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사정이 생겨 약 2달간 서울에서 살다가 장수로 내려왔습니다.
오랫만에 집에와서 그런지 인태가 많이 낯설어합니다. 혼자서도 잘 노는 녀석이 한시도 제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네요.
뭐...저도 이사온 기분이 들기는 하더라구요.
오랫동안 비워서 그런지 집이 더 춥게 느껴집니다. 신랑은 서둘러 보일러에 나무를 때기 시작하는데...몇시간이 지나서 방안온도가 8도에서 11도로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조금은 추운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가을에 심어두었던 마늘과 양파가 궁금해서 하우스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어머머머머...............................................
하우스 밖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초록빛들
와우...마늘싹이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제법 많이요~
이웃 어르신 말씀으로는 작년 가을이 더워서 미리 마늘싹이 올라왔던 집은 다 녹아버려 싹이 이제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11월 초에 이사하면서 마늘을 늦게 심었거든요. 내심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예쁜 싹을 보여주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쉐쉐, 아리가또, 쌀라맛포, ㅋㅋㅋㅋㅋ~~~~~~~~
요녀석은 왕겨이불덮어준 양파예요~ 검정비닐 멀청한 양파보다는 작은데요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그건 두고봐야겠죠
제게 기쁨을 준 마늘싹입니다. 조금있으면 마늘쫑~도 생기겠죠? 헤헤
왼쪽이 양파고요 오른쪽은 마늘과 양파 혼합이예요. 인태가 자고있는 새벽에 나와서 부랴부랴 심었는데요...당초 계획은 오른쪽은 모두 마늘이었거든요. 인태가 깨어나기 전에 다 심어야한다는 강박때문에 빨리빨리한다고 줄맞추는 것을 잊은거죠. 마늘 3접을 다 심었는데...땅은 너무많이 남은거예요. 꺼이꺼이...마늘종자를 더 살까하다가 마늘값도 비싸고 양파종자는 많이있고해서 그냥 남은곳에 양파를 심었어요. 문제는 요녀석들이 자라게되면 양파의 경우 수확할때쯤 양파대가 쓰러지는데 그때 마늘을 힘들게할 수 있다고하네요. 휴...빈틈많은 초보농부입니다.
자 그럼 이제 봄맞이 청소를 해 볼까요????
비닐하우스 안에 청소할껀 거미줄과 멀칭비닐 걷어내는건데요, 제가 키가 작으니 거미줄은 신랑이 멀칭비닐은 제가 맡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하우스안에 거미들이 많이 살더라구요. 요녀석들은 하우스안으로 들어오는 곤충들을 잡아먹어 작물피해를 줄여줘요. 단 거미줄이 너무 많아지면 스프링쿨러를 막아버리니 매해 겨울에는 거미줄을 걷어줘야한다고 하더군요. 거미줄 걷어내면서 스프링쿨러의 부품들이 잘 있는지 확인작업도 하고요.
앞으로 이 하우스는 2번 하우스라 부르겠어요~ 마늘, 양파를 심은 옆에 하우스죠~전년도에 배추와 쌈배추 등을 심었던 곳인데요, 배추는 겨울이 지나면서 다 녹았는데 쌈배추는 겨울을 이겨내고 새잎들이 올라오고 있더라구요. 그냥 놔둘까 했었는데요 아무리 새잎이 올라와도 이걸 수확해서 먹기는 힘들다고 하더군요. 조직이 질겨서 식감이 떨어진다고... |
여기는 2번 하우스 옆에 땅. 강남콩을 심었었나봐요. |
저희가 청소하는 동안 인태는 어디에 있었냐구요???
유모차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람이 쎄더라구요. 그리고 처음에는 엄마아빠랑 같이 외출해서 좋아하던 인태가 엄마아빠는 일하고 혼자 유모차를 지키고 있으려니 지루하고 속상했나봐요. 점점 표정이 변하더니 이내 울어버리더군요. 아이고...할 수 없죠. 뭐니뭐니해도 인태가 우선이니. 비닐 걷는것을 하던 제가 그냥 인태랑 놀기로 했습니다. 어? 윗집 현민이가 보이네요. 반가워 손을 흔들었더니 현민이가 저희에게도 와서 인사합니다. 올해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한 현민이는 인사를 잘 하는 어린이입니다.*^^*
참!!!
겨우내 물 없이 잘 지내며 싹틔운 양파와 마늘에게 물을 줘야겠어요. 하우스안에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어 있기는 한데요, 저는 마늘과 양파를 심기전에 점적호수를 연결해 두었어요. 물낭비를 줄여보려구요. 그랬더니 똑똑똑 아주 조금씩 물이 나오는 점적호수 덕분에 꽤 오랜시간동안 물을 주어야 되네요. 즉 그만큼 물을 줄때 사용하는 모터를 오래돌리게 되는거죠. 물과 전기...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고 내린 저의 결정이 옳았던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ㅠ.ㅠ 물을 준 후 웃거름이라고 해서 퇴비나 유박 혹은 액비를 주어야 하는데요, 저는 액비를 주기로 했어요. 왠지 물을 주고 액비를 주게되면 흡수력이 떨어질 것 같아서 물을 준 뒤 물의 흡수상태를 보고 액비를 줬습니다.
뒤에 빨간색 통은 액비가 담겨져있는 통이구요, 앞에 검은통은 물을 받아서 액비를 희석해서 호스를 통해 하우스로 보낼 수 있는 통이예요. 액비를 1000배로 희석해서 줬어요. 근데 얼마나 자주 줘야할까요????
이제 시작인가봅니다.
지난 2월로 신랑은 영농조합일을 그만뒀습니다. 가장이기에 처자식 먹여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신랑에게 제가 또 허풍을 떨었죠. "당신만 가장이야? 나도 가장이야. 그러니까 돈생각 하지 말고 당신이 하고싶은 걸 해!!"라고 말한거죠. ㅋㅋㅋ 먹고사는 문제는...뭐 산 입에 거미줄 치겠습니까?
다만, 신랑에게 그렇게 큰 소리 치고 저의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인태를 양육해야하니...) 몇 달만 농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의 부족함을 잘 아는 신랑이 선뜻 제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올 한해 어떤작물들을 심고 거둘지 서울에 있으면서 계획은 다 세우기는 했는데...계획대로 할 수 있을지는 해보야 알 것 같습니다.
****덤...
생각지 못했던 선물을 받았습니다. 지난 2월28일은 우리 결혼 3주년이었는데, 그날 신랑은 장수에 저는 서울에 있었어요. 좋은 날 혼자 장수에서 있을 신랑에게 깜짝 선물을 한다고 신랑이 즐겨듣는 CBS 꿈과음악사이에 라는 프로그램에 신청곡을 보냈었죠. 안타깝게도 그날 소개되지는 않았는데 그 프로그램 작가실에서 이렇게 선물을 보내준거예요. 선곡표를 보니 3월3일에 제가 신청한 신청곡이 나왔더군요. 제 사연이 소개됬는지는 그날 시댁에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는데...
제가 살면서 이렇게 선물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완전 기쁘고 들떴답니다. 게다가 먹을거를 받았으니, 당분간 동네 아이들이 찾아와도 기쁘게 나눠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ㅋㅋ 인태 친구 동찬이랑도 나눠먹고요~이럴때 땡잡았다고 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