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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엄청난 선물을 받았습니다.

태풍 볼라벤과 텐빈이 우리나라를 강타하던 8월 마지막 주~ 우리부모님과 오빠부부의 휴가였습니다.

작년에는 동생가족이 올해는 오빠부부가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의 휴가일정은 포항 이모댁을 들려 군산 삼촌을 만나고 장수 우리집으로~~~

서울에서시작한 이 일정은 엄청난 거리를 왔다갔다 함으로 운전자인 우리 오라방은 휴가가 휴가가 아니었을 겁니다.

그것도 볼라벤이 지나가고 난 후 바로 시작한 여정이라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과 흥겹게 이 여행을 보내는 오빠부부가 참 멋집니다.

 

저희는 군산삼촌댁 방문할 때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참 오랫만에 만난 삼촌부부는 우리에게 엄청 맛있는 불고기를 사 주시고 집으로 초대해 주셨습니다. 급작스러운 방문이었음에도 깔끔한 집에 삼촌이 손수 만드신 예쁜 테이블에 감탄하고요. 

 

다음 날 장수를 가로질러 간다는 텐빈과 함께 저희는 군산을 떠나 장수로 왔습니다.

비가 정말 엄청나게 오더군요.

이모와 종웅오빠, 우리오빠부부와 부모님 그리고 동생둘째 하눔이와 함께 온 우리집은 정말 새롭더군요.

어찌나 좋은지 이것저것 싸드릴 농산물 챙기다가 저는 몇 번이나 넘어져서 상처가 나기도 했습니다.

 

 

이모도 저희 사는 모습 보시고 "희정아~ 니가 이렇게 살줄 몰랐다...신기하네~~"하시면서 주섬주섬 저희가 재배한 작물을 담아드리니 "야~ 여기가 친정이고만...내 친정온 것 같다. 야야...됐다 그만해라~~" ㅋㅋ '친정 온 것 같다'는 이모말에 저는 왠지 더 신이나서 저 멀리있는 부추를 가져와 부침개를 해 먹자고 했습니다. 이모도 신이나셨는지 다양한 야채를 듬쁙 넣어 이모표 부침개를 해 주셨죠. ㅋㅋㅋ 엄마랑 새언니도 이모옆에서 재료넣고, 부침개도 부치고...

장수에서 맛볼 수 있는 방목한 꺼먹돼지 삼겹살도 구워드렸습니다. 하우스에서 딴 상추와 함께!!

너무 서둘러서 완벽한 상차림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주섬주섬 가족들이 모여앉아 음식을 나누니 제 맘이 참 좋더군요.

 

우리 이쁜 아이들은 춥지도 앉은지 물놀이를 꼭 해야게다고 하네요~ ㅋㅋㅋ 물과 장난감 몇 개로 저렇게 신나하니 ㅋㅋㅋ

 

이모와 오빠가 포항으로 떠난 후 우리는 장수의 자랑 "한누리 전당"에 가서 영화관람을 권했습니다. 도시와는 다르게 사람도 많지 않고 상영관도 깨끗하고 가격까지 착하거든요. 제가 인심써서 가족들이 영화를 보는 사이 조카와 인태를 돌보려고 했는데...엄마가 하시겠다네요. 저보고 다녀오라고...엄마에게 죄송해서 많이 망설여지긴 했는데...이런 기회가 흔치않으니 ...ㅋㅋ눈 딱 감고 이 기회를 즐기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참 궁금했던 영화 "도둑들"을 보면서.

 

영화 보기 전!! 상영관에는 우리밖에 없더군요. 새언니의 용감한 쎌까!! 화면에 다 안나올까봐 모두들 뒤로!! 덕분에 새언니 얼굴이 크게나왔지만^^;;;;; 만일 우리들이 얼굴을 앞으로 했으면 화면에 다 있을 수는 없었을꺼예요~ㅋㅋㅋ 그래도 배려받지 못한 새언니를 위해 오빠가 열심히 자동셔터를 맞췄는데 그만...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해 함께 찍은 사진은 요것밖에 없네요!! ㅋㅋㅋ 새언니 얼굴이 크게나와도 우리 중에 젤 이뻐용!!ㅋㅋㅋㅋ

 

영화보면서 기분내자고 팝콘셋트와 음료를 구입했는데 모두 합해 8천원. 영화표는 1인당 5천원들었습니다.

 

영화는 뭐...처음에는 지루한 느낌이 있었지만 중반부터는 스릴이 넘치고 마직막에는 "역쉬 김혜수야~~~"하면서 기분좋게 나왔습니다.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 산 과자꾸러미를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조카 하눔이와 인태가 잘 놀았다고 하더군요. 하하하하 인태가 형이있어서 그런지 정말 신나보였습니다. 다소 늦은시간이었지만, 같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연히 제 다리에 난 상처를 본 부모님은 좋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붓기가 있을 때는 치자를 담근 물에 밀가루반죽해서 붙이면 좋아. 물건이 발에 떨어져서 퉁퉁 부어올랐을 때도 그랬고, 공차다가 무릎다쳤을 때도 치자떡을 해서 붙이면 금방 가라앉아."

 

어렸을 때 엄마가 늘 해주셨었는데...이렇게 이야기도 들으니 새롭더군요.

 

밤이오고 또 아침이왔습니다.

 

"여적지 자냐?" 하는 아빠목소리에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아침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휴가오신 분들에게 일을 하시게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일을 도와주려고 오셨다며 자꾸 일을 찾으시니 밀린 일들을 다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인태와 조카는 엄마에게 부탁하고요.

 

아빠와 딸!!ㅋㅋㅋ 생각만해도 눈물나게 좋은 우리아빠와 고추밭 데이트중입니다~

 

먼저는 고추밭에 고추를 따기 시작했습니다. 인태가 있으니 늘 봉석씨나 제가 혼자해서 일의 진척이 없었는데...4명이 한고랑씩 맡아 고추를 따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빨간 고추가 박스에 쌓이네요. 물론 오빠와 새언니의 얼굴을 보니 매우 지쳐보이기는 했습니다. 하하 그래도 오전 중에 고추따기 마무리하고, 그 사이 봉석씨는 김장채소를 심을 노지에 태풍으로 벗겨진 비닐을 정리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엄마, 오빠부부가 함께 마을산책을 시작했습니다. 혼자 일하는 봉석씨도 만나고, 길에있는 도토리도 줍고...

 

 

점심은 엄마표 감자수재비!!

오후에는 김장채소를 심었습니다. 배추모종이식, 쪽파와 무 심기!! 마지막으로 하우스에 비타민채 모종이식하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은 꼬박 해야하는 일들을 하루에 다 끝내버렸습니다.

물론...다 끝내면서 저에게 쉼도 안준다며 '악덕 농장주'라 뭐라 하긴 했지만...ㅋㅋㅋ

 

 

오이,호박,양배추, 당근 그리고 비타민채를 넣은 하우스입니다. 비타민채입니다. 다채라고도 부르는데 비타민이 엄청 많다네요. 이식한 배추모종입니다. 태풍전에 심은 배추는 좀 더 지켜봐야할 듯 합니다.

 

서둘러 김밥을 싸서 먹고 다시 서울로 출발하는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니 괜시리 울컥 하네요.

돌아가면 또 다시 바쁘게 일하실 저 분들이...휴가때까지 일을시켜 죄송하기도 하고...

이 먼곳까지 찾아와 저에게 꿈같은 시간을 함께 해 주니 마음이 너무 벅찼습니다.

 

모두들 돌아간 뒤에 함께 했던 우리집안에 들어오니 "부모님에 계신것이 또 가족이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힘이고 선물"인지 크게 와 닿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최근 제 가슴을 계속 두드리는 마음-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 가족이 되고싶다-이 더 강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