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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바닥을 치고나서...

"육아를 전담하고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은 사회에 나오면 반 장애를 가진 것 같은 느낌을 줄때가 많아. 특히 혼자일때 일을 잘 하던 사람일수록 그 좌절이 더 심하지. 그렇기 때문에 그런 여성들은 주변 도움이 많이 필요해. 하지만, 아이는 자라고 이런 상황들이 늘 똑같은 것만은 아니잖아. 잘 못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고 도움 받을 수 있을때 받아. 받은 도움 돌려줄 수 없다면 나중에 필요한 사람한테 주면 되잖아."

 

농사, 제빵, 체험교육, 그리고 4명의 아이를 키우고있는 윗집 언니가 요즘 무척 힘들어하는 저에게 도란도란 말씀해 주시네요. 언니도 처음 마을에 들어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나만 바보구나~'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면서...물론 지금도 여러가지 일들을 하시면서 힘들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하는데, 다른 마을언니들과 일하면서 도움을 받으신다더군요.

 

셋째아이가 어렸을 때 마을에 들어와 살고있는 또 다른 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마을에 같이 살다보면 늘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수 없어. 비온 뒤 땅이 굳듯 그러면서 더 좋아지는 것 아니겠어?" 하며 위로해주시네요.

 

아이를 낳기 전 일을 할때 제가 일을 잘 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일에 몰두할 수 있었죠. 일을 마무리 할 때까지 벌어지는 상황들에 어찌됐던 대처하며 마무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육아와 함께 시작한 농사 계속 펑크나네요.

신랑이 '농장주'라는 직함도 주고 농사계획을 세우고 또 관리하며 자신이 저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는 좋은 상황임에도 제가 생각이 많은 것인지 능력이 부족한 것인지 자꾸 펑크가 납니다. 처음이니 잘 모르고 또 실수할 수 있기도 하지만, 아주 깊은 곳을 들여다보니 제 안에는 누군가 내각 벌려놓은 일을 아주 잘 처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나봅니다. 그러니 자꾸 내 능력을 과신하고 또 다른 일을 계획했었죠.

 

그런데 옳고그름이 확실한 우리신랑이 그런 저의 모습을 그냥 보고만있지는 않더군요.

신랑은 나름 저에게 기회를 주고 또 제가 알아차리도록 힌트를 주었다고 하는데...제가 잘 알아차리지 못해 매번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우리의 싸움이 정말 커져버려 우리 부부생활에 바닥을 쳤습니다.

 

바닥을 치고나니 그동안 덮어두었던 상처들은 우수수 떨어지고,

또 그동안 보지 않으려 애썼던 함께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네요. 

나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그건 내가 만든 벽속으로 나를 갇어두고 내가 만든 허상속에 나를 대입해서 주변 모든것이 그에 맞춰지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도대체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실체를 인정해야겠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 찬찬히 가려고 했던 길을 가야겠습니다.

다시는 나도 내 손을 잡고있는 내 짝궁도 이런 큰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도록...

마을 언니들 이야기처럼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똑같지는 않겠죠. 그럴려면 상황에 이끌리지 않도록 정신줄 똑바로 잡아야겠네요. 호호호~~~~~~~~~~~~~~~~~~

 

비온 뒤 맑아진 시야처럼 나도 맑은 시야로 나를, 주위를 그리고 세상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