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봉석&희정/일상

밥 한끼 같이 먹고싶어서. 그래서 더 좋은 가족

결혼 전에는 매 달 한 번 이상 가족모임을 했었다.

같이 영화보고 새롭게 찾아 낸 맛있는 식당가서 밥먹고...

어떤 날은 영화 예약시간 맞추느랴 대패삼겹살을 한 시간도 안돼서 먹기도 하고...

캘리포니아롤이 처음 유행할 때 그거 먹으러 갔다가 '뭔 김밥을 만원이냐 하냐?' 하며 부모님께 꾸지람을 듣기도 했었다.

 

액션영화볼 때는 엄마가 힘들어 하고

드라마장르를 볼 때는 아빠가 꾸벅꾸벅

그러다 가족 모두 웃고 울고 나왔던 영화는 "파송송~~~계란탁~~~~"

 

막내 진희가 먼저 결혼하고

그 다음 나랑 오빠가 결혼 한 후

결혼 전 만큼 가족이 모두 모여 같이 영화보고 밥먹는 건 어려워졌다.

특히 우리 가족이 장수로 이사온 뒤에는 더욱 더.

 

2월 설날 그리고 부모님 생신 이후로 다 같이 모여 밥을 먹지는 못했으니 어버이날 가족식사를 하자는 새언니의 메시지가 참 반가웠다. 최대한 시간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래저래 서로의 상황들이 있어 날짜를 번복하다가 동생이 부업 마감때문에 결정한 날 시간내기 어렵다고 한다. 날짜를 변경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남은 시간동안 새언니가 먼저 동생부업을 같이 하기로 했다. 나는 일요일 시댁행사에 참여했다가 상황에 따라 돕기로 하고. 그러나 도구가 많지 않아 더 빨리 도울 수도 없는 처지. 결국 월요일 동생이 아르바이트 하는 동안 부모님 집에서 저녁 가족식사시간 전까지 할 수 있는 만큼 하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부모님 집에 들어가서 동생이 보여 준 부업-발찌- 부속품을 찾았다. 

그리고 눈썰미 좋은 봉석씨가 샘플보고 하나씩 조립하기 시작.

난 가까운게 잘 보이지 않아 인태보면서 쉬운 것들 하나하나 정리하며 돕기 시작.

점심시간에 잠시 엄마가 오셔서 돕다가 가시고,

아르바이트 끝나고 돌아 온 진희가 결합하고,

집에서 작업하신 부업 부속품을 들고 온 새언니가 결합.

마지막으로 아빠까지.

 

같이 부속품을 조립하면서 부업하는 동생상황을 생각해 보고

이렇게 일을 밀려버린 사연을 들으면서 우리집안 제일 막내가 애 셋을 키우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가슴이 져미기도 했다.

 

공부 안한다고 잔소리,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잔소리

동생에게 잔소리 잔소리 하던 내가

결혼하고, 아이낳고 살림하고 농사지으며 손에 물이 마를시간 없이 힘겹게 살다보니

이제야 어린 동생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

아니 나이만 어렸지 사회생활도 결혼생활도 먼저 하면서 용돈 챙겨주고 인태에게 필요한 것들 챙겨줬던 어른 동생이...

 

엄마가 퇴근하시고,

누군가를 도우러 나가셨던 아빠가 돌아오시고,

퇴근한 오빠랑 같이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아이들 챙겨 먼저 식당에 도착 한 제부와 결합하면서

오랫만에 우리집 친정식구들이 모두 모였다.

 

많은 이야기는 나누지 못한 식사시간이었고

또 멀리 장수까지 가야하는 우리들때문에 식사이후에 바로 헤어져야 했지만

모두가 모여 함께 밥 한끼 나눌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집으로 가는 길,

우리랑 같은 방향에 있는 부모님을 집에 모셔다 드리는데

엄마가 말문을 여셨다.

"XX는 아주 잘먹더라. 아주 잘 먹는거 보니 정말 좋더라. 난 느끼해서 김치국물에 겨우 먹었는데 고녀석들 잘 먹는거 보니 거기 또가야겠어." 하니 아빠는 "YY는 영 못먹던데...." 하신다.

부모님 눈에는 누가 밥 잘먹나, 못먹나 그런게 제일 잘 보이나보다. 부모님때문에 모여 밥 먹는데도 당신에게 어땠는지 보다 자식들에게 어땠는지가 더 중요한가 보다. 부모님과 헤어져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가슴이 먹먹~한게 오늘따라 우리집이 너무도 멀게 느껴졌다.

 

벌써 다 같이 모여 밥 한끼 나누는 날이 기다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