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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태국이야기

수코타이주로 내 단짝 아리언니 만나러가요~

2002년 6월


우리나라에서는 월드컵으로 붉은물결을 이루고 있을 때 전 아무 연고가 없는 필리핀으로 농사를 배우겠다며 떠났습니다.

용기는 가상했지만, 유일한 한국학생이었던 Central Luzon State University의 대학원을 다니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영어 혹은 따갈로그가 유창한 것도 아니었고, 또 급하게 입학하느랴 한 학기를 원하던 농업이 아닌 생물학과로 다녀야 했습니다. 4인1실로 사용하는 기숙사도 너무 더워 잠을 잘 수 없었던 밤도 많았습니다. 특히...전혀 음식을 하지 못했던 전 늘 배가고팠습니다.


호의를 배푸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더불어 저에게 실망하며 뒷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외로움에 허덕이며 기숙사에서 나와 혼자 학교를 걸어다니다 논밭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 뚝뚝흘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를 보낸 뒤 만나게 된 아리언니.

나를 보고 자기 엄마를 닮았다며 좋아해주고

같이 자전거타고 학교가고, 실습다니고, 실험하고 또 운동하고 밥해먹고...

마음이 아플 때, 몸이 아플 때, 공부하기 싫을 때 언니방에 찾아가 무턱대고 침대에 누워 어리광을 피웠었죠.

논문실험으로 녹두농사지을 때, 6~7번의 태풍으로 발을 동동구글 때, 졸업시험때문에 울때, 논문으로 신경쓰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리고 3차에 걸린 논문심사를 끝내고 나왔을 때 아리언니는 제 옆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고 좋은 아리언니를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른 아침! 우리부부는 짐을 싸고 인태는 누워있는데, 방문 밖에서 인태를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인태~ 인태~~"

게슴치레 눈을 뜨고 있던 인태가 벌떡 일어나더니 분을 열고 나가네요. 

저도 인태를 뒤따라 나갔더니 인태친구 임자이가 예쁘게 단장하고 인태를 부르네요.

헤어짐의 아쉬움을 아는지 요 이쁜 녀석들 둘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마주보고 앉습니다. 

퉁퉁 부운 인태는 예쁜 임자이앞에서 엄청 쑥스러워하네요~



짧은 치앙마이의 여정을 마치고 우리 여정의 2번째 도시 수코타이로 갑니다. 며칠동안 우리를 돌봐 준 반차오빠 가족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리 언니가 사는 곳은 수코타이 주 안에 있는 씨쌈롱(Si Samrong)입니다. 치앙마이에서 이곳으로 가는 차는 2등석버스뿐입니다. 거리상으로 치앙마이에서 수코타이까지는 방콕-치앙마이(9시간)의 1/3정도인 것 같은데 시간은 6시간이나 걸리네요. 차표를 살 때부터 부담스럽습니다. 만일...아리언니가 사는 곳이 아니었다면 안갔을 겁니다. 꼬맹이 인태랑 어떻게 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그러나 걱정은 오지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게 맞나봅니다. 저희가 타는 버스에 많은 학생들이 함께 탔습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관심스런 학생들의 눈빛 그리고 인태를 예뻐하는 모습은 금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탄 버스의 종착지가 씨쌈롱이 아니었기에 씨쌈롱이 다가오면 알려달라고 요청을 해야만 했습니다.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에게 회화책으로 태국어를 구사해 보았지만, 이해 못하겠다는 눈치네요. 그래서 혹시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았더니, 자기네 친구 중에 영어가 가능한 친구가 있나봅니다. 조금 기다니면 그 친구가 온다고 하네요. 조금 기다리니 그 학생이 와서 영어로 무사히 대화를 마쳤습니다. 학생 중에 함께 '씨쌈롱'에 내리는 친구가 있다고 하네요~ 정말 다행이네요^^


인태는 2시간 자고, 4시간 버스에서 놀았습니다. 대부분은 먹고, 밖에 구경하고, 차안에 있는 사람들과 눈빛교환하고...


언제쯤 도착하나...싶을 때, 

창밖에 아는 얼굴이 보입니다. 


"아리언니다. 우리 내려야해! 봉석씨 기사아저씨한테 차 세워달라고 해!!"

 



아...세월의 흔적은 우리 둘 몸매를 달라지게 했네요~

언니는 저에게 "난 애 셋 낳고 이런데, 넌 하나 낳고 그러냐???" 합니다. 

하하하하하하 "그러게~~"하고 한바탕 웃습니다.


아리언니네로 가는 버스 안에서 저는 봉석씨에게 소원하나를 말했습니다. "나 시장가서 열대과일 엄청나게 사다놓고 다 먹을꺼야" 근데...역시 아리언니는 저의 단짝입니다. "너가 열대과일 좋아했잖아. 내가 미리 사다놨지. 구아바는 차갑게 먹어야해서 냉장고에 넣어놨으니 꺼내먹어!"


아리언니는 우리를 버스정류장에서 수코타이 농업연구개발센터 안에 있는 VIP숙소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언니는 이곳에서 연구개발부서의 짱이더군요. 벌써 12년차 연구원이니...^^;;;; 언니 덕분에 저희는 이 숙소를 무료로 사용했습니다. 숙소 앞에는 레몬나무가 예쁘게 서 있었는데요, 이곳에서 주력하고 있는 작물이라고 하더군요. 며칠 뒤 이 레몬(라임)으로 연구센터장이 손수 쥬스를 만들어주셨는데 정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때다!!!하고 5~6잔을 한번에 마셨어요. 이 나무...우리집에도 한 그루 심고 싶습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센터안에 있는 언니네 집에 갔습니다. 3명의 아이들이 올망졸망 놀고있는 것으로 보아 언니네 아이들이네요.

첫째이름이 뭐였지?막내 쎕둘째 강


우리가 온 걸보고 언니가 나오네요~ 인태가 언니를 보고 태국식으로 인사합니다. 싸왓띠 캅!


오늘은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습니다. 언니가 제가 좋아하는 얌운센은 내일 해준다네요~ 이히히히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