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막걸리 안주로 최고 멋들어진 풀이 있다면 바로 '닭의장풀'일 것이다. 밭이나 길가에 대나무처럼 생긴 풀이 자줏빛 꽃을 달고 있다. 닭장 아래에서도 잘 자랄 정도로 아무데서나 잘 자라 이름도 '닭의장풀'이다. '닭의 밑씻개'라고도 부르는데 잡초로 천시하는 이 풀을 당나라 시인 두보는 수반에 꽂아두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 하면서 감상했다고 한다.
줄기 마디와 잎이 대나무를 연상시키는 '닭의장풀'은 꽃의 모양이 벼슬을 단 닭의 머리를 닮았다. 꽃은 대부분 파란색이지만 더러 분홍 또는 흰색의 꽃잎을 가진 것도 있다. 닭의장풀은 보통 열을 내리는 데 쓴다. 신경통이 있을 때는 그늘에 말린 것을 물에 띄워서 그 물로 목욕을 했다.
열 내림약과 신경통 외에도 동의치료에서는 당뇨, 오줌 내는 약, 염증 약으로 쓰였고, 급성열병, 콩팥염, 요도염, 순염증에도 사용되었다. 베인 상처나 뱀에 물린 데, 종양이 생긴 부위에는 잎을 붙이기도 한다. 밭에서 일하고 난 뒤, 그늘진 곳을 찾아 새참 막걸리 한 병과 사발 하나를 들고 앉을 데를 찾아 둘러보면 자줏빛 '달개비'가 어여쁜 새색시처럼 우리를 맞는다.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 풍경인지. '닭의장풀'의 또 다른 이름이 '달개비'다. 우리에겐 사실 달개비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다. 꽃은 따서 막걸리 사발에 띄우고, 연한 잎은 똑 따서 막걸리 한 사발 쭉 삼킨 뒤 잘근 잘근 씹으면, 일엽편주에 도화주가 따로 없다.
"할머니, 난 이맘때면 달개비가 최고로 좋아."
"풍류를 아는구먼."
"그렇지. 일과 쉼 그리고 막걸리와 달개비, 하하."
"명지나물이라고도 해."
"명지나물?"
주말농장 팔순 할머니가 내 바구니에 가득 담긴 잡초를 보고 한 마디 하신다.
"뭐하려고 그러누?"
"잡초요리."
"잡초요리?"
할머니는 나를 신기한 듯 바라본다. 젊은 처자가 아는 것도 많다고 덧붙이면서. 할머니는 닭의장풀을 소반에 쪄서 무쳐 먹었다고 하신다. 나물 이름은 대개 지역마다 다른데, 경상도 김천 출신인 할머니는 이것을 명지나물이라고 부른다. 그냥 먹으면 될 것을 왜 쪄서 먹느냐고 묻자 나의 '염소처럼 풀 먹기' 방식을 잘 아는 할머니는 그냥 허허 웃으신다. 음식을 먹을 때는 이런 저런 영양 상태를 따지기보다 편식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아무거나 잘 먹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다. 염소가 풀을 가려서 뜯어 먹지 않고 웬만하면 거의 다 먹는 것처럼.
[이렇게 먹자]
닭의장풀은 대나무 잎처럼 생긴 부분을 잘라 연한 소금물에 살짝 데쳐 갖은 양념을 하면 맛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연한 부분을 따내어 무쳐서 먹는데 풀냄새가 좀 나야 산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꽃은 화전을 만들기도 하고,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비빔밥 재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여린 잎 또한 생잎으로 먹거나 비빔밥 재료로 쓴다. 더욱 좋은 것은 달개비 꽃을 그늘에 말렸다가 밀봉해 두고 뜨거운 물에 서너개 넣어 우려먹는 '꽃차'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오이나 미역으로 냉국을 만들어 먹을 때 달개비꽃을 넣어주면 눈 맛이 먼저 풍요로워진다. 예전에는 이 꽃으로 즙을 내어 물을 들였다고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닭의장풀 - 아무데서나 잡스럽게 피어나도 고상한 풀꽃 달개비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12.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