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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시대

'더불어 숲 - 김제동, 신영복에게 길을 묻다' 다녀와서

오늘 오전 "문규현신부님 의식불명"이라는 기사를 봤다.

지난 5월 문규현신부님의 뒤에서 다른 환경활동가들과 함께 오체투지를 했던 기억에 신문기사를 자세히 봤다. 담당의사의 인터뷰글에는 죽음에 이르렀다 소생하셔서 의식불명의 상태라고 한다. 맘이 시리도록 힘든 시기에 생각만 해도 희망의 웃음이 떠오르는 사회의 어른인데...자주 뵙고 싶다는 생각만 했는데.

민주넷에서 신영복선생님의 강연회를 열었다. 신청하러 들어갔더니, 이미 마감이 된 상태. 휴~하며 한숨쉬는데,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신영복선생님 강연회 갈래요? 지금 스텝이 필요한데~" 그래서 언능 하겠다고 했다.

사람들은 정말 많이 왔다. 좌석표를 현장에서 순서대로 나눠줬는데, 5시쯤부터 강연회에 참여하려는 분들이 오기 시작했다. 사회를 맡은 김제동씨도 일찍 강연장에 도착했다.

7시가 되어 순서를 시작하는데, 밖에는 여전히 많은 대기자들로 북적거렸다. 나는 아이쿱생협과 한살림에서 후원한 누룽지과자와 음료를 나눠주었고, 더 숲트리오의 멋진 음악을 밖에서 들으며 사람들이 다 자리잡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신영복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기 바로 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칠판에 그림 몇개를 그리셨다. 다 떨어진 나뭇가지에 하나의 열매만 달려있는 그림. 사람의 머리, 심장 그리고 발의 그림. 마지막으로 숲.

선생님이 쓰신 한자를 다 받아적지는 못했지만, "엽락"를 쓰시면서 많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무는 가지를 떨군다고 하셨다. 즉, 어려울 때 일수록 거품을 거두고 환상을 없애면 그 속에 뼈대(즉 경제, 정치, 문화등의 근본적인 것)이 보인다 하셨다. 그리고 떨어진 잎사귀들은 그 뿌리를 따뜻하게 하는데 한 사람의 뿌리는 무엇인가? 질문하셨다.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인식은 주입되어진다고 한다. 특히 우리 사회 상부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들로. 그러면서 감옥생활을 하며 만났던 분을 대할때의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그 사람을 대상화하여 분석하는... 그러나 그렇게 사람을 대상화하는 오류들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먼 여행을 하셨다고 한다. 깨달음을 얻고, 마음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것. 즉 개인의 반성과 깨달음 또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생님의 당부. "문맥에 갇히지 말자." 


수감생활 중 떡신자였던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선생님의 모습에서는 개구진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떡을 주는 모든 종교행사에 참여했던 선생님은 다른 떡신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셨다고 한다. 자신의 치부를 공유하는 관계. 선생님이 이 이야기를 하시면서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뒤에 생긴다는 말씀도 하신다. 즉, 더불어 함께 숲을 이루는 것이다. 

그럼 어떤 숲을 이룰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념을 상대에게 강요하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성 혹은 정채성을 키우는 바위는 그 자리에 있을 뿐 멀리가지는 못한다. 반면 시냇물은 강물을 만나면 강물이 되고, 강물은 바다를 만나 바다가 되듯 자신을 부단히 변화하면서 소통하는 나무는 최고의 숲이 된다 말씀하신다. 때문에 계몽적사고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숲이 되라고 강조하신다. 필요할 때 모이고, 또 흩어지는...

그러면서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강의를 했지만, 학생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신다. 왜냐하면, 대화는 상대도 알고, 자신도 아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고, 그것을 확인하면서 서로 위로받고 격려와 약속하면서 서로 깨닫고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추운겨울-어려운시기-을 견디는 일은 사람을 키워내는 일/ 저력을 키워내는 일이라 강조하신다.

선생님과 함께한 1시간, 그리고 그 선생님의 제자들이 불렀던 노래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준비된 모든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영상이 흘러나왔다. 그 영상에 담겨져있던 글 하나가 기억난다.

"나이테가 보여주는 나무는 겨울에도 자란다. 겨울에 자란 나무는 여름에 자란부분보다 더 단단한다."

올 한해는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어려움들이 해결없이 곳곳에 흩어져있다. 어제부터 의식불명상태에 들어간 문규현신부님이 계셨던 용산참사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 신영복선생님의 말씀처럼 이렇게 다들 모여 숲을 이루어야 할 때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숲을 이루어 길을 만들어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