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문턱. 눈부신 햇살이 땅에 내려앉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보자. 도시의 아이들을 들녘으로 데리고 가면 선생님을 따라서 줄을 지어 가다가 으레 '와' 하고 뛰어가는 곳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강아지 꼬리처럼 하늘거리고 있는 풀이 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풀에 손을 대며 예쁘다거나 강아지 같다고 감탄한다. 씨가 맺혀 무거운 듯 땅으로 숙인 풀의 머리를 간질이며 만져본다. 남자아이들은 풀을 꺾어 여자아이들 뒤로 가서 풀로 목을 간질이기도 한다. 강아지풀은 역시 아이들과 가장 친한 풀이다.
강아지꼬리처럼 생겼다고 하여 '개꼬리풀'이라고도 부른다. 강아지풀은 지금도 밭에서 가을햇살에 넘실거린다. 사진을 찍으면 금빛 테두리를 지니는 금빛강아지풀도 있다. 한 여름철에는 연한 초록색이 이삭꽃차례에 모여 피는데, 꽃차례는 길이가 2~5센티미터 정도다. 가을이 되면 조를 닮은 씨앗이 연한 갈색으로 익어 가며 고개를 숙인다. 키만 작았지 영락없이 조다.
꽃에 약간 긴 털들이 달려 있어 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럽다.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구미초(狗尾草)' 또는 '낭미초(狼尾草)'라고도 한다. 강아지풀은 이 땅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라는 풀로 전 세계 어디에 가도 볼 수 있다. 털빛이 노란 금강아지풀, 털빛이 연붉은 자주강아지풀, 바닷가에 자라는 갯강아지풀, 조와 강아지풀 사이에 태어난 수강아지풀 등이 이 땅에 자생한다.
강아지풀은 조의 선조일 가능성이 있다. 강아지풀 씨를 보면 조와 비슷하다. 토종박사 안완식 박사님은 조와 강아지풀의 염색체 수는 모두 2n=18로 교잡하면 염색체의 집합이 정상적이고 높은 임성을 갖는다고 한다. 조밭의 강아지풀은 자연교잡이 되어 여러 가지 이삭의 모양이 분리되어 나타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조의 야생종이 강아지풀일 가능성이 높다. 가을날 잘 여문 강아지풀을 꺾어 좁쌀만 한 씨들을 손으로 부비면 조처럼 잘 떨어진다. 곡식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굵직하고 먹음직스러운 나락이다. 예전에는 강아지풀 씨를 받아서 죽을 끓여 허기를 메우기도 했다. 강아지풀도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먹는 구황식물(救荒植物)이었다. 강아지풀 뿌리는 9월에 캐어 말려서 촌충을 없애는 데 쓰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전초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약용으로 사용한다. 열독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충혈된 눈을 치료하고 눈을 맑게 해준다. 종기, 옴, 버짐이나 상처가 생겼을 때도 쓴다. 가을하늘 아래,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랐던 강아지풀은 사각의 공간에 갇힌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혹시 지나치다 자신을 찾지 못할까봐 아이들이 지나다니는 길목 공터와 척박한 곳 여기저기에 피어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 "얘들아 같이 놀자!" 하면서.
[이렇게 먹자]
강아지풀을 잘 수확하여 쌀, 보리나 조와 섞어 밥을 짓거나 죽을 끓여 먹을 수 있다. 갈아서 쌀가루와 섞어 떡을 해먹어도 좋다.
[네이버 지식백과] 강아지풀 - 없어서 못 먹지 강아지풀도!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 2011.12.16, 도서출판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