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 나 이렇게 살아. 넌 애가 하나지?애가 셋이 되면 이렇게 되."
"언니 남편은? 얼마나 자주 와?"
"예전에는 2주에 한 번씩 왔는데, 지금은 한달에 한 번정도? 난 거의 싱글맘이나 같애. 그래도 어떻게 우리 미래를 위해 지금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나도 지금 법공부도 하고있어."
"뭐???? 애 셋을 일하면서 혼자키우는 것도 힘들텐데, 공부까지 한다고??? 형부도 없는데???"
저보다 2살 많은 아리언니는 농업연구소 12년차연구원입니다.
2006년 제가 한국휴가를 마치고 스리랑카로 복귀할 때 첫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남편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었죠.
6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언니는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있네요. 직장에서는 높은 직책에 있고요.
남편이 변호사이니 여유롭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는 않은가봅니다.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하러 방콕에 가서 일하며 공부하고있다네요. 언니도 남편따라서 법공부를 시작했다고 하고요.
언니는 처음 학교에서 만났을 때부터 매우 당찼습니다. 영어가 잘 안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워낙 농업에대한 지식이 많아 공부할 때 제가 많은 도움을 받았었죠. 또 요리면요리, 운동이면 운동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할일도 잘 하고 맺고 끊는것도 확실한 언니가 전 참 든든하고 좋습니다. 하지만 그런 언니에게도 지금의 상황은 참 버거워보이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는 미래를 위해서 이렇게 살아가고있다고 합니다. 힘들때는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아이들때문에 관광못하는 형편을 아쉬워했지만 이 상황 이대로를 묵묵히 받아들이는 듯 했습니다.
문득...여유가 없다며 투덜대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좋아서 시골로 이사했고
꿈이었던 농사를 시작했지만
여유가 없다며 한숨짓고 힘들어했던 제 모습이요.
인태랑 자연에서 논다고 좋아하면서도
작물들을 적절히 돌보지 못한걸 한탄했던...
초보라서 그렇다...이것보다는
제가 정의내린 여유..라는 것이 삶과 모순되어있었기에 더 여유가 없다 느낀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농사를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감동받았던 대표적인 책들이 "니어링부부"의 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4시간 일하고, 4시간 사람을 만나고 4시간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고...
이 4,4,4를 어떤 공식처럼 생각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리고 이렇지 못한 내 현실을 못마땅해 하면서요.
태국여행을 시작한 지 일주일 남짓되면서
여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또 봉석씨가 늘 제게 요구했던 것도요.
"당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의 7~80%만 계획하고 하라고. 계획한 건 꼭 다 하고. 인태도 있는데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길지 어떻게 알고 이렇게 계획을 많이잡는데? 일이 끝이없잖아."
"할일을 다 적어놓은거야. 여기서 못한 건 내일할꺼야."
"그럼 오늘힘들다고 다 내일해도 되는거야? 꼭 해야하는거랑 나중에 해도 되는거랑 구분하면 안돼? 이렇게 다 계획잡은 이유가 뭔데? 다 오늘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한거아냐? 그럼 오늘 다 끝내야하는거잖아. 그래서 내가 말하는거다. 월계획, 주간계획, 일일계획 다 세우라고. 당신이 농장주잖아. 당신이 이걸 안하면 누가해?"
그때는 참 섭섭했는데 지금생각해보니 봉석씨의 말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태국에 있는 저의 친구들도 니어링부부처럼 4,4,4나눠가며 살고있지는 않았습니다. 잠을 잘 시간도 요리를 할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여유없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나에게 오랜 시간을 내주어도 되나??했으니까요.
"우리가 얼마만에 만난건데. 난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까 너가 와있는 동안에는 너한테 집중해도 돼!!걱정하지마."
친구들을 만나면서 봉석씨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여유롭지 못했던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친구가 왔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을 때 기쁘게 시간을 낼 수 있도록 올 한해는 그렇게 계획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