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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탁구치며 속도맞추기

올 겨울에는 신나게 눈이 오는 것도 즐기고
몹시 추워 덜덜 떨어보기도 하고...
그런데 추우면 역시 꼼짝않고 집에 있고 싶어진다.
하하하하

그러면서 내 몸에변화도 많이 일어났다.
어른들은 아이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라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몸으로 찾아오는 건 지방들. 남산만해지는 내 몸에 위기감을 느껴 B와 함께 결단을 내렸다.

운동하자!!!

날이 따뜻할 때는 가까운 올림픽공원 산책하고, 배드민턴치고, 주말이면 자전거도로도 맘껏 달렸는데...추우니 밖에서 하는 운동은 정말이지 어렵다. 게다가 주말이면 엄청난 행사 참여의 압박들...하루라도 실컫 늦잠자고싶은 우리들에게 요즘은 등산도 무리다.

수영할까도 고민했는데, B의경우 수영복, 도수있는 수경 등 사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집에서 가깝고, 동네분들과 만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류순금탁구"장으로 결정했다.


참고로, 류순금선생님은 전 대한항공 선수였다고 한다.

테니스 쳤어? 왜 자꾸 그래~ 

탁구장에 들어오는 우리를 보시더니, 어제 왜 안왔나며 물으신다. 하긴. 어제부터 시작하기로 하고선 연락도 없이 안나오고 오늘 왔으니...체육시설에서 운동하는 거랑은 좀 다르게 선생님이 회원 한명한명을 기억하신다.

먼저 온 회원분들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초보인 우리가 그냥 탁구치기 어려우니 우리먼저 렛슨해 주신다고 한다. B는 나는 서로 다른 라켓을 잡았다. 라켓의 모양과 함께 잡는 방법도 달랐다. 

내가잡는 방법.악수하듯 편하게잡는다

B가 잡는 방법.뒤에 손가락으로 받침을 잘해야한다



그런데 어머!!!!ㅠ.ㅠ
선생님이 기본 자세를 가르쳐주시면서 탁구공을 받아치는 내 모습을 보며 "테니스쳤어요? 아니 왜 그래? 팔꿈치를 90도로 라켓은 열면 공이 뜨잖아! 왜그래?" 하신다. 테니스칠때도 라켓이 열려 공이 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는데...ㅠ.ㅠ 반면 B는 처음인데 잘 친다며 계속 칭찬을 받는다. 

렛슨을 마치고 돌아보니 어느 새 탁구장안은 많은 회원들로 남는 테이블이 없었다. 선생님은 다른 회원분들께 초보인 우리들을 위해 테이블 하나만 내달라고 부탁하신다. 다른 회원분들은 탁구를 잘 치시기 때문에 복식으로 게임도 가능하기에 쉽게 우리를 배려해 주셨다.

B와 함께 연습하는데, 왠지 몸도 안움직이고, 배운대로 잘 안된다. 테이블 안으로 들어오는 공보다 밖으로 여기저기 날라가니 연실 옆에 분들피해 공주으러 다니기 바쁘고...괜히 B 눈치도 보인다. 게다가 옆 테이블에서는 "딱똑 딱똑"탁구공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니...ㅠ.ㅠ 갑자기 재미가 없어진다. 힘들기도하고...ㅠ.ㅠ  

기분좋게 운동하러 가서 축 처져 돌아가는 내 모습을 보고 B가 말을 건넨다.
"잘 안되니까 위축되?"
"어. 땀을 흘려서 좋기는 한데, 이게 운동해서 흘리는 건지 식은땀이 줄줄 흘르는건지...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다들 우리처럼 이렇게 시작했겠지. 나도 잘 못하니까 공을 당신속도에 맞게 못치겠어.내 보기엔 거기서 탁구치시는 분들 몇년은 치신거 같던데..."
"그러겠지? 휴...내가 그동안 제대로 배운게 없어서. 그래서 자세가 엉망인가? 그래도 테니스칠때는 조금 배웠었는데...스쿼시 치러가서도 거기 코치가 테니스쳤나며 뭐라하고..."
"그럼 이것부터 차근차근 처음부터 배우자"

코칭, 속도를 맞춰서

2번째 탁구장에 드러섰다. 오늘도 반갑게 인사하시는 선생님은 우리를 부르신다.
렛슨하자!

전날 우리둘이 연습하는 모습을 보셨었는지...선생님이 우리 둘을 렛슨하면서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해 주신다.

나에게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있나? 1달은 계속 머리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미지트레이닝을 해야해. 처음 자세를 잘 안잡아두면 나중에도 이상하게 친단 말이야."  하시며 계속 위로와 격려의 말을 해 주신다. 반면 B에게는 계속 주의를 주신다.

"파트너랑 같이 치려면 속도를 맞춰야해. 남자는 여자에 비해서 공이 빠르단 말이야. 그런데, 같이 치려면 그 속도를 맞춰줘야해. 지금공은 빨라! 그렇지. 라켓안빠지게 잘 하고."
렛슨 후 연습하는데 어제보다 한결 가볍다. 하루만에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느냐만 테이블안으로 떨어지는 공의 횟수가 많아지고, 시간도 뚝딱 지나간듯 했다

돌아가는 발걸음이 어제와는 사뭇다르게 명랑하다. 그냥 탁구치며 운동 할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탁구공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속도조절하는 방법도 배운다. 각자의 속도에 집중했을때는 서로에게 피로감만 주었는데, 함께 속도조절하며 박자를 맞춰가다보니 어느덧 함께 빨라지는 것을 느낀다. 조금씩 천천히 우리 삶도 탁구치듯 맞춰가야겠다.

딱..........똑......딱.....똑....딱...똑..딱똑딱 똑딱똑딱똑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