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석&희정/일상

서른 여덞. 사랑하는 두 남자와 함께.

"오늘 뭐하고 싶어?"

"오늘??? 뭐 특별히 하고싶은 건 없는데?

 

"오늘 뭐 먹고싶어?"

"글쎄...서울에서 맛있는거 먹어서 그런지 먹고싶은 것도 없네~"

 

5월9일.

제 생일입니다.

봉석씨는 뭔가를 해 주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제가 뭐 특별한 반응이 없어 난감한가봅니다.

결혼기념일때도 그랬었는데...

전 기념일, 생일같은 날을 특별히 챙기는 것이 자꾸 어색해집니다. 또 제가 뭔가 해주는 것도 없이 받기만 하는 것도 그렇고요. 그래도 뭔가 해주고 싶어하는 봉석씨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결혼기념일에는 제가 좋은 크림스파게티를 봉석씨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었죠. 오늘도 뭔가 말해야 할 것 같아 맛있는 케잌 먹고싶다고 했습니다. ㅋㅋ 생일파티를 하기 위해 오늘 할 일은 끝내야겠죠? 

 

오늘 우리가 할 일은 땔감을 옮기는 일입니다.

옮겨야 할 나무가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수레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우리 꼬마농부 인태도 같이 하겠다고 하네요. 요즘 수레끄는 것을 좋아해서 장바구니용 수레를 하나 줬더니 거기에 나무 하나를 싣고 열심히 옮깁니다. 한 대여섯번 왔다갔다 하더니 힘이 드는지 얼굴표정이 변하네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제가 사진기를 들고 사진을 찍으니 화를 냅니다.

 

"엄마 이거(사진찍는 모습을 흉내내면서) 아니야. 엄마 아니야.!!"

 

사진도 찍지 말랍니다. 어쩔 수 없죠. 사진기를 철수 했습니다.

 

 

나무는 안쪽 창고에 잘 쌓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첫 해 땔감구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정말 고생했었는데, 막상 땔감을 마련해 놓으니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쌓여있는 땔감을 보면 마음이 참 뿌듯하죠. 히히. 나무를 나르는 인태는 나무를 한 쪽에 잘 옮겨놓고 다시 나무를 가지러 갑니다.

 

 

이번에는 정말 힘이 드는지 지친 얼굴로 나무 하나를 수레에 담아와서는 "엄마 옮겨!"하네요.

제가 옮겨놓고 다시 수레를 끌고 내려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인태가 그만하라고 합니다.

 

"수레 아니야. 나무 아니야."

 

어린이 날, 서울에서도 하루종일 수레를 끌면서 좋아했던 인태가 아니라고 하니 정말 힘든 모양입니다.

지친 인태에게 좋아하는 매실효소 한잔과 딸기를 줬습니다. 

 

"인태야 고생했어. 이거 먹고있어. 엄마는 아빠가 아직 일하고 있어서 가봐야해. 조금만 더 하면 끝나니까 엄마는 마저 하고올께."

 

제 이야기에 인태가 벌떡 일어나서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하네요. 결국 다시 같이 내려가서 마무리를 했습니다.

 

오전 동안 나른 나무는 우리 마음을 뿌듯하게 해 주는 동시에 우리 가족을 완전방전 상태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이상하게 몸이 힘든 이 순간도 즐겁습니다.

 

시원한 냉면 한그릇으로 완전 방전된 우리가족 조금씩 충전하고 제 생일파티 준비하러 오늘은 멀리 전주까지 갑니다.

차를 타고 마을을 벗어나는 순간 인태는 잠이 푹 들어버렸네요~

인태를 뒷자석에 잘 눕히고 전 오랫만에 봉석씨와 나란히 앞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이산 들렸다 갈까?"

"마이산? 왜?"

"가고싶어했잖아."

"아니. 인태자는데 가서 뭐해. 봉석씨 이렇게 자기랑 나란히 차타고 가는것 만으로도 기분좋다. 이게 웬일이래~ㅋㅋㅋㅋ"

 

그리고 우리는 전주에 있는 대형마트가서 장수에서 못사는거 왕창~샀습니다. 양가부모님이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주신 금일봉으로. 히히~ 케잌은 오랫만에 아이스크림케잌으로 사고요. 대형마트를 좋아하지는 않는데 또 완전 끊어버리지도 못하네요. ㅋㅋ

 

집에돌아와 생일축하했는데...

쩝...제가 촛불 몇개 껐다고 인태가 울고불고... 다시 불붙이고 노래부르고 인태 혼자 충분히 촛불끄기를 즐기도록 했습니다.

제 생일초에 불끄고 이렇게 혼날 줄이야~ ㅋㅋㅋㅋ

 

 

이렇게 제 38번째 생일날이 지나갑니다.

우리집 멋쟁이 두 남자와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