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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생강

생강 배송을 준비하며...



천번도 넘게 때렸나보다. 
손바닥이 얼얼해서 건드릴 수가 없다. 
30키로 좀 넘은 양의 생강을 포장하는데 
꼬박 4시간을 넘게 서서 생강을 손바닥에 두드렸다.
그나마 오전까지 잎과 뿌리를 제거해 두어 가능했다.

우리집 생강을 구매하는 분들은 
대부분 나를 잘 알고, 나를 지지해 주는 분들이지만
여전히 상품으로 만들어 배송을 할 때면 긴장이 된다.
내 보기에는 귀하고 예쁜 녀석들이지만 
받는 분들에게는 어떨지. 
벌레들이 먹었던 흔적, 잎을 떼어내면서 상처난 곳
조금이라도 더 살피고, 상처없이 흙을 덜어내고 싶은 마음에 
맨손에 생강을 치고 또 쳤다. 

내 상황이 어떨지 미리 아셨는지 
윗집언니가 손수 만드신 스콘하나를 주고 가셨다.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배송을 도와주시는 이웃이 찾아오셨다. 
괜찮아 천천히 해 하며 박스포장과 송장을 붙여주신다.
행여 내가 혼자서 큰 박스를 옮기는 것이 어려울까 오셨단다. 
그리고 우체국에 전화해 조금 천천히 와 달라고 부탁하신다.

마지막 상자를 포장해서 우체국택배차로 달려가는데 
웃으며 나를 반기신다. 
고생했다. 이리와 좀 앉아라...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고 배가 고프다. 
그래도 해가 지기 전에 마저 해야할 일들에 마음이 분주하다. 

괜시리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이 찾아왔다. 
또 그 순간 예전에 만난 농부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한평생 농사를 지으며 
농사짓는 것은 사람살이에 당연하다며 살며시 웃으시던 그 분들...

내 마음을 돌아보니...
나는 아직 멀었구나!!!!싶다. 
언젠가 내 마음에도 그 마음이 가득하길 기대하며 

힘을주어 손수레를 밀며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