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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마늘, 양파

양파에게 왕겨이불 덮어주고...


"마늘은 굵은것도 중요하지만, 뿌리가 좋아야혀. 우리 마늘은 좋은거여. 밭마늘. 뿌리가 튼튼하잖여. 내가 마늘은 안팔려고 했는디, 집이니까 주는거여. 마늘 심어봤어? 마늘은 이렇게 하나씩 쪽을내서 땅에 쏙 집어넣고 흙을 넣어주면 돼. 너무 깊이도 말고 또 너무 얕으면 올라오니께. 그리고 요렇게 잘은것은 짐장(김장)할때 써. 아이코...근디 왜 농사는 지을려고 하는겨. 내자식이 한다고 하면 난 뜯어말릴꺼여. 쉴틈이 없어. 내가 언제 쉬는거 봤어? 어휴...한번 해봐. 해봐야 알어. 그리고 힘들면 우리집으로 다시 이사와~"

장계에 있는 집을 떠나기 전 주인어르신께 마늘 3접을 구했습니다.
평생을 농사지으신 주인어르신은 고된 노동으로 많이 지쳐보이셨습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셔서 하루종일 일하시는 모습을 보며...
저게 내 미래겠구나...싶었습니다.

어르신은 그렇게 농사지어서 좋은 농산물은 자식들에게 보내고, 조금은 장에 내다가 팔고 남는건 당신이 드신다고 합니다.
당신 며느리는 시집와서 고추한번 안땄는데...농사짓겠다고 서울에서 짐싸들고 내려온 제가 이상해 보이기도 할 것입니다.

뭐...
한번 해 보는거죠. 농부는 제가 가장 존경하고 꼭 되고싶은 제 꿈이니까요.
씨마늘은 구했고, 양파모종은 진희언니 어머니께서 9월에 내주셔서 11월까지 아주 튼실하게 잘 자랐습니다.
이제 옮겨심기만 하면되는데...문제는 시간입니다.
저의 분신인 인태가 제 옆에 꼭 붙어서 자기랑만 놀아달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인태를 업고 마늘과 양파심을 밭에 비닐을 쳤습니다.
허거덩...쉬울줄 알았는데, 줄도 맞춰야 하고, 비닐이 날라가지 않도록 흙도 덮어야 하는데...인태업고 쭈그리고 앉아서 하려니 여간 힘든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옆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며 뒷마무리 하는 봉석씨가 있을 때 해야하니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 이렇게 비닐한번 치고 허리아파 일주일을 쉬었네요. 사실...비닐멀칭보다는 왕겨와 같은 농업부산물을 이용한 멀칭을 하고싶었는데...처음부터 무리하면 안될 것 같아 왕겨멀칭과 비닐멀칭을 하기로 했습니다.

마늘은 그냥 꾹꾹 넣기만 하면 돼서 매일 아침 날이밝으면 봉석씨가 출근하기 전까지 후다닥 제가 심었습니다. 심는 작업은 쭈그리고 앉아서 하는거라 신체구조상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잘 하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인태는 봉석씨에게 맡기고 제가 하기로 한 것이죠.  

문제는 양파.
양파는 한번 심어놓으면 수확할 때까지 추비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대신 옮겨심기를 해야해서 가히 쉽지가 않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거죠. 게다가 이녀석들이 땅을 옮겨서 잘 정착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니 빨리 심고 물을 충분히 줘야 한답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아침마다 조금씩 심어버리면 그게 쉽지 않은거죠.

이런 우리의 사정을 뻔히 아는 성래형부가 긴급투입하셨습니다. 같이 양파심자고...
3년 먼저 귀농한 형부의 손놀림은 이제 막 시작한 저와는 사뭇 다르더군요. 빨리 심고 끝내야 한다면서 진희언니가 인태도 봐주시기로 했습니다. 다행이도 인태는 진희언니네서 울지도 않고 잘 놀더군요. 아마 동찬이와 누나들이 있어서 더 그렇겠죠?

그렇게 마늘과 양파를 다 심었습니다.
겨우겨우...
그리고 실험적으로 왕겨를 덮기로 한 곳에 아주 늦은 오늘 아침
왕겨를 뿌려주고 왔습니다.
한우농가가 많은 장수에서는 왕겨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ㅋㅋ
추워서 하우스 안에 땅도 얼어버린 것을 보니...요녀석들 많이 추웠겠다 싶더군요.
왕겨로 따뜻하게 덮어주니 ...이번겨울 아무리 추워도 잘 견뎌내랴...하고 기를 부워주고 왔습니다.

원래계획은 한줄은 양파, 한줄은 마늘을 심는거였는데...마늘종자양이 부족해서...양파만 왕겨멀칭실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ㅋㅋ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습니까? ㅋㅋ 마늘심을때 줄도 못맞춰서...좀 엉망입니다.^^;;;;


이른아침...
이불밖으로 나오는 것은 여전히 괴롭지만...
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되뇌입니다.
나는 인태의 엄마고, 나는 양파의 엄마고, 나는 마늘의 엄마다.
내년이 되면 더 많은 자식들이 생기겠죠? ㅋㅋㅋㅋ
엄마는 강하니...저도 점점 강해질 것 같습니다.

이불덮어주고 나오는데, 오늘도 역시나 아름다운 풍광이 저에게 인사를 합니다.
안녕~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