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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쳐디자인/들풀이야기

토끼풀

 

5월 1일은 유례야 어찌 되었든 많은 직장인들이 쉬는 노동절이다. 그 날 나는 연두농장 식구들과 삼삼오오 감자북을 주러 옥길동 밭에 갔다. 토끼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밭이다. 토끼풀을 요즘 아이들은 '클로버'라고 부른다.

토끼풀은 1907년경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온 풀이다. 그 이전에는 한국에 없었던 귀화식물이다. '행운'을 준다는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풀밭을 뒤지던 사춘기 시절도 있었다.

어릴 적에 토끼풀로 목걸이와 팔찌, 반지를 만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다. 토끼풀 장신구는 어릴 적 여자아이들의 가장 화려한 소품에다가 남자아이들이 여자 아이들에게 주는 가장 예쁜 선물 중 하나였으니까.

연한 토끼풀을 한 잎 뜯어서 입에 가져가니 옆에 있던 연두 식구들이 놀란다.

"이걸 먹어요?"
"그럼, 얼마나 맛있는데. 먹어봐."
"신 맛이 별로예요."
"쌉싸래하니 좋잖아."

노동절이지만 몸이 부서져라 일한 연두식구들과 함께 삼겹살 파티를 했다. 연두 막걸리 등장. 연두식구들이 삼겹살을 싸 먹는 것은 언제나 연두 쌈채소. 나는 자투리 밭으로 달려가서 토끼풀을 따서 물에 휘잉 한 번 휘저은 다음 물기를 탁탁 뿌려서 접시에 내놓았다. 내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먹는 걸 보고 사람들도 하나 둘 토끼풀에 손을 댄다. 이날, 토끼풀을 한 바가지는 먹은 것 같다. 토끼풀은 콩과 식물에 속하는 것으로 땅속의 질소 성분을 고정시켜 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도 토끼풀이 콩잎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하기사 콩잎도 먹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다음날 아침, 눈이 퀭한 채로 농장에 갔다.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잠이 안 와. 꼬박 샜어."
"어머. 나도 그랬는데.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럼 혹시 어제 먹은 토끼풀 때문에?"

그 날 저녁 우리는 토끼풀로 임상실험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지친 탓에 나중으로 미루고 토끼풀에 대한 효능부터 찾아보기로 했다. 아무리 찾아도 불면에 대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기 힘겨울 정도로 생손앓이를 하고 있었다.

저절로 나으려니 했지만 2주가 지나면서 증상이 더욱 심해져서 어쩔 수 없이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터였다. 그런데 그 날,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어? 알고 보니 토끼풀에는 마취성분이 있어서 치통이 있을 때 아픈 치아 사이에 넣고 씹으면 통증이 가시고, 그늘진 곳에서 말려 뭉근하게 달여 마시면 폐결핵과 감기, 해열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토끼풀에 대한 효능을 계속 읽어내려 갔다.

민간에서는 잎 또는 꽃의 추출물을 기침과 폐결핵, 천식에 쓴다. 전초와 씨를 진해약, 이뇨약으로 쓰며, 전초를 황달, 부기, 위장병에도 쓴다. 독풀이약, 진정약으로도 쓴다. 꽃은 아픔을 멈추고 땀을 내기 위하여 감기에 우림약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전초와 꽃을 산전산후의 부인병, 유행성이하선염에도 소염제로 쓴다. 신선한 잎을 짓찧어 거즈로 싸서 뜨겁게 한 후 지혈약, 염증약으로 상처와 생손앓이, 치핵, 부스럼, 화상, 유선암 등에 찜질을 한다.

눈에 번쩍 뜨이는 단어 하나. '생손앓이'. 토끼풀을 잔뜩 먹고 생손앓이를 고치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이 네잎클로버를 보고 그것을 뜯느라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총알을 피하게 되었다면 나는 우연하게 먹은 토끼풀 덕에 생손앓이를 치료한 것이다. 정말 행운의 풀이 아닐 수 없다. 행운의 토끼풀은 땅에게도 행운이다. 척박한 광명 밭에는 토끼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토끼풀에는 질소가 많아서 땅이 척박한 곳에 조성하면 토양을 비옥하게 할 수 있다. 이른바 녹비작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토끼풀이 많을수록 그 땅은 비옥하게 된다.

[이렇게 먹자]

모양도 예쁜 토끼풀은 달짝지근하고 상큼하다. 입맛 돋우는 데는 토끼풀이 최고다. 맛이 상큼해서 샐러드로 먹어도 그만이다. 녹즙으로 이용해도 좋다. 번식이 왕성할 때 먹는 풀이 몸에도 좋은 것처럼 6~7월 토끼풀이 가장 좋다. 토끼풀 꽃은 튀겨서 아이들 간식으로 먹거나 잎과 함께 샐러드로 먹어도 좋다.

생으로 먹을 때는 쓴 맛이 없지만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쳐서 먹으면 쓴 맛이 강해진다. 고지혈과 당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한 달 이상 생으로 섭취했더니 당뇨와 고지혈이 정상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고 한다. 토끼풀은 보기에도 좋은 만큼 한여름 입맛 돋우는 데 이용하면 아주 좋은 잡초다.

[네이버 지식백과] 토끼풀 - 세 잎도 좋고 네 잎도 좋아, 행운을 뜯어 먹자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12.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