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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결혼

사랑은 더욱 뜨겁게, 살림은 조금 불편하게

by 따루 다솜단미 2009. 5. 5.
작은것이 아름답다 연재 3편


 

바야흐로 봄, 결혼식철. 결혼식에 쏟아 붓는 액수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일생에 한 번 뿐’ 이라는 면죄부로 넘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녹색결혼식에 도전한 김희정 님의 이야기를 이번 3회로 마무리 짓는다. 또다른 예비신혼부부들의 녹색결혼식을 기대해본다.


 

“힘들지 않겠니?” “한번 해 볼게요. 저희가 이렇게 살려고 작정한 거니 힘들어도 해보고 싶어요.” “그래 그럼. 너희들이 그렇게 생각하니 한번 해봐.”

이제 막 결혼식을 마치고 평상복차림에 배낭에 가방까지 끌며 공항을 가겠다고 나서는 우리가 부모님은 걱정되시나 보다. 사실 막연히 공항버스를 타겠다고 했다가 정류장을 못 찾아 주말 오후 복잡한 도심 한 복판과 혼잡한 지하철을 경험했다.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나름 재미있었다. 

제주도신혼여행은 꿀맛, 귤맛처럼

우리 둘이 준비한 ‘아름다운 지구인 되기 - 결혼’이라는 첫 번째 프로젝트가 끝났다. 결혼에 우리의 뜻을 담아내고자 반년을 넘게 고군분투했기에 식을 마친 우리는 기쁨과 함께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서 우리의 제주도 신혼여행은 쉼과 만남. 이 두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만나는 제주도의 향기와 풍경은 실로 아름다웠다. 나지막한 돌담, 대문 없는 집, 밭 가운데 있는 덩그러니 있는 무덤, 자연, 그리고 사람들. 맑은 공기에 맛있는 토속음식까지 오랜만에 우리만의 짜릿한 시간을 보냈다. 물론 4.3기념관에서 영상과 사진으로 만난 제주도민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잘못된 언론보도나 정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을 야기하는지 보여줬다. 또 길에서 만난 어른들이 “어 그건 4.3때 다 없어졌어.”라고 말씀하셨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제주도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사실 우리가 맛있게 사먹었던 귤을 재배하는 섬농부 양인혁씨와 그의 친구를 만난 일이었다. 제주도 토박이인 그들은 제주도 말이 바람에 많이 잘려서 문장이 짧아졌다며 정겨운 제주도말과 함께 첫 만남의 어색함은 사라졌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과수원을 둘러보며 남아있는 귤도 먹고 제주도 토속음식 ‘몸국’을 먹으며 그의 농사이야기를 들었다. “저는 돈 없는 사람들이 보약은 못 먹어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다른 유기농산물과 다르게 가격책정을 하는데 가격이 저렴하다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보통 시중에 나와 있는 귤은 한 나무에서 재배한 귤만 있어요. 그런데 저는 제 귤을 사먹는 사람들에게 우리 과수원의 모든 귤을 먹게 하려고 일부러 귤을 수확하고 다 섞어서 포장하죠.”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랑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서 그렇게 귤맛이 다양했구나! 와~ 그렇게까지 우리(소비자)를 생각해 주는지 몰랐어요.”라며 감탄 했다. 제주도 여행 뒤 우리는 종종 연락한다. 그런데 얼마 전 그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의 과수원 주변에 있던 방풍림이 사라지면서 응애가 찾아와 귤나무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착하고 젊은 제주청년인 섬농부의 이 어려움을 어떻게 도와야할지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다.


 

우리는 가전제품은 최소한의 것만 구입하기로 했다. 원자력발전소와 송전탑이 싫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쁜 양문형 냉장고 앞에서 내 욕망이 되살아났다. 한참 논쟁을 하다가 결국은 싸움으로 번졌다. “당신이 살림을 해 봤어? 냉장고랑 세탁기는 오래 쓰기 때문에 가장 큰 걸로 구입하는 거랬어. 이건 에너지효율도 1등급이라고. 그리고 부모님들이 주시는 음식은 어디다 둘 건데?” 라며 따지는 내게 “우리 채식 중심으로 신선한 음식을 먹으며 살기로 했잖아. 냉장고는 창고가 아니잖아. 음식을 한 달을 넘게 보관할 거야? 그때마다 조금씩 먹을 만큼만 사야지. 그리고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다고 불필요하게 큰 냉장고를 사는 것보다 우리에게 맞는 작은 냉장고를 사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그의 말이 맞았다. 우리의 원칙에 맞는 발언이었고 그 원칙도 내가 제안했던 것이기에 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번일로 마음과 생각이 따로 움직이는 내 현실을 대하면서 괴로움의 눈물을 쏟아 부었다.


 

아름다운 결혼, 아름다운 지구인으로 시작해보세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받으며 우리는 아침을 맞이한다. 한 끼 식사와 도시락 분량만큼 밥을 하고, 집을 나설 때는 냉장고 코드만 플러그에 있다. 저녁에 씻으면서 손빨래 하고, 식사준비해서 밥을 먹는다. 텔레비전 대신 신랑과 마주앉아 차, 와인 혹은 보리음료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라디오방송을 들으면서 방걸레질하며 산다. 무언가를 구입할 때는 “이게 지금 꼭 필요한 거야?”하며 몇 번을 물어보고, 가격보다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고른다. 식재료를 구입할 때는 국내산으로 동물학대하며 만들어 낸 재료(닭장에서 키운 닭의 달걀 같은)는 피하고 있다. 물은 받아서 쓰고, 이제 베란다에서 야채와 꽃을 키우려고 준비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말려서 버리는데, 그 양이 많이 않아 조만간에 지렁이를 키울 예정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조금은 힘겹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자연을 위해 조금 불편하게 사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 익숙한 습관들을 바꾸는데 우리 스스로에게 여유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이다.


5월

25일은 연애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 다음 달이면 결혼을 준비하기 시작한 달이다. 오랜 시간동안 결혼에 대한 서로의 이해도를 조율하고, 가족, 친구들과 결혼식을 만들고 또 그들의 염려와 관심 속에서 우리는 서약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일생에 한 번 하는 결혼식은 힘들었지만 그렇게 준비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결혼식을 생각하면, 미쳐 막을 수 없었던 화환과 준비한 손수건을 골고루 나눠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닮고 싶은 어른들께 주례사와 사랑이 담긴 축가를 듣고, 우리의 증인, 하객들 앞에서 우리가 손수 만든 예복을 입고 사랑고백의 노래를 부르며 삶의 서약을 하고, 지인들이 만들어준 장식에 사진과 영상촬영, 선물까지 우리 둘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 둘이 중심이 되어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이들과 축제의 자리를 만들었다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결혼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결혼식을 바쁘다는 이유로 누군가 준비한 틀에 맞힌 행사가 아닌 자신들만의 축제를 기획해 보길 바란다. 그리고 그 축제를 둘만이 아니라 지구도 좋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길 바란다. 이제 곧 세상에 나올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서.

댓글2

  • 배석한 2010.07.16 09:29

    우와~~ 정말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는 새발의 피, 발툽속에 낀 때군요~~ ㅡㅡㅋ
    답글

    • 무슨말씀을요~~ 저는 오히려 배석한님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
      그리고...다시 읽어보니...배란다에 다른 식물은 키우는데 채소는 햇빛때문에 결국 키우는데 실패했고, 지렁이 키우는것도 못했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