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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마을

펌]# 2009년 홀로 복지순례 - 농촌을 다닐수록 곧게 내리는 사회사업가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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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다녀온 곳들을 정리하면

영양, 괴산, 곡성, 고창, 영광, 거창, 홍성, 옥천, 진안, 남원...

 

짧게 들린 곳도 있고

비교적 며칠 지내며 사람을 만나고, 지역을 둘러본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다닐수록

지역의 경관, 자연도 눈에 들어오지만

그보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의 '살림살이'와 '생각'을 더 유심히 살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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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진안과 남원 실상사를 다녀왔다.

 

 

진안은 지금 한창 마을만들기의 열풍이

전국 곳곳의 농촌에 몰아치는 가운데,

그 일의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선도적인 역할을 주도한 구자인 박사란 분은,

일본에서 풀뿌리 지역활동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돌아와

진안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지금까지 행정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하며

 

적어도 10년을 바라보고 '귀농귀촌 1번지 진안'을 그리고 있는 분이다.

 

그는 이미 유명해진 마을간사, 마을조사단을 기획했고,

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역량을 강화하여 스스로 주체적인 마을개발을 이루는

이른바 '내발적 발전'을 주창하고 있는 사람이다.

 

(관련기사)

 

"귀농, 농사 지을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세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416094935§ion=03

 

"마을 바꾸기? 서두르면 씨도 안 먹혀요"

http://media.daum.net/society/affair/view.html?cateid=1010&newsid=20070626114310076&p=ohmynews

 

"'삼총사'떴다, 농촌마을이 신났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life/2123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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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날,

구자인 박사가 농어촌진흥관광공사 공무원분들을 대상으로 한

발표(전북 진안군 마을 만들기의 경험과 과제)를 들었다.

* 밑의 내용은 실상사 귀농학교 발표 내용도 보탠 것입니다

 

 

 

"마을 만들기 사업을 주민이 주체가 되어 한다는 내발적 발전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 현재 전국적으로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마을 관련 사업이

 약 1,500개가 넘는대요.

 거의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PPT자료가 파일용량이 큰 관계로 캡쳐한 파일을 사진으로 첨부합니다)

 

 

 

"귀농이란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결단이고

 행정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은 사실 이전에는 없거나 적었던 일입니다."

 

 

 

"저는 지역주민의 교육과 학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습을 통해 성장하고, 마을 만들기 사업들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역량을 강화해가는 과정이 있어야 내발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시장에 덜 의존하는 마을도 중요하고

 행정에 덜 의존하는 마을도 중요한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을에 눈이 와서 길에 쌓이면

 면사무소, 군청에 전화해서 눈치워달라고 그러거든요.

 마을 쓰레기 분리수거, 청소도 마찬가지고요.

 

 원래 마을 청소며 눈치우는 일이야

 당연히 마을사람들끼리 했던 거잖아요.

 

 지금 농촌인구가 고령화되고

 인구 유입이 적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구는 줄게 뻔한 사실이고

 일본은 몇 개면을 합치는 행정구역 개편도 했고요.

 

 결국 그래서 한 군의 인구가 5천명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하려면 공무원들은 더 늘어나야 돼요.

 끊임없이 행정이 해야할 것들보다 다른 것들에 집중해야 되는거죠.

 

 행정은 행정이 할 일에 집중하고

 민간은 민간의 몫을 해야죠.

 

 그 둘이 긴장된 균형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지속가능하다고 보고요."

 

 

"전문가라는 게 저 같은 사람(구자인 박사)도 있겠지만

 외부 전문가보다는 귀농귀촌인들 중에 전문성 가진 사람들을 발굴해내서

 마을과 결합시켜야 돼요.

 

 이 전문가 집단과 주민간의 상호학습과정을 통해

 대립과 불신을 극복해야 된다고 봐요."

 

 

 

 

 

 

 

"그린 빌리지 사업 같은 경우는

 으뜸마을 사업 하기 전에 마을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마을 분들이

 이 사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의지가 있는지

 그 여건과 역량을 가늠하기 위한 사업이라서

 연 150만원만 지원하거든요.

 

 그러다보니 보통 기존의 이장님이나 마을운영위원장들께서

 현금보조나 마을 개발 사업비들이 큰 돈 단위를 기대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 정도 드린다면서,

 마을 경관을 보기 좋게 개선하면 어떻겠냐 제안하면

 푼 돈 가지고 장난 하느냐고 하시는데,

 

 사실 이 사업 때문에 마을 할아버지들께서 나서서 함께 일하시기도 하고

 마을 일에 마을 사람들이 푼 돈 모아 기부하거나 투자하시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사업을 잘 마친 마을 분들은

 마을 만들기 사업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아세요.

 그리고 오히려 예산이 적으니 더 잘 되고, 분란이 없기도 하고요."

 

"으뜸마을 가꾸기 사업은

 주민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토론, 협동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마을 만들기의 기본과 기초가 민주주의의 토대라고 보거든요.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의 중장기 발전 계획을 작성하고 검토, 보완하고요.

 마을의 위성지도를 놓고 입체적으로 분석하세요.

 

 평소에는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평면적으로 바라보았던 자기 마을과 주변 자연들을 새롭게 보기 시작하시는거죠."

 

"마을 만들기 사업은 단계가 있어야 해요.

 더디 가더라도 이를 거치지 않고 가면,

 결코 제대로 가는 게 아니라고 보죠."

 

"저는 체험마을은 최소화해야 된다고 봐요.

 도시인들하고 교류할 때 친밀감을 토대로

 부수적인 농산물 판매 증대를 조금 기대하는 것이지,

 그것 자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산촌 생태체험마을을 개인적으로 가장 비판하는대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이 팀들은 시골의 가장 구석진 곳만 찾아다녀요.

 

 그렇게 산 좋고 물 좋은 곳만 찾아다녀서 하드웨어만 만들고

 교육, 훈련받지 않은 주민들하고 일을 하려드니 일이 안 되죠.

 안 움직이니까요.

 

 또 그런 마을일수록 원래 끈끈했는데

 그 사업 하면서 분란이 참 많이 일어나요.

 안 일어났다는 마을을 거의 안 본 적이 없어요."

 

"중장기적으로 지역주민이 교육, 학습하고

 외부인재의 영입과 보완을 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를 밟아야죠.

 

 사실, 농민이야 말로 농민만의 '고집'이 있는데

 본인들이 주체적으로 이루어내는 경험을 반복 하면

 저는 그 고집이 마을의 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결집할거라고 봐요."

 

 

"외부인재 유치를 통해 지역내 학습역량을 강화해야죠.

 그 과정이 마을간사나 마을조사단 같은 사회적 일자리라고 보고요.

 

 마을간사가 리더가 되려고 하면 안 돼요.

 마을에 리더가 둘일 수는 없잖아요.

 마을운영위원장께서 하시도록, 매개자나 조정자 역할을 해야죠.

 

 그 외에 마을간사 일에서 제가 강조하는 것은

 마을 신문 만드는 것이고요."

 

 

 

"요즘 보면 녹색성장 이야기 나오면서

 각종 지자체들이 귀농하시려는 분들한테

 정착지원금을 준다고 홍보하고,

 농림수산식품부도 그 계획을 발표하고 그러는데요.

 

 저는 귀농하시려는 분들이 농사 짓는 건

 당분간 텃밭으로 만족하시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봐요.

 

 원래 도시에서 일했던 전문성들을

 어떻게 농촌에서 접목해서 살려쓸지를 고민해야 된다는 이야기죠.

 장사했던 분은

 시골 어르신들 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거죠.

 

 

 지금 농촌에 부재지주 빼고도 남는 땅이라고 해봤자

 기존 농민들 땅이 거의 다인데

 귀농하자마자 몇 천 평씩 농사짓겠다는 건

 기존 농민들의 땅을 사지 않고선 힘들거든요.

 

 또 정착지원금 받는 건,

 시골이다보니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받았는지

 마을에 들어오면 이미 다 아세요.

 

 당장 보조금 받으면 약이 될 것 같지만

 받고 뒤돌아서면 바로 독이 되는 거거든요.

 

 마을에서 바로 낙인이 찍혀요.

 돈 받고 온 사람이라고.

 

 또 그 돈이 원래 농민인 '집토끼'한테 줄 돈인데

 엉뚱한 '산토끼'가 받는 거라 생각하시거든요.

 IMF 직후에 많이 귀농했던 분들이 다시 많이 떠나갔던 걸 본,

 그런 경험들이 있으시거든요.

 

 한 마디로 '다시 갈 놈들한테 왜 헛돈 주냐' 이렇게 보시기 쉽다는거죠.

 

 그리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프로 농사꾼들도 한 해 농사 실패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처음 농사짓겠다는 분들이 몇 해 안으로 성공하겠다는 건,

 

 저는 거의 도박이라고 봐요.

 100명이 가서 하시면 2, 3명이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요.

 

 또 지역분들한테 안 좋게 보이면서 들어온 거니까

 외롭고 힘들죠.

 

 시골에선 입에서 입으로 오가는 정보를 알아야 하는 게 많은데,

 관계가 안 좋으니까 그런 것도 모르고 지내기 쉽상이고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시는 경우가 참 많죠.

 

 거기다가 보통 배우자한테 자세히 설명하고 의논하기보다는

'나 믿고 따라와라'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흙이 좋고, 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농사짓지만

 그 해 여름되면 부인 되시는 분들은

 풀 뽑다가 한숨 팍팍 쉬시면서

 '내가 속았지...'하시거든요."

 

 

"특히 귀농하시는 분들,

 유기농이니 자급자족이니 단순소박한 삶 이런 거 지역주민들한테

 이야기 안 하시는 게 나아요.

 그런 티 안 내는 것도 그렇고요.

 

 귀농하시는 분들 중에 보면

 머리 길러서 묶고 수염 기르고, 개량 한복 입으시는 분들 있잖아요.

 

 동네 분들이 그런 분들 보고

 '사람은 좋은데, 그런데 뭔가 이상해' 이렇게 보세요.

 

 그리고 할머니들 제초제치면

 '할머니, 사람 먹을 건데 왜 약을 치세요~' 이러는 거

 정말 할 말이 아니에요.

 

 허리 굽은 할머니한테는 이 제초제가

 신이 내린 선물이거든요.

 

 맨날 허리굽히고, 죽어라 풀 뽑아야 되는 걸

 딱 한 번 뿌리면 안 나는데

 그걸 손으로 뽑으란 얘기잖아요.

 

 예전에 어르신들 농기계 들이기 전까진

 다 그렇게 하셨거든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힘들어서 안 하는 건데,

 그걸 훈수한답시고 얘기하니

 겉으론 얘기 안 하셔도 속으론 기가 차실지도 몰라요.

 

 차라리 그렇게 유기농하실거면

 본인 논, 밭의 풀은 다 뽑으시고

 옆의 어르신들 것까지 다 판로 만들어드리고 나서

 '친환경 같이 하시겠습니까' 해야 하는거죠."

 

 

"귀농귀촌인들한테 마을의 통과의례는 참 중요해요.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한 마디로 '집들이'인데,

 이걸 마을 이장님 같은 마을 어른한테 가서

 '제가 이사와서 마을 어르신들한테 한 번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자리 좀 마련해주시겠습니까' 하고 부탁드리면 되거든요.

 

 그 비용을 20만원 지원하는거죠.

 보통 2,30만원이면 마을 분들 술까지 해서 한 끼 정도 대접할 수 있거든요.

 

 그런 자리에서 떳떳하고 공식적으로

 '시골에 이런 이런 일을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하고 인사드려야죠.

 

 그래야 마을 분들이 봤을 때,

 '그래도 저 사람은 좀 된 사람이네' 이렇게 보시는 거니까요."

 

 

"귀농귀촌인들끼리 사이도 참 중요해요.

 도시에서 큰 결단을 하고 오신 분들이라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마을 분들하고 다투는 것 만큼이나

 도시 분들끼리도 많이 다투거든요.

 

 마을 분들이야 죽이네 살리네 하며 싸워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잘 지내는데,

 

 귀농귀촌인은 서로 싸우면 도시에서 하던 것처럼

 아예 안 봐버리거든요."

 

"저는 귀농귀촌인들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는 지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나중에 지역주민들이 반기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히고 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보거든요."

 

 

"저는 마을의 자연,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고

 마을 주민들이 행복한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대요.

 보통 마을 축제하고 그러면

 도시사람이 즐거울 거리들을 고민하면서 막 건물을 세우고 그러는데

 정말 마을축제면 마을 주민들이 행복한 축제여야죠.

 마을 축제들은 도시사람들 끌어오는 것은, 이제 집중해야 할 게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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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에 가기 전에 이정일 선생님과 연락을 하며

가서 꼭 물어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여쭈었다.

 

진안에 가서 만난,

진안노인복지센터장이자

농어촌복지실천가협회 회원이신 이문수 선생님께도

중점적으로 보고 들어야 할 것들에 대해 여쭈었다.

(있는 동안 진안의 모든 면소재지를 차로 직접 운전해주시고

 식사, 잠자리 모두 기꺼이 챙겨주신 이문수 선생님, 오미선 선생님 고맙습니다)

 

진안에 오는 날,

평소 진안 마을간사 제도에 대해 관심이 많은 원한이형도

정보원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여쭈어볼 거리를 보태주셨다.

 

이를 진안에서 남원 실상사로 귀농학교 분들께 특강하러 가는,

구자인박사와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얘기를 나눴다.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마을의 비전은 무엇인지?"

 

저는 4가지가 목표면서 이룰 점이라고 보는데,

평생학습 / 주민자치 / 경제자립 / 상부상조 이 네가지 축을 생각하죠.

 

"지금 하는 일들이 기존 토착민(지역농민)들이 보시기에 어떻게 여기시는지?

 그리고 그 분들의 삶에 어떤 영향, 변화를 주는지?"

 

(직접 지역농민들을 만나 여쭈어 보면 더 좋았겠지만,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아직 생각들이 분분하죠. 오해도 많고요.

제 개인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여기는 건 마을 간에 경쟁의식이 생겼다는 거고요.

 

그러나 아직도 보면 마을에 분란이 많아요.

이장 - 위원장의 권력 구도가 생기거나

위원장 하는 일을 오해하거나

정치적으로 안 좋은 마을 여론을 만들어서 결국 사람을 바뀌게 하는 등

분란이 많죠.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에 들어와서 기존의 지역농민들과

 어떻게 연결고리를 맺고 관계 맺어가는지?"

 

집들이 지원 프로그램이 아까 말한 것처럼 있고요,

 

우리(귀농귀촌 활성화센터)야 귀농하신 분들의 데이터야 정리하지만

그 외에는 사실상 개인적으로 알아서 하죠.

 

"마을간사 일로써 사회사업을(가령, 시골사회사업팀처럼) 할 수 있다 보시는지?" 

 

(얘기 나누며 철암의 활동들을 사례로 들어, 설명드렸습니다)

 

마을 간사가 하는 기본적인 업무가 있는데

마을의 회의 때 안건이나 내용 기록을 하고 이를 관리하고요,

 

읍에서 매주 금요일에 있는 '금요장터'에서

마을의 농산물을 유통하고요.

 

마을신문을 만드는 일,

그리고 마을회의보다 큰 단위의 상급회의 및

위원장이 하는 일의 서류보조를 하죠.

한 이정도가 기본 업무라고 봐야죠.

 

기본적으로 마을간사 일을 2년 이상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 그 이상 하지 마라 그래요.

마을간사 일은 귀농훈련 과정이라고 보거든요.

 

물론 마을 간사일도 만만치 않아요.

그렇지만 마을 일(마을 만들기 사업)이 되도록 돕는 게 마을간사 역할인 것은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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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간사 일을 했었고

지금은 도농교류센터(귀농귀촌활성화센터 내 부서)에서 일하는

조헌철 선생님이 마을간사 일, 마을신문 일을 얘기해주셨다.

 

"마을 일이라는 게 보기보다 비합리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을 거에요.

 마을 회의도 그렇고, 마을에 정보 전달하는 과정도 그렇고

 합리적인 합의가 좀 어려워요.

 

 의외로 자기 이해관계에 득이 되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 움직여버리거나 막무가내로 반대하시거든요.

 

 홍성의 홍순명 선생님이나

 실상사의 도법 스님처럼 지역의 어른 역할 하는 분이 계시면

 중재가 되는데 진안은 그렇지가 않아요."

 

"간사가 마을 만들기 사업상 어쩔 수 없이

 일을 제안하거나 마을만들기 팀에서 논의된 내용을

 마을에 도입하는 형태가 있는데

 이것도 합의하는 게 무척 어렵죠, 사실."

마을만들기와 같은

마을개발, 발전 사업에 관여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사업가가 주력할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더욱 섰다.

 

쉽고 하기 좋은

나누고 거들고 보살피고 섬기는 일상의 구실이 많고

 

그런 일상적인 일 하나만 해도,

마을의 경제 살리는 것보다 훨씬 쉬운 방법으로

어른들의 품위, 자존심, 염치 살려드리기 좋은데

 

굳이 마을 만들기 관련 사업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려니

사회사업가의 본분도 아닐뿐 더러

누가 하더라도 무척 어려운 문제가 되버린다. 

 

"귀농인들 세력이 커지면서 기존 주민들하고 갈등이 커졌는데요.

 이제는 그 갈등을 해결한다기보다 관리해야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해요."

 

"마을신문 만들 때, 이웃 이야기 담을 때도

 서로 사이를 잘 살피고 담아야 해요.

 잘못 실어버리면 큰 싸움 생기는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마을은 마을 어른들이 '신문 언제 나오냐?'고 하시는가 하면

 제가 할 때는 마을신문을 회관 게시판에 비치해두고

 말씀드려도 잘 안 갖고 가시거나 갖고 가서 불쏘시개 되는 경우를 많이 봐서 안타까웠죠."

 

마을 어르신께 마을신문 직접 인사드리고 찾아다니며 드리면서,

'이번 호 내용 OO가 실렸는데 보시고,

 보태거나 좀 다듬을 부분 없는지 한 번 봐주십쇼.

 살펴 보시고 조언 좀 해주세요.' 부탁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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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인 박사로부터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그는 일을 하는 내내

지역주민들을 자주 만나는 현장성을 놓지 않았고

(첫 해 따져보니 1년에 130일을 외부에서 활동했고, 지역민을 하루에 적어도 3~4명 만났단다)

끊임없이 겸손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또한 위의 PPT 같은 자료들을 모두 공유했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행정상 보안 등의 사유로

얼마든지 공유하지 않아도 될 법한 자료지만

 

실상사 귀농학교 교육 때도 그랬고,

자신의 웹하드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공개적으로 알려주며

자료를 얼마든지 쓰라고 했다.

 

전국에 무수히 많은 마을 관련 사업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진행하면서 기존 마을 주민들과의 관계를 중요시 한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사실 귀농귀촌인이 소수인 농촌 마을은

귀농귀촌인이 마을에서 신뢰관계를 쌓기 전까지

사회적 약자가 되기 쉬운데,

 

남원 산내면 실상사는 요즘들어 역으로

기존 마을 주민과 귀농귀촌인의 비율이 1대1을 넘어가면서

지역 토박이들이 경계할만큼

'사회적 약자'가 뒤바뀌어 버리는 경우도 있단다.

 

구자인 박사는 그런 것을 늘 염두에 두고

귀농귀촌인이 지역주민들을 돕고

지역주민이 주체로 서길 바란다고 하니,

그 점 또한 작년부터 알아보았던

일련의 마을 만들기 유사 사업들을 진행한 단위들과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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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 터를 잡고 일할 때

진안의 구자인박사를 비롯한 지역분들을 다시 만날 수도 있고,

조언을 구하러 언제든 다시 연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구자인 박사를 만나면서 더욱 곧게 내린,

내게는 귀하디 귀한 사회사업가의 '뿌리', '그루터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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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에 있을수록 자꾸만 깨닫는 것은

 

좋든 싫든 농촌을 지켜온 지역주민인 어르신들의 일상을

평범하고 소박한 어르신으로서의 품위, 염치, 체통을 세우고,

오히려 그 분들이 지켜온 세월과 역사를 존중하는

사회적 예우, 효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발적 발전'이 지역민의 학습과 교육을 통해

주체로 거듭나게 한다는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 또한 기존 그들의 삶과 사고를

개량주의적 시각에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해도

귀농귀촌인은 자신의 전문성과 재능을 살려 써야 하는 사람이고

지역주민은 교육, 학습하여 거듭된 경험을 통해 주체로 서야 하는 사람이니

또 다시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사회사업가로서 감히 나설 엄두도 못 내겠다.

 

마을의 열가지 어려움이 있어도

인정과 나누고 사는 살림살이 덕분에

그래도 살만한 마을을 꿈꾸는 사회사업가라면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은 더욱 확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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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농촌에서 사회사업을 하는 그 뿌리

 

농촌 주민들을 교육, 학습시켜

성장(개량일지도 모르는)시킨다는 내발적 발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극히 평범한 예와 덕으로

단순하고 소박한 일상의 나눔, 섬김, 보살핌, 돌봄을 주선하고 거들어

마을 살림살이의 감동과 인정을 일깨우는데

농촌사회사업가의 근본이 있다.

 

그렇게 해서 쉬이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사람사는 살림살이로써

지역사회의 신뢰와 감동을 얻는 게

사회사업가로서의 보람이 아닐까.

 

마을의 경제를 살리는 일,

매우 매력적이고 달콤해보이지만

그 일은 절대 사회사업가가 도맡을 영역이 아닐뿐 더러

참고 또 참아야 할 영역이다.

 

그 일은 오히려 오랜 시간 마을주민들과 신뢰관계를 쌓고,

자신의 다른 재능으로 오로지 지역주민들을 '섬겨온' 다른 이들의 몫인지도 모른다.

 

지금 많은 농촌마을에서

귀농귀촌인을 이유없이 불신하고 미워하는 것은

 

단순히 외지인들에 대한 텃세가 아니라

오랜시간의 근대화, 현대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침략, 수탈, 유린되어왔던

 

우리나라 농민들의 삶의 역사 속의 상처로부터 비롯한

본능적인 반응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재주가 있어도 어렵고

어떤 지식이나 사상가에 가까운 철학적 배경이 있어도

마을 속에서 분란없이는 하기 어려운

마을의 정치,경제를 건드리는 것보다

 

마을 내 서로 돕고 사는 인정 속의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이웃 관계를 꾸준히 쌓아가는 일이

농촌사회사업가가 해야 할 일임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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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후배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여쭐 때마다

곁에서 귀한 말씀 늘 보태주셨던

 

이정일 선생님,

김세진 선생님,

한덕연 선생님,

김원한 선생님,

이문수 선생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지금 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