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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200206

필리핀 농업유학 시리즈 1


저렴한 가격, 영어사용가능 그리고 화산재로 뒤덮인 지역을 개간하여 만든 농장이 있는 곳.

그곳으로 오늘 떠난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날 위해 우리 식구는 공항으로 총 출동한다. 우리 식구 중에는 운전을 할 있는 사람이 없어 오빠와 절친한 친구인 오군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우리 다섯 식구는 오군의 승용차에 몸을 구겨 넣었다. 얼마나 비좁았던지 공항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나왔는데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버렸다. ‘아~~~흐’ 연실 코에 침을 발랐다.

가난한 학생으로 외국에 공부하러 가게 되니 돈보다는 짐이 많다. 여행사 다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좌석은 싼 이코노미 석을 샀지만, 짐의 무게는 비즈니스 석만큼 싣게 되었다. 그리고 부피가 작으면서 무게가 나가는 책들은 기내에 싣기로 했다. 행여 공항관계자에게 들켜 짐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될까 염려되어 내 짐이 가벼운 척 하면서 드는 연습을 했다. 마치 우리가 곧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처럼.


탑승안내 방송이 나왔다.

“짐 안 걸리게 기도해줘. 내가 무사히 통과하면 반대편에서 손 흔들게.”

“알았어. 잘 해”

젖 먹던 힘을 다해 여유 있는 표정으로 짐을 들었다. 아무 일 없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약속대로 가족들에게 기쁘게 손을 흔들며 비행기 탑승 장으로 향했다.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친구가 준 편지를 읽었다. [아침을 닮은 친구야. ~~~~~중략~~~~~너와 내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섭섭하지만 그로인해 우리가 더욱 단단해 질 수 있을까라고 믿어. 건강하고 잘 지내. 너의 친구 xx가]

“혼자 가는구나!”

글자위로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4시간의 비행과 또 다른 4시간의 차를 타고 필리핀에서 공부할 학교를 알아봐 주신 목사님 내외가 계신 화산재로 덮인 바로 그 농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나는 농장에 자원봉사로 한국에서 파견 나온 김양과 함께 콩밭을 맸다. 뜨거운 햇볕도 괴로운데 뭐가 콩인지 잡초인지 구분이 안 된다.

“너 생물학과 졸업한 거 맞아?” 뒤통수에서 따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게요. 그런 거 같은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네요.” 한손에 콩줄기를 들고 배시시 웃어버렸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밭을 맸는데도 여전히 난 같은 고랑 안에 앉아있다. 허리는 빠질 것 같고 힘들어서 완전 죽을 맛이다. ‘사막에 농사를 짓겠다고 꿈만 꾸는 거였는데…….’ 농사체험 첫날부터 나의 꿈이 산산이 조각났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