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2
김장을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장수로 오신다는 생각에 신이 난 저는 김장의 긴 과정을 잊었습니다.
게다가 우리 배추가 속이 안찬 걸 보고 은영 언니, 춘미 언니가 배추를 나눠주셔서, 배추의 양이 배가 되었죠.
시어머니도 많은 배추양에 걱정을 했지만, 제가 이웃의 따뜻한 배려를 받으며 산다고 흐믓해 하셨습니다.
게다가 방금 밭에서 수확한 배추의 싱싱함에 참 좋아하셨습니다.
배추를 자르고, 절였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지인의 가족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아 늦은 밤 대구로 조문을 다녀왔지요.
다음날에도 일하는 중간에 아이의 하교를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하는 일이 생기다 보니
시어머니가 혼자서 너무 많은 일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보통 배추를 절이면 반으로 줄어든다는데,
우리 마을 배추들은 찬바람 맞으며 자라서 그런지
절인배추의 양이 처음보다 2/3 정도밖에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씻어도 씻어도 절인배추는 끝없이 나오고
배추만큼 쌓인 무채와 양념을 보며 김장의 현실과 마주했지요.
"아!!! 우린 매번 가족 다 같이 했었지!! 게다가 난 속만 넣었었지!!!"
시어머니 덕분에 끝까지 잘 마무리했지만, 봉석 씨가 퇴근 후 아무 말 없이 뒷정리를 하더니 밥을 먹으며 이야기합니다.
"당신 표정이 거의 울고 있었어~~~"
하하하하~~~웃었지만, 시어머니께 많이 죄송했습니다.
주말에 시댁으로 김장김치를 옮겼습니다.
아버지를 뵙자마자
"아버지가 안계셔서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ooo 씨가 정말 그리웠어요~~"하고 시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시어머니와 저는 내년에는 식구들 다 모여서 올해 반만큼만 하기로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