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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농인태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던 3일.


비는 지루하게 쏟아져 마치 여름장마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어느 새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붑니다.

그래서인지...오전에는 잘 놀던 인태가 갑자기 미열이 생기더니 고열이 나기 시작합니다.
혹시 이것도 성장할 때 나는 열인가 싶어 귀와 꼬리뼈를 만져보았습니다.
따뜻한 것이 이번에는 정말 감기인가봅니다.

점심부터 그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인태는 간간히 앉아서 놀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힘들어 칭얼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먹던 아기가 이번에는 모유 이외에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더군요.
특히 밤이 되니 제 품에서 떠나지를 않으려 합니다.
혹시 중의염이 다시 생긴건 아닐까 염려하며 밤새 물수건으로 닦아주는데...열은 떨어지지 않고 제 체력은 바닥이 나더군요.

그래서 결국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해열제를 먹이면 바로 열은 떨어지지만 아기의 면역인자의 활동을 억제해 병을 이겨내려는 데 오히려 방해를 한다고 합니다(자연주의 육아백과 302p) 그래서 힘들어도 최대한 열을 떨어뜨리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 보려 했는데...ㅠ.ㅠ
해열제를 먹고 한시간 열은 37.2도로 떨어지더군요.
그런데 갑자기 인태가 몸을 떨면서 오한이 오는 듯 싶더니 "앙~~~"하고 울더군요.
게다가 몸부림 치면서 소리를 지르고...순간 너무 무섭고 당황했습니다.
인태를 안고 울고싶기만 했는데...그랬다가는 정말 큰일이 날 것 같더군요.
순간 예전에 한의원에서 열이날때 아기가 놀라지 말라고 주는 것이라며 받아왔던 환이 생각나 그것을 제 입으로 잘근잘근 씹어 몇번에 걸쳐 인태 혓바닥에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인태를 꼭 끌어안고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제 품에서 잠이 들더군요.

병원에 데려갔더니 다행이도 중의염은 아니고 인후염이라고 합니다.
다시 근처에 있는 송한의원에 가서 한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주치의 유경이와도 전화로 인태의 상황을 알려주었습니다.

두분의 한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제가 놓쳤던 것들을 발견했습니다.

아기가 열이 날때는 의외로 손발이 차가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탕과 족탕을 하면서 땀을 나게 해 주라고 합니다.
물수건으로 닦아줄 대도 조금 따듯한 물로 닦아서 땀을 나게 하고, 아기의 피부가 오돌도돌 올라와 추운기운보이면 그때는 오한이 오는 것이므로 따뜻하게 감싸안고 땀을 나게 해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돌아온 인태는 많이 지쳤는지 오전내내 저의 젖을 먹다가 잠들다를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오후가 되면서 다시 열이 38도를 넘기 시작하더군요.
유경이에게 다시 전화해서 미리 보내준 비상약으로 처방을 받았습니다. 탕약으로 된 해열제에 염증에 사용하는 가루약을 섞어 먹이라고 하더군요. 한번에 3스푼은 먹이라고 했는데...아픈녀석이 약을 거부할때는 힘이 엄청 쎄지네요.
마침 퇴근한 신랑의 도움으로 인태를 울려가며 겨우 약을 먹였는데...인태가 그동안 먹었던 모유까지 저에게 다 토해버리고 울더군요. 그리고 땀을 쑥~내면서 열이 뚝~떨어지네요. 젖을 먹고 계속 그~윽~ 트림하더니만...속이 많이 안좋았었나봅니다.

밤에 유경이가 다시 전화해서 인태의 상황을 확인합니다.
토하고 나서 열이 37도로 내렸다고 하니, 아마 오늘 밤도 그정도로 열은 계속 될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의에서는 토하게해서 열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고...인태는 우연이였지만 전화위복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구토한  후 추~욱 쳐져 제게 안겨있는 인태를 따뜻한 물로 닦아서 옷을 갈아입히고 족욕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이불로 덮어 땀을 푸~욱 내게 하고... 약을 입에 조금 머금을 수 있게만 여러차례 넣어주고...다시 손, 발을 따뜻한 물에 담가주고...
한 숨 자고 일어난 인태가 제가 마시던 물을 조금 마시기 시작하네요. 열도 36.6도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기까지 땀을  몇번 일어나고 자고를 반복하다가...8시쯤되서 일어나 예전처럼 여기저기 기어다니다가 2틀치의 똥을 대박많이 쌌습니다. 그리고...짝짝궁, 도리도리는 물론 손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연설도 하고...찐 감자 반개도 먹고 물도 조금은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다시 잠든 인태는 제 옆에서 땀을 뻘뻘흘리면서 자고 일어나 쌩끗 웃습니다.

휴...
참 길었던 3일이었습니다.

인태가 아프기 전에 찍은 사진인데...벌써 저 나시가 추워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