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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뱀이다~밭에 뱀이....

양배추, 브로콜리, 배추는 벌레들이 참 좋아하는 작물인가 봅니다.

벌써 며칠 째 잎을 뒤적거리며 벌레들을 잡고있습니다.

 

"욘셕들...이건 나도 먹을꺼야~"

저의 무자비한 살생이 시작되었습니다. 큰녀석들은 닭들을 위해 따로 통에 모아옵니다.

 

저랑 먹이경쟁하다 잡힌 녀석들입니다. 이렇게보니 좀 미안하긴 하네요~ㅠ.ㅠ 저 이런사람입니다. 처참히 죽일 수 있는...

 

오늘은 노지에 심은 배추밭에서 벌레들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볼라벤, 텐빈 그리고 산바까지 3번의 태풍과 만나고 살아남은 배추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노지밭에는 애벌레보다는 방아개비, 메뚜기, 노린재같은 곤충들이 더 많이 있더군요.

저 멀리서부터 배춧잎 하나하나 들춰보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납니다.

 

"왜 밭에서 이런냄새가 나지?"하고 냄새의 행방을 찾고있는데...

제 무릎아래 뱀이.....

 

"아~~악으악 ~~~~아~~~"

 

완전 오도방정떨며 소리소리 지르다 옆에있던 인태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인태는 생소한듯 저를 쳐다봅니다. 순간 너무 민망합니다. 그리고 우리 모자는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뱀이 생각나 인태를 안고 밭에서 나가려했죠.

하지만...자꾸 배추에 있는 벌레들이 눈에 밟히네요. 다시 인태를 내려놓고 벌레들을 잡는데...손이 덜덜덜덜 떨려 더이상 벌레레가 손이 안잡히네요.

 

"안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하고 인태를 안고 주섬주섬 밭에서 나왔습니다.

 

뱀은 분명 죽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냄새도 났던 것 같구요. 만일 살아있었다면 아마도 뱀도 저의 오도방정에 엄청 놀랬을 겁니다. 인태를 안고 집으로 내려오는 길에 또 죽어있는 어린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젠 다리까지 후덜후덜...

 

아직 모유수유중인 인태는 졸리면 "찌찌~찌찌주세요"합니다. 근데 오늘은 사과하나 먹다 그냥 쓰러져 자네요. 하긴 10시에 나가서 1시에 들어왔으니...밭에서 놀다 이집저집 마실다니다...감기걸려 콧물 찔찔 나오는데 많이 피곤할 것 같습니다.

 

2005년 스리랑카에서 마을 수요조사 차 가가호호 인사다닐 때도 많이 만났던 뱀입니다.

2007년 울진숲길 노선조사한다고 다닐 때도 만났던 뱀이고요.

뱀을 멀리서 만나면 서로 인기척을 주고 "넌 네 갈길가라...나도 내 갈길갈께."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호주 공동체 마을아이들이 뱀이랑 같이 노는 걸 보면서 우리 인태도 저렇게 자랐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지금 전 뱀이 무서워 온몸이 후덜거립니다.

사실 며칠 전 퇴비장 가는 길에 뱀 허물을 보고도 식은땀이 주루륵흘렸구요.

 

휴~~우

인태가 오늘의 저의 모습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왠지 기억하면 한참을 놀릴 것 같네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