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녹색연합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따라

순례를 시작한지 오늘로 27일 전체 80일.
거북이 보다 느린 걸음으로 사람들의 외면 속에 순례단은 이렇게 27km를 걸어왔다.

4월 23일 한국환경회의 소속단체(국립공원을 위한 시민모임, 녹색교통, 녹색연합, 대한 YMCA연맹,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환경정의)의 대표, 처장 그리고 활동가들이  천안에서 평택까지 순례단과 결합하여 오체투지를 했다.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떠나신 분들을 만나 마음의 근심걱정,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그분들과 함께 근본으로 돌아가 보기 위해서이다.  

묵언으로 일관하시던 수경스님, 문규현신부님, 정종헌신부님. 얼굴만 뵈어도 따뜻한 이 분들과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도로위의 1m는 마치 몇 십 미터 떨어진 것처럼 자동차의 빠른 움직임소리, 그리고 비행기 소음들이 사람의 소리를 먹어버렸다.
                                              
저 순례단의 실무 진행하시는 명호실장님이 말문을 여셨다.            
“이번 순례는 더 힘들어요. 생각해야 할 것들 특히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어떻게 이해해야할 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요. 순례로 인한 몸의 고단함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지역의 문제를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면 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요.”  

정종헌신부님은 “사람이 사람인 것은 약자에게 배려를 하는 것이다. 현재는 약자를 생각하지 않으니 평화가 깨지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세상. 평화가 유지되는 세상이다.” 라며 다시 한 번 평화의 길을 생각하게 해 주셨다.

우리는 빼앗길 길을 찾아 나선다.
사람을 위해 만든 길인데 그 길에 사람이 서면 사람은 이미 없다.
더 없이 느린 속도로 가는 오체투지
나의 주변은 나를 잡아먹을 듯 달려오지만
잠시 엎드리는 순간
참 편하다.
한 하늘아래 어떤 것은 죽고, 또 산다.
65년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고민하게 된다.
-문규현 신무님


수경스님의 말씀은 듣지 못했지만, 잠시 나누는 미소로 나눌 수 있어 기뻤다. 우리는 오늘 평택의 안성천까지 간다. 이곳 평택은 현재 쌍용자동차 구조조정문제가 큰 현안으로 나와 있는 상태다. 생산직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1만 명에 달하는데 그 중 40%를 구조 조정한다고 한다. 당장 4천여 명이 해고당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로 인해 지역사회가 엄청난 고민에 쌓여있다.

비단 이러한 문제는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지역을 지나고 마을을 지나면서 각각 다른 모습의 문제들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문제를 그대로 들고 오체투지를 하러온다. 그리고 순례단은 그 분들께 어떤 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다만,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동행할 뿐.



 

<에피소드>

도로 한 가운데 누워있는데, 바로 옆에 있던 승용차가 자신의 길을 막았다고 “빠~~~앙” 크렉션을 울렸다. 누워있는 내 몸이 순간 움찔 움직였다. ‘아! 이 사람은 자신의 속도를 방해하는 것을 뭉갤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무서웠다. 그래도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걸었다. 무서운 마음을 그대로 갖고 누웠다 걸었다 반복하는데 어느 순간 정말 평온이 찾아왔다. 그런 건가 보다. 두려움, 편안함, 답답함, 즐거움. 그냥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거다. 길은 빨리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닌 듯싶다. 그 길 위에 누가 서 있고 또 어떤 일이 있는 지 함께 나누며 가야하는 것 같다. 가는 길에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