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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석&희정/일상

사랑하는 님과 함께라면 단칸셋방살이도 ~~~

'뭐 좋은일 있어? 일이 재미있나봐? 싱글벙글 하네?"

"토끼같은 아내랑 다람쥐같은 아들이 있는 집에 오는데 당연히 줗지~"

장수에 내려온 후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오는 봉석 얼굴은 늘 미소가 가득합니다.
그럼 저는 이시간을 기다렸다는 듯 조잘조잘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 합니다.

인태가 아침에 똥얼 겁나 많이 싸고~~~블라블라블라....
맛있는 빵집을 발견했어. 한번 먹어봐~~~블라블라블라...
오늘 우체국에 갔었는데...봉투가 없다고 해서 옆에 문방구에 갔었는데...카드봉투는 안판데~~~블라블라블라...

저녁상을 차리고 먹을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꽁알꽁알 이야기하는 인태랑 같이 웃고 놀고
기분좋으면 동네 산책나가고
외장하드에 모아놓은 에니메니션을 보기도 하고...

신혼집을 구할때만해도 저는 요구사항이 많았습니다.방은 2개 이상이어야 한다. 지하방은 안된다. 햇볕이 잘 들어와야 한다. 등등등~~~결혼한 지 2년이 지난 지금 장수에서 집을 찾을 때는 아기랑 같이있기 편한 곳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지금 집을 구하기 전 진희언니를 비롯해서 참 많은 분들의 도움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집은 바로 매매를 해야하거나, 봉석씨 직장과 멀거나, 병원이 없거나 혹은 집수리를 많이 해야하거나 등등...

봉석씨는 곧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맘에드는 집은 구해지지 않아 잠시 월세방이라도 구해 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왠일입니까??/ 원룸 월세가 25만원에서 30만원!!!!!!!
심지어 그런 방도 거의 없습니다.
서울처럼 부동산에서 알아서 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빈방있음"이라고 써있는 곳에 들어가 알아봐야했습니다.
우리 눈에는 왜 "빈방"이라는 글자가 안보였던 것일까요?
결국 지인들이 수소문해서 장계면에 월 16만원짜리 단칸방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살고있는 집 풍경입니다. 보이는 한옥집은 우리 주인집입니다.


사진을 찍다보니...담밑에 예쁜 민들레꽃도 피었네요


방하나 작은 부엌과 화장실.
정말 겨우겨우 얻은 방이었습니다.
주인어르신께 몇번이고 방을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습니다.

우리와 같은 건물의 월세방은 총 5집입니다. 그 중 우리집은 일명 '빨래널린집!!'입니다. 매일 오전에 빨래를 해서 널기때문입니다.


어렵게 얻은 집이라서 더 귀하고 감사한 것일까요? 방이 하나뿐이니 청소하기가 쉽습니다.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할 때도 화장실에서 빨래를 할때도 인태가 뭐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행여 신랑과 말다툼을 해도 어디 도망갈 곳도 없으니 자존심같은거 내세우지 않고 애교떨며 금방 화해합니다. 작은 공간이 좋구나 싶은게...나중에라도 집은 너무 크게 짓지 말아야겠습니다. 하하하하하하

이곳에 이사와서 살면서 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얼마나 큰집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갖고 사느냐가 아닌 어떤 마음으로 누구와 사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신랑과 또 사랑스런 아들
이 두 남자와 함께 사는 단칸셋방은 우리들의 행복한 보금자리입니다. 하하하하하하

장수로 내려오기 전날 벚꽃이 너무 보고싶어 들렸던 어린이대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