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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살이/태국이야기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것인가? 시사켓 프라이븡 한 고등학교에서...

태국에서는 "농업교육"이 정규과목 중 하나라고 합니다. 

태국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농업을 배우는 것이죠. 

저를 태국으로 인도해 준 또이오빠는 농업교육학과 교수입니다. 오빠는 수완나품 공항 가까이에 있는 KMITL대학에서 20년 이상 농업교육선생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학교는 4년간 수업을 듣고 1년동안 실습을 해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중간중간 클럽활동으로 지역에 있는 학교로 봉사활동을 가기도 합니다. 

봉사활동을 갈 때에는 봉사활동하기 약 3개월 전 먼저 지역학교와 긴밀한 회의를 갖고, 

지역학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결정한 뒤

학생들이 직접 필요한 예산을 모금해서 약 1주일 정도 지역학교 학생, 주민들과 함께 지역에 필요한 일들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사켓 프라이븡 지역에 있는 국립고등학교는 중고등과정을 합친 6년과정 고등학교입니다.

학생 수가 약 2000명이 된다고 합니다. 

이 학교를 방문하게 된 이유는 또이오빠의 박사과정 학생이 이곳 농업교육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태국에서 임용은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이 성적순으로 지망하는 지역에 배치를 받는다고 합니다. 성적이 나쁘면 원치않는 지역에 배치를 받게되는 것이죠. 그러나 4년이 지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에게 우선순위를 준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도 그렇게 4년간 다른지역에서 일하시고, 고향을 위해 일하고 싶어 돌아오신 선생님 입니다. 선생님은 부부가 이 곳 고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이 학교에서 17년간 일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그 지역 어디를 가도 선생님의 제자들이 있네요.  


학생들에게 좀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 안에 농업교육센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센터가 학생들에게는 농업교육을 배우는 교실인 셈입니다. 학교에서 부지는 내주었지만, 그 동안 예산은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선생님부부가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을 했고, KMITL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첫해는 연못을 만들고, 두번째 해는 강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2년동안 지원을 받은 뒤 이제는 필요한 것은 선생님이 학교 학생들과 만드십니다. 그리고 인근 대학 농업교육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실습을 나와 함께 배우고요. 


센터 입구입니다.



대학생들이 센터 부지 내에 연못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흙집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2016년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지역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이 없어도 집을 지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위해 만드셨다고 합니다. 센터 안에 있는 흙과 주변 재료들을 활용해서 지었다고 합니다. 집을 짓는데 필요한 흙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연못 하나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 그래서 센터에 연못이 원래 1개가 있었는데, 현재는 2개가 되었습니다.

왜 바닥에 시멘트를 사용하셨어요? 라고 물었습니다. 이곳은 오고싶은 친구들만 오는 것이 아니라 정규수업과정이라 우기때 여기서 수업을 받고 다시 교실로 돌아가면 신발이 더러워져 여기저기 민원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오고싶어하지 않는 학생들도 생긴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틀밭이고, 누구든 와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하셨다고 합니다. 이번에 갔더니 좁은공간을 활용하는 standing 밭이 생겼네요. 


선생님은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친숙하고 재밌고 좋은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십니다. 수업이 끝나면 이곳에 와서 놀다가 갈 수 있도록. 그래서 쉼터도 만들고, 아이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장치를 해 두셨다고 합니다. 그러한 모습들이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센터 주변에 흉물처럼 버려져 있던 건물 한 쪽에 예쁘게 벽화가 생겼습니다. 몇 달 전부터 미술하는 선생님이 작업을 하셨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그 곳을 아이들이 밴드 활동하는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합니다.. 

저도 이곳에서 삽목번식을 배웠습니다.  또이오빠는 삽목번식을 초등학교때 배웠는데, 이제는 이 것을 학교에서 잘 안가르친다고 합니다. 태국도 산업화의 진행과 함께 점점 농업교육이 현장보다는 책으로 배우는게 많아졌다고 합니다. 


1년에 한번씩 선생님은 큰 행사를 만든다고 하십니다. 고등과정 아이들이 중등과정 아이들에게 배운것을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모든 준비도 고등과정 아이들이 직접합니다.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이번 행사에는 참관하러 온 대학생들과 실습나온 대학생까지 중등과정부터 대학과정까지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함께 놀면서 배우는 시간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한 고등과정 아이들이 선정한 주제도, "놀면서 배우고, 놀면서 직업도 생긴다."라네요



다른 한 쪽에서는 수업마치고 밭에 와서 작물관리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공심채를 키웠는데 수확시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수확해서 정리하는 것을 선생님께 배웁니다. 학생들에게 수확한 건 어떻게 하냐? 물었더니 팔거나, 집에 가져가거나 한답니다. 어떻게 파냐? 물었더니 10밧, 20밧 이렇게 양을 보여줍니다. 20밧어치 달라했더니 뒷쪽 바나나 나무에 가서 입을 가져와 이렇게 포장해 줍니다. 녀석들...참 예쁩니다. 


행사당일...아이들은 더 바쁩니다. 행사준비를 하면서도 돼지에게 줄 먹이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 또한 교육이지요.

그동안 배우고 느낀 것을 적어놓기도 하고


아이들이 벗어놓은 신발들이 한 폭의 풍경화 같습니다. 


대학생 형들은 아이들에게 대나무살로 만든 낚싯대로 낚시를 한다고 합니다. 

물고기만 잡는 낚싯대(대가 좀더 깁니다), 물고기와 개구리 잡는 낚싯대 두가지가 있다고 하네요~



행사를 참관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나는 저 나이때 무엇을 배웠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입시준비로 체육시간 체육하는 것도 아까워 자습을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국영수를 잘 해야지, 다른과목을 잘 하는 것은 아무 소용없다고 적어놓았던 6학년때 일기도 떠올랐습니다.

허나 정작 필리핀 유학시절 밥할 줄 몰라 배고파했던 시간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봅니다. 

내가 먹고, 마시고 입고 쉬는 모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모든 생명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