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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필리핀이야기

2004년 태풍 6개를 마주하고 농사를 지었었습니다.

아침일찍 마당에 텃밭을 가꾸는 주인아주머니를 보니 필리핀에서 녹두농사를 지었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농사가 뭔지도 모르고 필리핀으로 무작정 떠났던때가 있었습니다.
농사를 배우겠다고 38도를 웃도는 날씨에 하루종일 밭에서 허리가 뽀샤지도록 풀만뽑은적도 있었습니다. 토질을 좋게한다고 뿌렸던 쌀겨때문에 토마토가 타는것을 보고 농장에서 일하던 꾸야(필리핀말로 오빠?)와 지지대도 세웠었습니다.

그렇게 1년반을 조금씩 배워서 처음 키웠던 작물은 녹두였습니다. 유기농으로 작물을 키우면서 농업폐기물인 쌀겨, 버섯배지등등의 재료를 이용해서 비닐멀칭보다 토질도 좋게하고, 수확량도 늘리는 방법을 찾으려 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열대지역의 최고문제인 해충방제를 Neem이라는 나무의 특성을 이용해서 생물농약을 만들어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철없던 시절입니다. 밭에갈때도 마치 놀러가듯 예쁜모자로 빛을 가리고 화장도 곱게했습니다. ㅋㅋㅋ

종자센터에서 밭정리를 해줬습니다. 흙을 뒤집어서 햇볕에 3주정도 말렸습니다. 병균은 땅속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작물을 심기전에 땅준비가 매우 중요합니다.

4개반복, 6개 실험군을 두고 총 24개의 배드를 만들어 녹두를 심었습니다.

이렇게....5개의 다른 멀칭재료를 덮어두었습니다. 경제적인 비용을 환산하기 위해 각 재료를 덮는데 드는 시간도 적어두었습니다.

씨앗을 심고 3일정도 지났을때 싹이 터오르더군요.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화장은 무슨...모자도 잘 안벗어지는 것으로...선글라스는 필수였습니다. 햇볕때문에 눈이 많이 아팠습니다.

토질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주기별로 샘플을 떠서 분석했습니다.

하루에 밭에 3~4번은 갔었는데...토양온도측정을 하다보면 저렇게 해가지고 그 광장을 보며 아름답다...생각했다가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가로등이없어 해가 떨어지면 돌아가는길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요녀석은 익충이었습니다. 고마운녀석...

요녀석들도 제가 싫어했던 개미들...날 많이 울린녀석들입니다.


녹두를 선택한 것은 저의 지도교수가 멀리 캐나다로 간다하여 빨리자라는 작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기에 물을 싫어하는 녹두를 심어놓고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는지 모릅니다.

녹두가 자라는 동안 6개의 태풍이 지나갔습니다. 필리핀은 우기동안 알페벳 A부터 Z까지 이름을 지어줘도 모자를만큼 많은 태풍이 지나간다고 합니다. 한번 비가오기 시작하면 학교거리에 물이차오르기도 하고, 나무가 부르지기도 하니까요. 물을 싫어하는 녹두를 위해 비가오기 고랑을 깊이 파서 물길을 만들어 주고 비가오기 시작하면 행여 녹두들이 힘들어하지 않을지 밭으로 달려갔습니다.

기숙사에서 농장으로 가는 길입니다. 제가 다녔던 CLSU(Central Luzon State University)는 정말 넓었습니다. 예쁜집들도 있었고 제가 젤 힘들어했던 쪽문도 있었습니다. 쪽문을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것은 저의 도전과제이기도 했다는...ㅋㅋㅋㅋ



화학농약대신 생물농약을 만드는 법을 배워서 해충방제를 하는데...하필 제 밭 옆에서 농약을 뿌려댑니다. 그럼 그 밭에 있던 녀석들이 제 녹두에게 달려와서 마구마구 녹두를 먹어대는데...너무 화가나서 매일매일 날이밝으면 밭으로 달려가 마구마구 죽였었습니다.
손으로 얼마나 많은 벌레들을 잡아죽였는지 집에 돌아올때면 손끝이 까맣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유기농업은 나만한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것!!! 함께 해야하는것!!!

그때이후로 농사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느껴 농부가 되는것은 꿈!!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농부는 하늘을 알고 땅을알고 또 지나가는 바람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뿐만아니라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자연의 흐름을 따라야 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농부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제가 존경하는 농부가 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