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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고민] 유기농 매장 vs 동네시장

어제는 사두었던 음식물 쓰레게 봉투를 다 써버렸다. 새롭게 한 묶음을 사보니 한 묶음에 20장. 2L짜리 1묶음을 다 사용했으니 난 1년동은 40L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구입하면서 결혼생활을 시작할 때 나름 세웠던 원칙들이 생각났다. 
1. 유기농산물을 껍질채 먹기
2. 식사때마다 먹을만큼 해 먹고
3. 음식물쓰레기는 지렁이를 분양받아 퇴비로 만들어 화초키우기
즉, 가급적 집 밖으로 쓰레기를 발생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세가지 모두 잘 지키지 못했다. 특히 지렁이분양은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아예 시도도 못했다. 시도했던 1, 2번은 살림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고민지점이 생겼다.  

"왜 유기농 매장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안에만 있는거야?"

처음에는 유기농매장의 물건을 인터넷으로 구매하여 정해진 날에 배달받는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러나, 우리 둘이 먹기에는 한번에 구매해야하는 양이 너무 많아, 제때에 다 소비를 못하게 되고, 또 배달온 박스 안에 농산물은 일반 대형마트에서와 동일하게 물건마다 개별 비닐포장이 되어있어 폐기물이 많이 나왔다. 결국 배달해 먹는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매장에서 구입해 보기로 했다.

설날선물로 친정엄마에게 유기농매장에서 나오는 천연양념세트를 드렸더니, 너무 좋다고 특별한 날 주위분들에게 드리고 싶으시다며 내게 좀 사다달라고 부탁을 하셨다. 마침 그날 쉬고있던 B에게 우리집에서 가까운 유기농 매장에서 천연양념세트를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B는 엄청난 양의 양념세트를 자전거타고 가서 커다란 배낭에 가득담아 돌아왔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날 이후, B는 유기농매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나에게 조금씩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다.

"왜 유기농 매장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안에만 있는거야?" 무슨말인가 싶어 우리집에서 가까운 매장을 찾아보니 그곳은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안에 있었다. 매장 안 농산물들은 빵빵하게 차가운공기를 뿜어내는 냉장고에 작은 규모로 개별포장되어 있어 배달을 하나 매장을 가나 농산물을 구입하는 순간 수많은 비닐포장제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돌아오느길 왠지 모르게 시장근처 작은 주택에 살고있는 내가 버스를 타고 대규모 고층아파트들 사이에 있는 그 매장까지 찾아가서 야채를 사오는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러니 사회복지를 공부한 B가 "유기농매장은 부유층을 위한 것 아니냐, 모두를 위한다면 시장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지, 왜 꼭 아파트 단지안으로 들어가야 그 물건을 구할 수 있는거냐?"라고 말이 이해가 된다.

이거 마지막이여~그냥 다 갖고가!

늦은 퇴근 길. 벌써 8시니 유기농매장들은 이미 문을 닫았고 집에서 2분거리인 동네 재래시장에 들렸다. - 사실 이전에는 지하철과 연결되어있는 E마트에 갔었는데, SSM이야기도 그렇고, 미국산쇠고기 홍보판매하는 것도 맘에들지 않아 가급적 가지 않으려 한다. -  한 야채가게 아주머니가 마지막 '떨이' 물건을 팔고있었다. "당근주세요" "에구 어쪄 당근은 다 떨어졌는데...다른거 뭐 필요한건 없어?" "아...저 쌈채소...저건 어떻게 해요?" "아~저거? 저거 천원씩 팔던건데, 그냥 남은거 다 가져가." 하며 한뭉치의 쌈채소를 천원에 주신다. 그 옆에 고사리, 부로커리까지 샀는데, 가격은 4천 5백원. 장바구니를 가져갔으니 별다른 폐기물도 걱정도 할 필요없다. 내일 아침 김치찌개에 넣을 돼지고기는 그 옆 정육점에서 구입했다. 그곳은 "한우전문"정육점으로 내가 찌개에 넣을건지 불고기를 할건지 말만하면 적당한 것으로 알아서 주신다. 게다가 매번 통을 가져가는 나를 웃음으로 맞아주신다.
 
살림하는 주부, 동네주민이 된다는 건... 
유기농 매장에 대한 B의 이야기도 있고, 나도 그부분에 대해 불편하기도 해서 이젠 가급적 농협이나 동네시장을 이용한다. 사실 농협도 마트같은 느낌이어서 직거래장터가 열리는 날 아니면 거기도 쫌 그렇다. 재래시장에 가면 동네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농산물 하나 사면서 아주머니의 음식하는 노하우도 듣게되고 정감있어 좋은데, 그 농산물이 어디서 어떻게 자란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여전히 마음만은 농부로 살아가는 내가 땅을 살리고 여러 생명과 어울어져 농사짓는 생태농업농민을 지원하며 동네이웃들과 함께  도시 소비자로 살아가는 방법은 뭘까?

특정 과일같은 경우 그래도 저장해서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있기때문에 소신있는 농부와 관계맺어 직거래를 하는 방법도 좋다고는 보는데... 매일의 먹을거리(야채, 두부 등등)는 어떻게 해야할지...혹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계신분이 있다면...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