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엄마는 밭에서 일하는 아들에게 먹을거리를 갖고 가는 중에 도움을 원하는 이들이 계속 찾아왔다. 요청을 외면할 수 없던 엄마는 평소보다 늦게 아들에게 갔다. 그동안 아들은 점점 커지는 배고픔이 힘겨웠다. 마침 저 멀리 작은 찰밥통을 들고 오는 엄마를 보았다. 순간 너무 화가 난 아들은 엄마를 죽이고 밥을 먹었다. 그런데 작은 통에 있는 밥을 채 다 먹기 전에 배부름을 느낀 아들은 그제야 자신 옆에 죽어있는 엄마를 발견했다. 화를 잘 조절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는 이야기라고 한다.
태국 친구에게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아무리 배고파도 사람을 죽일 만큼 화가 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공부하러 온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쪽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를 소개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 후로 나는 극심한 빈곤에 대한 대안을 고민했고, 누구든 스스로 자신의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농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더불어 태국에서 만났던 ‘자급자족 경제이론’을 실천하는 농민들의 실천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작은 씨앗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다. 필요한 먹을거리는 스스로 생산한다.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기 위해 유기농 농민 네트워크를 만들고 지자체와 협의하여 사람들의 접근성이 높은 병원, 시장, 시청에 장터를 열어 건강한 먹을거리를 공유한다. 마을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지혜를 지속해서 연구하고 공유한다. 자신의 집에 교육장 간판을 걸고 자신에게 배우고 싶은 이가 찾아오면 대가 없이 나눠주기도 한다. 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충분해”이고, 선택의 기준으로 돈과 명예보다 가족, 이웃과 함께 사는 것을 우선한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배우고 싶다고 찾아가는 사람들에게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한다.
기후위기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스스로 공부하고, 실천하고 또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스스로가 희망의 씨앗이 되는 것은 어떤가!
이 글은 사단법인 한국알트루사 소식지 2021년 10월호[242호] 기후응급시대 꼭지에 쓴 글입니다.
출처: https://similre.tistory.com/entry/바다가-위험하다 [Stumbling Toward Justice: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