 성패는 지속가능하고 예측가능한 자생구조 확보에 달려있다.

 

로컬푸드 사업자 이광구이사 이야기

강화 콩세알나눔센터를 경영하는 로컬푸드사업자 이광구이사 또한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이다. 1982년도에 서울법대에 입학했다가 학생운동을 하며 학교를 그만 두고 감옥에 두 번 다녀왔다.

두 번의 감옥생활은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구로지역에서 노동운동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던 중,‘몬드라곤에서 배우자’란 책으로 협동기업의 모델을 접하게 됐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1급 정비공장을 인수하면서 기업경영에 손을 댔으나 6개월 만에 망하는 건 당연했다. 실패는 큰 반성기회를 줬다. 사업빚 1억원을 갚으려고 대우자동차에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큰딸 나리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인 1997년 봄, 강화로 들어갔다. 전세금을 빼 빚을 갚을 겸, 모세기관지염을 앓던 막내를 공기 맑은 곳에 두려는 생각 겸이었다. 실제 강화로 이사하고 나서 아이들은 거의 감기도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자랐다. 둘째 온달이는 아토피가 다 나았을 정도다.

강화로 귀농한 가장 큰 동기는 큰딸을 그즈음 알게된 전교조 교사에게 맡기고 싶어서였다. 학창시절 좋은 선생에 대한 추억이 별로 없는 그로서는 아이들에게나마 좋은 선생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강화에서 맘껏 잘 뛰어놀았다. 만일 도시에서 계속 살았다면, 가난한 가정의 세 딸들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당하면서 불편하고 불쾌한 어린 시절을 보냈을 게 틀림없다.

강화에서는 비슷한 처지의 이웃들과 어울려 서당식 모임을 시작했다. 돌이켜보니 아이들에게는 가장 훌륭한 교육의 장이었다. 큰딸 나리는 서당의 연속선상에서 만들어진 대안학교인 마리중학교를 다녔다. 이어 고등부 과정인 제천 간디학교도 다녔다. 대학은 가지 않고 혼자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콩세알나눔센터에서 함께 일하기도 했다.

둘째 온달이는 학원을 전혀 다니지 않고 인천 과학고에서 전교 2등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사교육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도시를 못 떠난다고 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반증인 것이다. 공부는 시켜서 되는 게 아니라 아이가 하고 싶어야 하고, 다만 부모는 곁에서 적절한 지적 자극을 주면 된다는 게 공부를 잘 했던 이이사의 공부철학이다.

셋째 보리는 욕심은 많고 공부는 별로 하지 않는 평범한 아이다. 부모가 높은 수준의 학습강도를 요구하면 부작용만 많을 게 뻔하다. 한 학년이 열 명쯤 되는 작은 중학교에 다닌다. 읍에 있는 200 명이 넘는 학교에 다니다 작은 학교로 옮기며서 더 활달해졌다고 한다.

이이사가 이렇게 세 아이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도시에서 농촌으로 옮길 때 자녀교육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돈은 적게 들이고 자녀를 올바르게 키울 수 있는 길이 농촌에 있다고 한다.

이이사는 콩세알나눔센터에서 일하기 전에는 서울에 있는 재무설계 전문기업에 다녔다. 강화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며 일했다. 돈 문제에 대해 별 문제의식이 없던 그로서는 매우 중요한 경험이었다. 재무설계 책도 세 권이나 썼다.

재무설계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지식이 사회적기업인 콩세알나눔센터를 경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노동부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콩세알나눔센터 직원들에게 84만원씩 급여가 지원된다. 이이사는 경영전문인력이라고 150만원이 지원된다. 거기에 30만원을 더해 180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 서울에서 일할 때보다 소득이 줄어들어 농촌에 뿌리내린 생활은 사실 힘이 든다

그나마 노동부의 인건비 지원은 한시적이다. 그 전에 자립하는 게 콩세알나눔센터와 이이사의 목표다. 단지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차원이라면 간단할 수도 있는 목표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기업, 설립목적에 맞게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해서 유통시키는 제대로 된 기업, 적절한 이윤을 남기고 지역사회에서 뜻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의 꿈을 실현해야 한다.

사회적기업 경영자, 로컬푸드 사업자는 현실도, 꿈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센터의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기업체 운영 경험이 적다. 비록 망한 경험이기는 하지만 이이사가 사업을 직접 운영해 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한 경험은 콩세알나눔센터에서는 활용할만한 요긴한 자원이 되고 있다.

도시에 많은 소비자 인맥을 갖고 있는 것도 활용할 만한 자원이다. 특히 도시에 있는 개인 인맥 소비자들에게‘이광구의 강화도이야기’란 주제로 콩세알 이야기를 빌미삼아 택배로 물건을 팔고 있다.

이이사는 십수년동안 강화도 주민으로 살았지만 비로소 로컬푸드 사업체를 통해 삶의 터전을 온전히 지역에 뿌리박게 되었다.

지역주민으로서 이이사가 하려는 일은 한마디로 ‘지역생활공동체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센터를 지역사회에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자리잡게 하는 게 가장 큰 숙제다. 강화와 강화 인근 도시지역에 친환경 농산물 고객들을 조직해서 강화에서 생산하는 친환경농산물을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식당은 더 전문화해서 강화와 인근 지역에 두부전문 식당체인점을 낼 려고 한다. 콩작목반 중심으로 친환경영농사업을 더 심화시켜 도시지역 소비자들이 찾아와 쉬고 소비하는 생태농장으로까지 키워보려는 포부도 있다.

강화에도 농가마다 크고 작은 축사가 비어있는 게 많은데, 농촌의 노인들이 유정란이나 육계를 키워 순환농법 유기농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실천해볼 예정이다.

축산을 대규모로 하게 되면 환경오염 문제도 크고 경영에 부담도 된다. 그러나 작게 하면 노는 축산시설을 활용하고 노인들이 쉽게 할 수는 있는 반면, 농가들이 유통을 감당할 수 없다. 센터가 그런 유통과 기술지원을 담당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소규모 축산과 유통 일원화 의 성공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센터의 지역사업 네트워크를 발판으로‘지역화폐’운동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콩세알상품권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데, 지역화폐 운동에 공감하는 지역 인사들과 힘을 합쳐 본격적으로 파급시켜보겠다는 것이다.

또 지역 청년들이 대학에 가지 않고도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는 자립기반을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강화에 자리잡고 있는 마리학교, 산마을고등학교 등 대안학교와 연계하거나 독자적으로도 대안교육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농산촌유학을 통해 도시 아이들이 강화의 아이들과 함께 커 나갈 수 있도록 하고, 갯벌센터나 강화둘레길등 지역의 생태자원, 생태명소를 활용한 공정여행도 추진해본다는 구상이다.

귀농인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주거와 의료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해야 현안과제다. 지역화폐 운동을 이같은 문제를 풀어줄 열쇠이자 단초로 삼고 있다.

이이사는 콩세알나눔센터를 만나면서 단지 돈 버는 일을 농촌에서 할 수있다는 것보다, 뿌리내린 지역의 활로를 더불어 모색할 수 있게됐다는 데 의의를 둔다.

강화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있다. 농사짓지 않는 귀농인으로서 하나의 대안모델을 몸소 실천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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