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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결혼

결혼식 하루 이산화탄소발생량을 줄여볼까

by 따루 다솜단미 2009. 3. 26.

녹색멋 녹색생활_녹색결혼식도전기_<1회>


글 김희정

바야흐로 새봄, 결혼철이 다가왔다. 그 특별한 하루를 위해 쏟아 붓는 돈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일년에 한 번뿐’ 이라는 면죄부로 넘어가고 있다. 올해 2월 녹색결혼식에 도전한 김희정님의 이야기를 3회에 나눠 전한다.

“참 이상해 나를 돌아오게 하기위해 당신을 나에게 선물로 보내주셨나봐.”

예배가 끝나고 멍하니 앉아있던 그가 읊조리듯 내게 이야기를 한다.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그의 주변이 환해지며 내 머릿속에 한 문장이 스쳐지나갔다. ‘이 사람이야! 너와 함께 갈 사람이.’

녹색결혼식을 고민하기 시작한 까닭

우리는 스리랑카에서 만났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으로 2년 동안 각각 작물재배와 컴퓨터선생님으로 활동을 했다. 스리랑카는 우리나라에 비해 돈은 없다. 그러나 푸름이 가득하고 사람과 동물이 한 공간에서 같이 살 수 있는 평화로운 곳이었다. 가끔 원숭이가 집안에 들어와 이것저것 부수며 놀아 골머리를 썩긴 했지만. 그 속에 살다 돌아온 고향, 서울의 회색도시 생활은 답답하고 각박했다.

결혼준비를 하면서는 불편한 마음이 더 커져갔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위기에 당면한 지금도, 결혼식 당일 1시간의 행사로 인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가 개인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배출량 1년 그 이상이라고 한다. 또 결혼식의 핵심으로 보이는 보석, 한번 입고 장롱 속에 숨어 지낼 결혼식을 위한 옷가지며 수많은 나무와 꽃들로 훼손될 자연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혼식 필수과정인 피부관리, 우리는 집에서 천연팩을 하며 결혼식을 준비했다.

녹색결혼식을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우리는 먼저 ‘결혼식세트메뉴’를 포기했다. 한 몸으로 만들어 가는 이 성스러운 예식을 누군가 만들어놓은 틀에 넣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일하는 시간을 쪼개어 스스로 찾아 준비해야하고, 또 이미 화려함에 익숙해진 내 눈과 내 귀는 결혼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사정없이 펄럭거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조’를 키기기 위해 원칙을 세우고 행복한 고통을 마주하기로 했다.

1.환경파괴와 인권유린이 심한 보석은 하지 않는다.

2. 숲을 파괴하며 만들어진 물건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3. 원자력으로 만들어진 전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가전제품만 쓴다.

4. 우리나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책임 있는 소비자가 된다.


생각을 바뀌면 피부가 화사해져요

신부준비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과정이 바로 피부 관리이다. 행여 연하신랑과 나이차이가 나 보일세라 난 피부에 상당히 예민해 있었다. 평소 화장으로 얼굴의 잡티를 잘 감추고 다녔는데, 간간히 나타나는 여드름이 수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피부과 치료를 받아도 별 효력도 없었는데, 어느 날 그가 내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화장 안하면 안 돼? 난 화장 안하는 게 좋은데…” 하지만 화장을 지우고 본 거울 속 내 모습은 ‘칙칙’ 그 자체였다. “이게 예쁘다고?” 비아냥거리며 내가 이야기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어, 그게 훨씬 나아. 뭣 하러 화학약품을 얼굴에 바르고 다녀. 이제 그냥 그렇게 다녀.” 결국, 그의 말에 힘을 입어 화장품 사용을 줄이고, 가끔 천연팩을 하면서 채식위주의 소식하는 것으로 식습관도 바꾸었다.

처음에는 주변사람들로부터 ‘어디 아파요?’ 라는 말만 들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얼굴에 뭐했어요? 얼굴이 화사해요.’라고 이야기 듣는다. 이 모습 그대로 평소 좋아하는 옷가지 몇 벌을 챙겨 사진을 잘 찍으시는 지인을 찾아가 사전촬영을 했다. 비록 그분은 전문사진기사는 아니지만, 그분의 카메라 안에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잡은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 모습이 있었다.


재생종이청첩장에 우리만의 초대글을 담아

결혼식장은 대중교통이용이 좋고, 식장에서 제공하는 결혼식패키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며, 자체식당이 있는 곳으로 결정했다. 특별히, 결혼식을 돋보이게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하도록 배려해 주셨다. 다만, 식당이 우리농산물만을 사용하여 음식을 만들지 않아 하객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식장을 정하고, 바로 초대장 제작의논에 들어갔다. 물론, 인터넷과 문자로 결혼초대장을 보낼 수도 있었으나, 컴퓨터가 어려운 분들도 위해 <작은것이 아름답다> 편집부 도움을 받아 숲을 덜 해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용지와 봉투는 재생종이로 하며 일반 카드크기가 아닌 규격종이를 이용해 파지발생을 줄였다. 초대장에는 사전촬영 사진과 만남부터 결혼결정까지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실 기존의 틀을 깨고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만든 초대장이라 받는 사람들(특히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심지어 우리 청첩장을 자신들 집 액자에 끼워놓고 오는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분들도 있었다. 왠지 우리가 새로운 청첩장 문화를 이끌어 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다음날에 이어집니다

김희정님은 현재 녹색연합 정책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녹색 결혼을 준비하며 지난 2월에 새로운 가정을 꾸린 새색시 김희정님은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고자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www.jaga.or.kr - 2009 꽃내음달(3) pp116~118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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