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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내생활에 찾아온 자전거


성내동에 신혼집을 얻어 살면서 부터 신랑과 나는 우리동네 녹색연합의 회원소식지 '녹색희망'배달을 시작했다. 처음엔 걸어서 배달을 했다가 2달째 되면서부터는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언덕을 오르내리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다리를 조금만 움직이면 두개의 바퀴달린 의자에 앉아 온몸으로 바람을 느끼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어 참 낭만적이기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나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었다. 

대학원 졸업식날. 필리핀에서 학교다닐 때 늘 자전거를 탔다. 단, 그곳은 평지에 학교안에서는 자동차 이용이 많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는 큰 맘 먹고 신랑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 가는 길은 어려웠지만 처음으로 신랑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이라(단거리였지만...^^;;;;) 내 마음은 벅찼다. 어린이공원 입구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공원안을 산책하는 것도 마냥 즐겁기만했다.

해가 어둑어둑해지고 이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언덕을 오르면서 조금씩 체력이 소진이 되어가고 있는데 내 옆으로 "쓱~" 한사람이 지나갔다. 그 사람도 자전거를 타고있었는데, 그의 자전거는 한마디로 잘 빠졌다. 점점 나와 멀어져가는 그와 그의 자전거를 보며 패달을 밟자니 이런 생각이 지나갔다. 

'저 자전거는 내것보다 비싸겠지? 얇고 가벼워서 내 것보다 훨씬 빠를꺼야. 나도 저 자전거 갖고싶다.'

이후,
자꾸만 자전거가 내 눈에 들어온다. 그러더니 그 자전거를 탄 사람이 눈에 들어오더니 그 사람은 왠지 뭔가 있을 것 같은 아니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을 받았다.

신랑이 쉬는날 마다 자전거로 회사를 오고가는 연습을 해서 체력을 키운 뒤 자전거로 출근을 하겠다고 한다. 자전거타고 회사까지 다녀온 신랑도 자신 옆으로 쌩~하고 달려가는 사람을 보고 조금 좋은 자전거를 타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흘렸다. 게다가 안장이 낮아 다리를 쭉쭉 못피게 되니 무릎에도 무리가 가는 것 같다고 한다. (참고로 신랑은 대학 때 자전거로 전국순례를 했던 경력이 있다)

오호라~~~순간 '지름신'이 나에게 찾아오고 있는 걸 느꼈다.

금잔디 자전거, 잘 빠진 자전거(이걸 사고싶지는 않지만, 이렇게 얄상한...자전거)



"바꿔 신랑~ 왔다갔다하기 힘들텐데 좋은거로 바꿔. 어차피 출근용으로 이용할 꺼면 좀 좋은거로 사~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비싼거 쓰는거 같더라."

"에이 있는데 뭘 또 사. 그냥 안장만 좀 높이면 돼."
 
"그래도 한번 잘 생각해봐."


나는 신랑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돌릴 수 있을까 머리속으로 마구 생각을 했다. 신랑의 자전거를 구입하면서 이참에 동생이 사은품받았다며 내게 준 자전거도 예쁜걸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던 자전거는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을 하면 모든것이 다 해결될꺼라 생각했다. 오호호호호호~~~~

좋은것은 비싼거? 비싼 자전거타면 출근시간 단축? 출근시간 단축하려면...왜 자전거를 타는데?

사무실에서 자출족이야기를 했는데, 내 옆에 앉아계신 팀장님이 그러신다. "근데요 오마이뉴스에 자출족 연재하시는 분은 자전거를 사지 않는데요. 대신 버려진 것을 수리해서 사용한다고 하더라구요." 갑자기 필름이 되감기를 하듯 내 머리 속 생각들이 되돌아 가면서 과거 해리포터를 보며 자본주의를 비판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해리포터는 완전 자본주의적인 영화라고 생각해. 해리포터가 결승에서 이긴 이유가 뭔데(1편인 듯 싶다.) 결국 가장 최신의 비싼(=좋은) 빗자루를 타서 그런거잖아."


좋은 것 = 비싼 것

좋은 것이 늘 비싼 것이 아니고, 또 비싼 것이 늘 좋은 것이 아닌데, 자전거를 대했던 내 태도를 보면 여전에 좋은 것과 비싼것은 같은 등식을 세워놓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비싼 자전거를 사서 타면 지금보다 더 자전거를 잘 탈 것 같은 느낌. 허나 느낌은 느낌일 뿐 현실은 아니다. 

왜 자출사를 하는걸까?

신랑이 자출사를 하겠다고 한 이유는 체력이 너무 떨어졌는데 따로 운동하러 다닐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끔 나와함께 산책을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고 자전거를 타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한 운동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출근하면서 운동을 하겠다는 이유다. 그러나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하기때문에 자출족을 하기 전 연습을 하겠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자출사를 하는 신랑의 목적은 체력증진이다. 때문에 굳이 출퇴근 시간을 빨리 주파해야하는 속도경쟁이 필요없는 것이다. 

새것은 내가갖고 헌것은 기부하면 그만?

기부가 생활속에 들어오면서 많은 좋은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번일로 생활 속 기부에 대한 나의 태도를 점검해 보니 '새것을 갖기위한 면제부'로 기부를 이용하는 나를 보았다. 기부가 목적이었다면 새것을 기부하면 되는 것 아닌가!'

결국, 오랫만에 날 찾아 온 지름신은 그냥 가셨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을 신랑에게 전달하고 새 자전거를 사는 대신 신랑의 자전거 안장을 높여 타기로 했다. 나 또한 자전거를 타면서 느낀 그 낭만을 기억하면서. 

문득,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한다" 는 말이 떠올랐다.

참고
http://thejourney.tistory.com/entry/세계여행-하는-자전거는-따로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50230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50193
http://www.asiatoday.co.kr/news/view.asp?seq=169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