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이상하다. 어제만 해도 꽃샘추위로 겨울코트를 꺼내 입고 출근했는데 오늘은 낮 평균온도가 20도라고 한다. 행여 추우면 어떻게 하나 해서 두텁게 입고 나왔는데 오늘은 정말이지 덥다. 심지어 반팔을 입은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 정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나 보다. 실제 1만 년 동안 거의 변한 적 없던 지구의 온도가 지난 100년 동안 0.74도나 상승했다. 이 변화는 우리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비오는 날이 줄어 가뭄에 시달리면서도 한 번 비가 오기 시작하면 폭우가 쏟아진다.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태풍피해,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위기에 처한 투발루와 몰디브 같은 나라도 있다.
얼마 전 기후변화대응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선배(이유진)의글을 읽었다. “북극곰의 발밑에서 얼음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헤엄칠 기력이 없는데, 내딛는 얼음 덩어리마다 산산조각 부서지고 만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수영을 멈춘 곰은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같은 시간 나는 난방이 잘 된 방안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다. 지구가 말을 한다. 나의 일상생활이 북극곰을 죽였다고, 북극곰을 죽인 도구는 지금 당신이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2)라고….” 머리가 멍해졌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이상한 기후의 원인이 바로 나로 인한 것이었다니.
이산화탄소는 6가지 온실가스 중 하나이지만, 지구온난화에 가장 영향을 주는 기체로 석유,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인간의 활동에서 많이 발생한다. 증가하는 이산화탄소는 다른 기체들과 함께 대기중에 쌓여, 지구에 들어온 태양에너지가 우주로 방출되는 걸 억제한다. 게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들 즉 원시림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어 지구온난화는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열대림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화석연료는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서부터 생활용기인 플라스틱에까지 넓게 분포되어있다.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이산화탄소 발생을 쉽게 줄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교통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개인차량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면 이산화탄소 절감을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전기사용 안 하기, 종이 등 숲을 재료로 하는 물건 사용 줄이기, 제조와 폐기가 많은 일회용품도 멀리하면 좋다.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속한 직장이나 교회에서 함께 하고자 한다면 어떻게 모두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세부적인 고민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 각 지자체들도 노력을 하고 있고,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한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같다.
다만 행함 없는 말 또는 알맹이 없는 포장에 너무 집중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지난 몇 년 간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 파란 하늘과 함께 살았었다. 서울에 다시 돌아와 매연 가득한 뿌연 하늘에 답답했던 터라 자전거활성화 이야기가 나오면서부터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구에서 지역주민들에게 배포한 안내책에 ‘쪹쪹구 자전거도로 OOkm’라는 정보가 적혀있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지역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책자에 나온 자전거도로의 총 거리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도로가 아닌 파편화된 자전거도로 전체를 말하고 있었다. ‘연속적’이지 않은 자전거도로는 실제 이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여전히 자전거를 운송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고약한 차량운전자들은 차도로 진입한 자전거를 보는 순간 ‘빵∼’하는 경적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추월해버려 순간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한다.
자전거도로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하자면, 자전거도로가 주차장처럼 이용되는 사례도 많다. 얼마 전, 나와 함께 일하는 선배는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자전거도로로 속도를 내어 달리다가 주차된 차와 부딪혀, 일주일 병원입원 후 아직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에 차량이 주차되어 사고가 날 경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도로는 자전거이용활성화법에 의거하여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 그것을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한다. 특히 위의 사례와 같이 자동차가 자전거전용도로에 서있을 경우 어떤 벌칙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내용들이 정비되어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실제 자전거를 이미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전거전용도로 확장 등과 같은 시설확충에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도로가 좁아지는 것에 대해 차량이용자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자전거를 타고 퀵서비스를 하는 ‘자전거 메신저’를 하는 분을 며칠 전에 만났는데, 그분은 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나서 자전거가 차량과 동등하게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인, 즉 자전거를 차량과 동일한 이동수단으로 보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아직 도로가 익숙지 않아 겁나는 사람들은 ‘발발이’동호회에서 진행하는 자전거축제(매달 셋째주 광화문에 모여 함께 도로를 달림)에 참석해보면 좀더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는 조언도 해주었다.
우선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용하기 위해서 자전거전용도로, 표지판, 자전거보관소 등 시설이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시설이 제대로 없어 안전을 이유로 ‘자전거 금지령’이 내려졌던 초등학교도 있었다. 다만,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5학년 학생들은 이런 학교방침에 대해 모의재판을 열고 ‘서울시가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도로나 교통표지판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은 사례를 동영상, 사진, 파워포인트 등으로 제작해 서울시에 문제제기하여 서울시가 시정하게 되기도 했다.
좀더 빠르게, 좀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 인간은 참 많이도 노력해왔다. 덕분에 편리한 생활을 누리게는 되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지구를 병들게 했다. 그런데 병든 지구가 우리에게 힘들고 아프다고 여러 가지 자연재해들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이제 우리가 조금 천천히 움직일 때가 되었다. 자동차 타고 빠르게 달리는 대신 바람을 느끼고 꽃향기를 맡으며 자전거를 타면 어떨까? 그럼 비록 편리함과는 좀 멀어지겠지만, 대신 건강한 몸과 건강한 자연을 다시 만날 수는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