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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임신

예수님은 왜 말구유에 태어나셨을까?


내가 임산부라서 그럴까?
내 주변 상황만 보면 저출산시대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한 달 사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출산을 했다.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갔는데, 한 사람은 다인실 병실에 다른 한 사람은 일인실 병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행이도 두 산모와 두 아이 모두 건강하다. 힘들어 보였지만, 그래도 행복해보였다. 
심지어 부럽기까지...*^^*

다인실 병실을 이용한이는 커튼을 이용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잠시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는데, 병실 안 인터폰이 울리고 옆 침대 산모가 전화받으라고 한다. 인터폰은 각 침대마다 있는 것은 아니였다. 전화를 받은 산모는 "모유수유 하러오래~ 애기 볼 수 있겠다." 하며 밝은 얼굴로 이야기를 한다. 이 병원은 신생아 면회시간이 따로 있는데, 그 시간외에는 아이를 볼 수 없다고 한다. 대신, 모유수유는 산모가 신생아 옆방에서하는데 그때 아주 잠깐 아이를 방문한 사람에게 보여준다. 순식간이라서 아이의 얼굴을 다 볼 수 없기에 난 사진을 찍어 아이의 모습을 찬찬히 보았다. 사진 속 아이는 아빠와 꼭 닮았었다.

일인실 병실을 이용한 산모는 상황이 달랐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늦은시간에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에도 산모 아이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일인실은 산모가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그 곳은 쇼파, 티비 등 기본 시설을 갖추었고, 간호사도 아이와 산모의 상태를 물어보기 위해 병실로 찾아왔다. 산모가 필요한 것이 있을때는 병실에 있는 인터폰을 이용하면 됬다.  

일인실 병동에 있는 산모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불쑥 "돈이 좋기는 좋구나!"라고 신랑에게 이야기를 했다.  신랑이 뜬금없이 무슨말이냐고 묻기에...일인실과 다인실 산모, 아이를 만난 내 느낌을 이야기했다. 일인실에 있는 산모와 아이를 방문했을 때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어 막 태어난 아이가 엄마를 닮았는지 아빠를 닮았는지, 머리카락은 검은지, 머리숯은 많은지 적은지...심지어 자다가 깬 아이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깨끗한 병실에서 편안하게 앉아 산모와 출산당시 이야기를 리얼하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방문한 사람도 출산한 사람도 다른이들 눈치보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들...나도 모르게 두 상황이 순식간에 비교가 되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병원에는 보통 다인실, 일인실, VIP실이 있는데, 각 방마다 지급되는 물품(기저기, 젖병 등)또한 등급이 다르단다.

10주 앞으로 다가온 나의 출산.
난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을 것이고, 내가 다니는 조산원은 따로 입원이 되지 않기에 아이를 낳고 움직일 수 있을 때 산후조리원이든 집으로 가야한다. 첫 출산이기도 하고, 당분간 주경야독을 해야하는 신랑의 상황이 있어 산후조리는 친청부모님집에서 하기로 했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아마도 사람들이 편하게 방문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물론, 이 모든것은 내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위해서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정말 돈이 없어서 선택이 아닌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 심지어 병원도 못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에 문득 지난주 일요일 친구소개로 청파교회에 갔다가 설교말씀 중 들었던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났다.

몇년 전 돌아가신 동화작가 권정생선생님 이야기였다. 권선생님은 한평생 작은 쪽방에 살다 가셨다. 그런데 이분이 돈이 없어서 그랬던건 아니란다. 인세만해도 일년에 억단위에 수입이 있는데, 자신을 위해서는 돈을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그날도 돈이 부족해 출타했다가 완행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기차에서 부득불 자신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아주머니를 만났다고 한다. 자리에 앉아 아주머니를 올려다 보며 순간 '교회다니세요?' 하고 물으셨다고 한다. 순간 아주머니는 어떻게 알았냐고 이야기하면서 묻지도 않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집에서 일을 하고있는데 한 거지가 찾아왔다고 한다.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를 바쁘니까 다른 곳에 가라고 야박하게 쫓아냈는데, 되돌아가는 그 거지의 뒷모습이 마치 예수님처럼 보였다고 한다. 순간 먹을 것을 챙겨 거지를 쫓아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단다. 그 이후 아주머니는 만나는 사람들이 예수님처럼 보여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사람들을 대하니 그렇게 마음이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권선생님은 자신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에서 소개하며 자신이 들은 최고의 설교라고 표현하셨다. 이미 책으로 읽었던 이야기인데, 설교말씀으로 다시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만나는 이를 예수님 대하 듯 하고, 가진것이 많아도 그것을 자신이 아닌 북녘의 아이들 또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사용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순간 왈칵 눈물이 쏟아졌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산했지만 형편이 달랐던 산모들을 만나면서 또 다시 생각을 하게된다. 사실 출산은 생에 몇번 없는 특별한 일이고, 잠시라도 편안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뭐? 그정도는 투자할 수 있지...이렇게 생각하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떠올랐다.

왜 예수는 말구유에서 태어났을까? 왜 마구간이었을까? 갑자기 태어났기 때문에? 빈방이 없어서?

출산을 하는 사람들 중에 일인실, VIP실을 이용할 수있는 사람들은 과연 전체의 몇 퍼센트가 될까? 그 곳만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돈이 없어 병원에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문득, 나의 모습을 바라보니 난 참...가진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수님처럼 살고싶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여전히 가진것도 버리지 못한 것도 너무 많구나~ 누리고 있는게 너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게도 우리 랑이가 내 안에서 자라면서 이런 생각들을 더 많이 하게된다. 마치 랑이가 내게 이런 가르침을 주러 온 것 마냥..."엄마, 우리 소박하게 살자!더 가난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