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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시골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벌써 일월도 반이 지나갔네요.
하루하루 정신차리고 살려고 애를 쓰는데도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 없고, 계획한것은 자꾸만 계획으로 끝나네요.
이러면 안돼는데...하는 생각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왜 서울출신인 제가 시골로 이사와 이런 고민을 하냐구요?

2000년에 갔던 몽골의 환경때문이었죠. 7박8일 일정동안 신선한 야채를 먹을 수 없었죠. 이유는 몽골에서는 야채재배가 어렵고 대부분의 농산물은 중국에서 들어오는데, 신선도가 떨어지기 대문에 샐러드와 같은 생야채로 먹기는 힘들다는 거죠. 허걱...하고 놀라던 차 우연인지 운명인지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비바람으로 비행기가 연착되어 공항에서 채류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자연농법"이라는 조직의 대표와 만났어요. 그분과 이야기하면서 '아...먹을거리가 이제 우리삶에 큰 문제로 다가오겟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필리핀에서 생태농업공부 2년, 농업과학기술원에서 연구보조 7개월 다시 스리랑카 작물재배 해외봉사 2년의 시간을 보내면서 농사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해야하는 것이고 또 하고싶지만, 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죠. 또 오랜 외국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 가족과 같이 살고싶어 나의 연고지 서울에서 그나마 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에서 일하자...찾아 들어간 곳이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 그때만해도 녹색연합이 정확히 뭐하는 곳인지 몰랐죠. ㅠ.ㅠ  녹색연합활동 3년 반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연애해서 결혼하고 아기가 생겨 용기가 생긴거죠. 또 녹색연합활동을 통해 제 스스로가 정신적으로 더욱 단단해지기도 했구요. 
단, 이렇게 시골생활을 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속에서 수많은 번뇌, 고민, 토론...이 있었다는거....^^;;;;

정말 소농이 대안일까?

참 오랜시간동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막상 시골생활을 시작하니 이래저래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낍니다. 가장먼저는 아이낳고, 키우면서 관리되지 못한 체력으로 막대한 양의 생활노동이 버겁다는 것!! 그래도 지금은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지만, 처음에는 매일매일 "우리는 지금 고생을 사서 하고있는거야. 젊어 고생은 사서하는거야"하며 세뇌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양파와 마늘을 심을 때, 저는 어찌나 설래고 좋았는지 모릅니다. 논문쓰느랴 작물재배도 했었고 시골에서 자원봉사도 했었지만, 내 땅에서 내 작물을 심는 것은 또 다른 감격이니까요.
우리의 하우스 3동과 작지만, 노지를 어떻게 활용할까...막연하게 고민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이제 당장 3월부터 시작할 농사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처음 농사짓는 우리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투자한만큼 거둘 수 있을까? 이렇게는 우리 세식구 먹고살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등등

사실 저희부부는 결혼과 함께 지출을 확~~~~~~~~~~~줄였습니다. 소박하게 살자!!라는 우리의 다짐을 실천하려고요. 한번씩 쇼핑으로 확~~카드를 긁던 저이기에 결단력있는 신랑과 실랑이를 자주 벌였습니다. 작은 것 하나를 사더라도 "이게 꼭 우리에게 필요한거야? 없으면 안돼는거야? 이거 더 쓸 수 있잖아.....이거 꿰메서 다시 입으면 돼~." ㅋㅋ 서로에게 열심히 질문하고 한정적인 지구에 많은 폐기물을 만들지 말자고 결심하면서...... 덕분에 사람이나 집을 위한 겉치장 지출은 거의 안합니다. 뭐~ 우리의 첫 아기인 인태에게도. 티셔츠하나, 책 몇권 사준게 전부이니. ㅠ.ㅠ 허나 걱정마세요. 주변분들이 많이 챙겨주셔서 부족함없이 키우고있어요...어찌됐던 먹는것 그리고 집안과 지인들의 경조사챙기는 것 만 합니다. 공공요금도 만원안에서 해결했구요.
그런데 시골에오니 전기, 물값는 걱정이 안돼는데, 난방비가 엄청나게 들더군요. 농사자재들도 그렇고...서울에 왔다갔다 기름값...즉, 저희에 경우 먹을거리 이외에 시골로 이사와서 지출이 증가하게 되었죠. 이렇게 지출되는 것을 줄일 수도 없는것이기에 일정수입은 필요한데...고정수입을 만들기 위해서는 둘 중 한명은 일을 해야할 것 같은데...일자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또 월급이 많은것도 아니고...
둘 중 한명이 일을하게되면 아무래도 신랑이 밖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의 수가 높은데, 나 혼자서 농사짓고 인태키우려고 생각하지 앞이 캄캄하네요. 처음에는 문제없다고 이야기를 했는데...아무리 손이 덜가는 작물을 선택하고 최소한의 노동을 한다고해도 심고, 거두고, 보관, 판매를 할때는 많은 노동량이 많이 투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폭설 혹은 폭우가 쏟아지게되면 밤낮없이 관리가 필요할텐데...
인태를 위해서 빨리 시골행을 했는데...시골살이가 막대한 노동을 요구하니 정작 인태와 노는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않고. 물론 제가 서툰이유도 있겠지만서도...
그러면서 자꾸만 자꾸만 고민이 듭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많은 사람들은 소농이 희망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저 또한 소농을 하면서 석유없는 농업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고 말했는데...쉽게 말해서는 안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생각한대로 말한대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그러지 못하는 저와 마주하는것도...

조금 쉽게 가지 그러냐? 

인태를 키우면서 저는 더더욱 생태농업은 어렵겠지만 최소한 유기농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태가 태어나기 전 부터 한의사인 유경이가 저와 인태의 건강관리를 해 주었습니다. 유경이는 저보다 2아이를 먼저 키웠고, 한약재도 친환경유기농만 사용하는 소아전문 한의사입니다. 유경이의 조언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적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있으니, 면역력을 스스로 갖출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에서 투입되는 것이 많아질 수도록 면역체계가 흐트러지게 되니까요.  덕분에 인태는 예방접종은 안했고, 항생제와 해열제를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2.66kg의 작은아기가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있고, 여러차례 잠자리가 바뀌어도 잘 적응하고 있네요.
물론 이렇게 인태를 키우면서 저희 부부는 잠못이루는 밤이 많았고, 피곤할때도 많았죠. 그래도 건강한 면역체계를 갖추면 자라면서 덜 아프겠죠?

작물을 키울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작물이 건강하게 잘 자라기 위해서는 건강한땅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먹으며 스스로 면역체계를 갖추어야 병이나 곤충의 공격에도 잘 버틸 수 있게됩니다. 이렇게 건강한 작물이 주는 영양은 약에 의존해서 자라는 작물과는 비교할 수도 없죠. 물론 주변환경도 마찬가지구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화학비료는 땅속에 다 흡수되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 영양분만 과다하게 많아 영양분의 균형을 깨뜨리죠. 살충제, 제초제는...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이기에...우리가 소위말하는 잡초나 해충만 죽이지 않겠죠. 서서히 사람의 몸에 축적되어 질병을 유발하니까요. 
때문에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먹는 것도 사는곳도 건강해야하니 자연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은 최소로 줄여하 할 것입니다. 유기농업을 한다고해도 내 작물에서 먹고사는 곤충들을 죽이니 먹이사슬을 건드리기는 하죠. 아흐...ㅠ.ㅠ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도 작물을 키우는 것도 관심과 사랑이 많이 필요해요. 절대 쉽게 혹은 편하게 할 수만은 없죠. 

결국
내 수준에 맞게, 내 규모에 맞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처음 짓는 농사라 내 수준과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를 모르기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네요. 우리가 생산한 것만 먹고살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기에 탈자본을 꿈꾼하고 해도 최소한의 자본은 늘 필요하고...
또 우리의 꿈을 먹고사는 것때문에 잃어버리지 않아야 할텐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지혜가 필요하네요................

2002년 필리핀 빰빵가 빼따초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