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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머컬쳐디자인/들풀이야기

까마중

 

 

양파를 캐고 나서 배추가 들어가기 전까지, 7~8월의 밭은 잡초들의 잔치터다. 이런 잡초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7월에 한 번 정도 풀을 베어 밭에 두껍게 깔아주고, 8월 초순 또 자란 잡초를 베서 밭에 깔아준다. 며칠이 지나면 잡초줄기가 시들고 누렇게 되면서 마른다.

잡초를 베는 일은 고달프다. 그래서 진저리가 나고 적개심이 솟기도 한다. 하지만 밭에 자란 잡초를 베고 있자면 잡초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벼과 잡초 외에 다양한 잡초가 있기 때문이다. 감자밭이 끝나고 1차로 잡초를 제거하러 갔더니 명아주가 훌쩍 커 있다. 별꽃아재비도 지천이다.

가장자리에 있던 환삼덩굴이 밭으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은 환삼덩굴 사이로 뻗어 오른다. 돌콩과 얼치기완두, 그리고 그 사이를 비집고 박주가리가 덩굴을 이루면서 다른 잡초들을 타고 오른다. 엉겅퀴는 풀 가장자리에서 삐죽 나와 있다.

밭 길 가장자리에는 질경이가 씨를 맺고, 토끼풀은 열심히 번식 중이다. 수영은 열매를 맺어 똥색으로 변해 가고, 틈이 있는 밭에서 쇠비름의 적색 줄기도 통통 여물어 간다. 숙달된 낫질도 힘겨운 판에 초보자의 낫질은 더욱 고달프기만 하다. 아침 7시부터 낫질을 하던 몸을 펴니 9시다.

뒤를 보니 그래도 잡초들이 누워 있다. 자리가 깨끗하고 퀭하니 뚫린 마음이 흐뭇하다. 노동의 수고에 자족한다. 주말농사 교육생들이 오기 전, 잠시 틈을 내어 잡초와 놀아본다. 벼과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사이에 까마중이 드문드문 나 있다. 까맣게 열매가 맺힌 게 줄기가 제법 단단하다. 낫으로 베기보다 뿌리째 뽑아야 할 정도다. 요즘 까마중은 밭에서 어렵게 자라는지, 까마중의 잎사귀에 벌레들이 달려들어 성겨 있다. 잎사귀가 가지의 잎을 닮아서 그런지 28점 무당벌레들의 공격을 받은 모양이다. 28점 무당벌레가 잎사귀에 유충을 까놓으면 유충들이 달라붙어 잎사귀를 초토화시킨다.

잘 익은 까마중 열매를 따서 입에 가져간다. '톡' 입 안에서 열매가 터진다. 맛은 달짝지근하다. 까마중은 어릴 적 즐겨 먹던 열매다. '강태' 혹은 '깜뚜라지'라고도 한다. 까마중을 먹고 나면 입과 손이 온통 자주색이 된다. 입술까지 까마중으로 덧칠한 뒤에는 어김없이 놀이가 시작된다. '귀신이다' 하면서 나보다 어린 여자아이들을 놀리던 기억이 새롭다. 어렸을 적에는 왜 하필 귀신의 입술색을 흑자주색이라고 생각했을까? 텔레비전도 없었는데. 귀신들렸다고 간주되던 사람들이 많았던 시절이니 그런 놀이가 통용되었을 법하다.

하지만 까마중하면 늘 '자그맣고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이미지가 연상된다. 까마중은 '까마종이'라고도 부른다. 잎이 가지의 잎과 비슷해서 '하늘가지'라고도 하며, 맛이 쓰다고 '고채()'라고도 부른다. 많이 먹으면 입이 부르트는 독성이 있다. 어떤 것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어린아이들한테 가르치는 모양이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과실주용 소주에 담가 3개월 정도 숙성시켜 취침 전에 조금씩 마시면 피로를 회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까마중은 만성기관지염에 좋다. 도라지와 함께 달인 물을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까마중의 말린 잎과 줄기 30g을 뱀딸기 15g과 함께 달여 하루 두 번 복용하면 소화기암과 폐암에도 효과를 본다. 여러 가지 피부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꽃, 잎, 줄기를 생으로 소량의 소금을 첨가해서 즙을 내어 바른다. 또 생잎 줄기를 짓찧어 환부에 그냥 붙이기도 한다. 칼에 베인 상처, 습진, 뾰루지, 물고임, 곪은 상처, 가려움증이 있는 곳, 악성 두드러기, 종기 등에 바르거나 붙이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까마중 전초를 달인 것은 포도상균, 이질균, 티푸스균, 대장균 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또한 항염증, 혈압저하 작용, 기침 멈춤, 가래를 삭이는 데도 효능이 매우 뛰어나고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준다. 특히 강장약으로서 피로 회복에 효과적이다. 대개 하루 15~30g을 달여서 먹는다. 한방에서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풀 전체를 캐서 말린 것을 '용규()'라 하여 감기, 만성 기관지염, 신장염, 고혈압, 황달, 종기, 암 등에 처방한다. 꽃을 달인 물은 가래약으로 효과적이며 눈을 자주 씻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한다. 설사와 이질을 중단시킨다. 잎, 열매를 알코올에 우려낸 것은 방부제와 염증약으로 쓰이고, 진통약으로서 두통, 류머티즘에도 효과가 있다.

[이렇게 먹자]

까마중은 봄에 어린잎을 삶아서 물에 씻어 나물로 무쳐 먹는다. 잘익은 까마중 열매는 어린아이들이 생식해도 된다. 어린순은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잡채, 비빔밥에 넣어 먹는다. 튀김과 볶음으로 해도 되는데 이때는 데치지 않고 날 것을 그대로 쓴다. 맛이 좀 쓰므로 가볍게 데쳐우려내서 조리하는 것이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까마중 - 어린아이들의 놀이, 까마중 먹고 귀신놀이 하자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12.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