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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녹색연합

킬링필드 - 도리섬의 단양쑥부쟁이를 생각하며...

인터넷에서 퍼왔어요

신문뉴스에서 퍼왔어요


내 속에 생명을 품은지 2달이 되어갑니다.
생명이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는 설렘도 크지만, 동시에 달라지는 모든 변화에 대해서 힘이들기도 합니다.
특히 위가 아픈것에 대해서는...

오늘도 아픈배를 감싸안고 출근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여강모니터링을 현장에서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긴급하게 정부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합니다. 힘든것도 있지만...뭇생명을 게다가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을 말로만 위하는 법에, 또 자신의 생명이 아니라 무시하고 건설하는데만 바쁜 사람들에게 따져묻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단양쑥부쟁이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배속에 있는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네가 살게되는 세상은 이보다 더 삭막할 수 있겠구나! 다양한 생명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을 너에게 알게해주고 싶은데..."
감상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은 폭력,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배속에 아이로 인해 현장에 함께하지 못함이 미안하기만합니다. 더욱이 사람들에 의해 자신이 살고있는 서식처를 잃어가며, 죽어가는 단양쑥부쟁이에게도 미안합니다. 저 파란집에 살고있는 분에게 묻고싶습니다. "당신에게 살리기라는 말은 무슨의미인가요? 당신이 말하는 친환경운 무엇인가요? 당신은 생명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참! 야생동식물보호법 제14조 1항에는 “누구든지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포획·채취·방사(放飼)·이식·가공·유통·보관·수출·수입·반출·반입·훼손 및 고사시켜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제68조에는 “제14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멸종위기야생동·식물Ⅱ급을 포획·채취·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처벌 조항이 있습니다.

지금은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내일신문에서 단양쑥부쟁이이야기를 적어놓았기에 가져왔습니다. 더이상 단양쑥부쟁이가 삶의 터전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저를 힘들게 하지 마세요” 단양쑥부쟁이 이야기
2010-04-15 오후 12:24:57 게재

저는 ‘단양쑥부쟁이’입니다. 전지구상 한국에서만 자라는 우리나라 고유종이고 환경부에서는 저를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했습니다. 국화식물로 1937년 충주 수안보에서 처음 발견됐죠.
저는 두해살이 풀입니다. 첫해 봄에 조그만 씨앗에서 싹이 트고, 가을까지 열심히 커서 5~6cm까지 키가 자랍니다. 이듬해 봄부터는 왕성하게 자라서 높이 60~80cm가 되고 8~9월에 지름 4cm의 보라색 꽃을 피우고 죽습니다.
하천변 자갈밭에 자라는 저는 여름철 큰물에도 살아남아야 하고 작은 몸으로 잎을 단 채 한겨울의 추위도 이겨내야 합니다. 저는 이런 거친 환경에서 잘 견디지만 다른 식물과의 경쟁에서는 약합니다. 그래서 남들이 싫어하는 거친 자갈밭을 삶터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환경의 변화’입니다. 1985년 남한강 중류에 충주댐이 완공된 뒤 저는 원래 자생지였던 충주댐 상류지역에서 더 이상 살지 못합니다. 대신 충주댐 하류, 여주군 일대 남한강변 자갈밭에서 힘들게 살아남았습니다.
댐은 여러 가지로 저를 힘들게 합니다. 댐 상류의 삶터는 물에 잠기고, 댐 하류에서도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납니다. 댐 아래에서는 홍수가 줄어들고, 흙의 이동도 바뀝니다. 홍수 때 상류에서 떠내려오던 씨앗 공급도 사라지고 제가 싫어하는 다른 식물들이 침입해서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합니다.
저를 또 힘들게 하는 것은 ‘제방’입니다. 제방은 강둑 안과 밖을 나누고 제 삶터를 축소시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제방 안에 인공적인 둔치(고수부지)를 만들어 제 삶터를 또 빼앗아갑니다. 인공적인 둔치는 강물과 땅의 부드러운 이어짐을 사라지게 하고 강물과 육지라는 이분법으로 땅과 물을 나눕니다. 이런 곳에 제가 살 자리는 없습니다.
골재채취’ 또한 저를 삶터에서 몰아냅니다. 제가 사는 강변 자갈밭에는 좋은 자연골재가 많기 때문에 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마구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사업이 제 삶터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는 이제 여러분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저와 제 친구들, 제 후손들이 지구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인간들의 삶의 방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무조건 제방을 쌓고 댐을 막아 홍수를 방지할 게 아니라, 홍수와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공제방이나 인공둔치가 아니라 강에 자연스러운 자갈밭이나 모래톱 등의 빈터를 돌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강변 모래밭이나 자갈밭은 지금의 체육공원보다 훨씬 더 좋은 쉼터와 놀이터를 사람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요즘 4대강 공사를 하면서 저를 ‘대체서식지’로 옮기는 작업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향을 떠나 보호지에 가면 제가 더 잘 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제 삶터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집단간 씨앗 교류가 줄어들면 유전적 다양성도 감소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호소합니다. 당신이 바라는 강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4대강 홍보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온통 푸르게 ‘녹화’(greening)된 강입니까? 아닙니다. 댐 등 인위적인 간섭이 없는 자연스러운 하천은 반짝이는 금모래로 하얗게 ‘백화’(whiten ing)된 강입니다. 제발 인간 중심이 아니라 저를 포함한 생물을 중심으로 한국의 강을 다시 보아주세요.(도움말 조강현 인하대학교 교수)
정리 남준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