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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이야기/고추

고추가 가루가될 때까지 긴장을...

 주말에 시부모님이 오시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이 주무실 방을 준비하기위해 방에서 말리던 고추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방에서 말리던 고추들은 괜찮은데, 다 말려놓은 고추봉투에서 쌀벌레같은 것들이 나오네요.

 

멘붕~~~~~~~~~~~~~~~~~~~~~~~~~~~~~~~~~~~~~~~~~~~~~~~~~~~~~~~~~~

얼마까지만해도 없었는데...이게 뭐냐...싶습니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뭐하고 머리는 멍...부모님께 가루로 내서 드릴려고 잘 놔둔건데...

내가 저걸 어떻게 만들어놨는데...싶은 생각이 또 다시 멍...

한참 고민하다가 춘미언니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저보다 2년 먼저 시골살이를 시작한 언니는 실패를 경험하면서 올해 고추를 잘 말리셨기에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습니다.

언니는 제 연락을 받고 집으로 찾아와 고추를 보시더니, 저만큼 안타까워 하시면서 햇볕과 바람에 한번 말리자고 하십니다. 벌레먹은 고추는 흔적을 남기는데, 많이 상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난 자기가 처음 고추하면서 버린 거 없다고 해서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어. 다 말린게 이렇게 되서 많이 아깝기는 하지만, 이러면서 배우는거잖아. 난 첫해에는 고추가루 내지도 못했어."

하면서 긴장한 저를 다독여주십니다.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를 보고 윗집언니도 방문해서 저의 한탄을 들어주시고 동조해주시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십니다. 나방은 추우면 안생기는데, 제가 고추말리는 방에 말려놓은 고추도 같이 둬서 이런것 같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좀 덜 마른고추들에서 벌레가 생긴 것 같다고...

 

 

제가 고추를 정리하는 동안 인태는 옆에있는 물건들을 두들이면서 나름의 연주를 합니다.

 

 

인태의 연주 도구는 막대기가 기본...마늘도 가능하네요. 단, 마을은 쉽게 부서지기 쉽고, 인태는 그 자리에서 까서 던져버리니 조심해야합니다.

인태가 두드리면서 노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아하는 건 동물들인 것 같습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고양이들을 보면 따라다니기 바쁩니다. 이녀석 좀 컸다고 위험한 곳까지 성큼성큼 가버려 저는 인태 따라다니기 바쁩니다. 

 

해 지기 전 고추를 다시 걷어야합니다. 요즘은 해가 빨리넘어가서 3시가 좀 넘어서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는데...인태 따라다니느랴 좀처럼 끝나지 않네요. 달래고 부탁했더니 인태가 마당으로 다시 돌아와줬습니다. 그러더니 고춧대를 다 빼기 시작하네요. 절...도와주는 거겠죠????

배시시 웃으며 "엄마~ 앉아!!!"하는 요녀석 어쩜 좋아요~

제 마음이 급한 걸 알기는 할까요???? 자기랑 같이 돌아다니자고 계속 하네요~ 그래서 계속계속 인태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도구들을 나눠주면서 겨우겨우 해가 넘어가기 전 일을 마쳤습니다.  

 

고추를 다 들여놓고 마지막으로 이불을 걷어야하네요. 인태가 또 어디로 가려고해서 청소를 부탁했습니다.

"와...이렇게 빗자루질 하니까 너무 재밌다. 인태도 해볼래???"

인태가 방실방실 아주 기뻐하며 제게 빗자루를 받아 마당청소를 하네요. ^^;;;;

 

 

아이고...오늘은 이렇게 하루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