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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결혼

결혼식날을 푸르게 푸르게

by 따루 다솜단미 2009. 4. 4.

0903_녹색생활_녹색결혼식도전기_<2회>

 


바야흐로 봄, 결혼식철. 그 특별한 하루를 위해 쏟아 붓는 액수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일생에 한 번 뿐’ 이라는 면죄부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녹색결혼식에 도전한 김희정 님의 이야기를 3회에 나눠 전한다. 


글/사진 김희정


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금값이 뛰었다. 예전엔 1돈에 5~6만 원이었던 금값이 지금은 20만 원을 넘나든다. 그래서 요즘 결혼반지를 하는 사람들이 금 대신 은을, 다이아몬드 대신해서 모조 다이아몬드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이제 내게 너무 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나는 o재단 프로그램으로 몽골의 한 금광현장을 갔다. 그곳에서 금을 얻는 과정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금은 유독성화학물질인 시안화물을 땅에서 채취한 흙과 잘 섞어 금을 걸러내었다. 그 과정에서 이 시안화물이 잘 처리되지 않으면 식수가 오염되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과 동식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심지어 무허가 금광채취 때는 좁고 깊은 땅속에 들어가기에 알맞은 어린아이들을 인신매매하여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문제의 대안으로 ‘책임 있는 광산개발’을 하는 사업장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안 뒤 나는 보석들이 부담스러워졌다. 결국 예물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예비신랑에게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불편한 마음을 고백했다. 내 이야기를 한참 듣고 그는 “그럼 그렇게 해! 난 괜찮아. 어차피 반지는 껴본 적도 없으니까.” 라며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양가부모님께도 이런 우리의 마음을 전달했다. 다만,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보석을 탐하는 마음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에 내 결정은 ‘이제부터는 보석을 사지 않겠다.’였고 여전히 액세서리들을 몸에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부모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그저 ‘검소한 사람’정도로 여겨 “어차피 네가 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주는 거니까 그냥 하고 다녀!”라고 하셨다. 아차! 하는 마음에 오랫동안 간직했던 보석들을 다 처분하고 나의 결의를 보여드렸다. 결국 함에는 예비신랑부모님의 붓글씨로 쓴 편지와 내게 필요한 사진기를 넣어 보내주셨다.   




손수 만든 결혼식드레스를 입은 날

“왜 결혼식은 어디나 똑같이 흰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을까? 그렇다고 전통혼례를 하자니 우리만의 색깔을 담기가 쉽지 않고… 그럼 결혼식 예복은 한복으로 하고, 형식은 요즘형식으로 우리가 직접 준비해 볼까?” 사실, 단 하루 결혼식을 위해 많은 옷들을 준비하는 것이 경제나 환경을 생각할 때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한번뿐인 결혼식을 그냥 예식장에서 대여하는 건 왠지 아쉬워서 평소 입을 수 있으면서도 예식에 어울리는 옷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내가 고르는 한복은 예비신랑 눈에 너무 화려하고, 반대로 그가 고르는 것은 내 눈에 너무 소박하기만 했다. 그러던 가운데 인터넷 생활한복 카페( http://cafe.daum.net/lifehanbok )에서 예쁜 생활한복을 발견했고, 생활한복을 가르치시는 카페지기 이춘희 선생님의 권유로 복지관에서 무료강습을 받으며 우리만의 결혼식예복을 만들기로 했다. 생활한복 원단을 이용해 내 옷은 흰색치마로 예식장에서는 드레스로 입고, 끝나면 저고리를 걸쳐 한복으로 입을 수 있게 했다. 물론 구멍 난 양말하나 꿰매기 싫어 새것을 찾던 내겐 엄청 어려운 일이었다. 예식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내 옷은 마무리가 되었다. 옷을 입고 거울에 비췬 내 모습은 입가에 피만 없을 뿐 거의 ‘전설의 고향’ 주인공을 연상시켰다. “이게 뭐야? 소복 같잖아!” 순간 난 정신이 멍해지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드라마에서처럼 드레스입고 나타난 신부를 보면 신랑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런 장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어 눈물까지 나왔다. 결국 예비신랑과 함께 선생님을 찾아갔다. 확실히 선생님은 이래서 선생님인가보다! 싶었다. 내 입은 옷에 허리에 리본을 달아 띠를 두르고, 패치코트를 입어 치마를 부풀린 뒤 머리에 면사포를 쓰니 소복이 어느새 결혼식드레스로 변해있었다.

결혼식에 오신 분들은 우리가 예복을 손수 만들어 입은 모습에 새로움을 느끼셨는지 어떤 분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같다며 칭찬하셨고, 어느 분은 내 키를 물어보며 자신의 딸 결혼식 때 빌려 입을 수 있겠냐고 물으시기도 했다. 소복 같다며 눈물 흘렸던 상황에서 멋진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우리가 입은 예복을 준비하는데 들인 비용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10만 원이 채 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더 놀랄 것 같다.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는 결혼식

‘환경을 생각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왠지 환경을 생각하는 것은 ‘부자들의 전유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이나 인터넷에 소개된 결혼소품은 너무 비쌌다. 선택을 해야 했다. 무리할 것인가! 그냥 적당히 할 것인가? 난 둘 다 싫었다. 고민하던 가운데 동료들과 친구들이 “뭐 필요한 거 없어?”하고 물으면 ‘이거다’ 싶어 그들이 해 줄 수 있는 선물을 받기로 했다. “내가 보석대신 화환을 쓰고 싶은데요, 결혼식용 화환과 부케를 만들어 줄래요?” “그날 시간되면 영상 찍어주세요.” 또 몇몇 친구들에게는 도심 속 결혼식장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실 하객에게 감사하는 뜻을 전하며, 휴지대신 손수건을 사용해 열대우림을 지키자는 뜻을 담은 손수건 천연염색을 도와달라고 했다. 재료구입부터 염색하고 하객에게 나눠드리는 것 까지 함께 함께해준 친구들은 재밌는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며 오히려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또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결혼식에 와주셨던 분들이 우리가 만든 손수건을 갖고 다니시는 것을 보게 되니 참 좋았다. 친구들과 함께 진행한 결혼식이어서 더욱 뜻이 있었다. 덧붙여 결혼식 탄소상쇄금으로 양가부모님께서 축의금의 1퍼센트를 생명의 숲에서 진행하는 ‘러브그린’의 숲조성기금에 기부하셨다. 


- 다음날에 이어집니다




김희정 님은 녹색연합 정책실에서 활동하고 있다. 녹색 결혼을 준비하며 지난 2월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자연에 가까운 삶을 살고자 조금씩 노력하는 새색시이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www.jaga.or.kr - 2009 잎새달(4) pp116~118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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