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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한걸음! 폴 호컨은 ‘한 세대 안에 기후위기 끝내기’라는 책에서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마나키팅아(manaakitranga)’라는 관습을 소개한다. 이는 크고 작든 모든 사람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만나서 특별한 의미가 있고 소중하게 여기며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폴 호건은 이 관습을 언급함으로써 유대감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했다. 그에 주장에 의하면 유대감은 보편적으로 필수적이며 기후위기를 종식할 수 있는 필수적인 특성이다. 지난 4월 연세-가나안 여름학기 수업에서 만났던 스리랑카출신 학생이 메시지를 보냈다. 스리랑카는 현재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지나갔는데, 경제적 어려움에 있다고 한다. 농업 분야에서 모든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수확량이 30% 감소했지만 견뎠다고 했다. 스리랑카는 20..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이웃일까? 지난해 가을에 있었던 일이다. 간밤에 고라니가 배추밭을 다녀갔다. 고라니 망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닌데 지난 보름간 자리를 잘 잡고 있던 배추 모종이 모두 사라졌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밭 주변을 살피는데, 무수히 많은 고라니 발자국이 눈에 띈다. 그 발자국 사이로 열려있는 망이 보인다. 흙으로 잘 묻었어야 했는데, 내 잘못이다. 고라니는 아래쪽으로 열려있는 곳을 찾아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내가 일처리를 꼼꼼하게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사라진 배추를 보자마자 고라니만 탓하고 원망했다. 내가 부끄러웠다. 이번 가을 농사를 준비하면서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 다짐은 지난 몇 해 동안 가을 농사를 망쳤기에 세운 것이다. 농사를 망치고 여러 핑계와 변명 ..
자립적인 삶을 살자 오랜만에 서울에 사는 동생과 만나 분식집에 갔다. 떡볶이, 튀김, 순대, 꼬마김밥까지 다양한 음식을 보자 신이 나서 종류별로 주문하고 사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사장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기름값이 많이 올라 걱정이란다. 누구나 부담없이 허기를 채울 수 있는 분식인데,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고 급격하게 상승하는 원자재비를 무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답답해하는 사장님과 헤어지고 나서 관련 뉴스를 찾아봤다. 5월 13일 YTN은 식용유 가격이 작년보다 2배 올랐다는 소식과 함께 창고형 대형마트가 식용유 구매를 1인 2개로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해바라기씨유와 카놀라유 수출국인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이라 식용유의 원료 생산, 수출을 할 수가 없어졌고, 과자나 라면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
밀가루 없는 식탁이 상상되는가? 나는 피자, 빵, 파스타, 각종 전 등 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좋아한다. 한약 먹을 때마다 밀가루 음식을 피하기가 참 힘들었다. 고작 한 달가량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평소에도 밀가루 음식을 계속 먹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요즘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밀가루 가격이 폭등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최대 밀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두 나라의 전쟁으로 주변국이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웃 나라의 산불, 가뭄, 폭염, 전쟁은 그들만의 아픔이 아니다. 이들에게 의지해서 먹을거리를 공급받는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더 큰 아픔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2010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대규모 반정부시위의 배경에는 2007~2008년의 세계 식량가격 폭등이 있었다. 한국의 ..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내가 사는 곳에는 비단처럼 아름답다는 금강(錦江)이 시작되는 샘이 있다. 지난달 우연한 계기로 금강 상류에 사는 새들을 볼 기회가 생겼다. 오색딱따구리를 시작으로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논병아리, 왜가리, 중대백로까지 참 다양한 새들을 인근 숲과 금강 상류에서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물을 뜰 수 있는 곳으로 내려가 수질검사도 했다. 수질검사를 하는 동안 그 인근 돌 위에 누군가 남겨놓은 흔적을 보았다. 수달의 똥이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모래 위에는 수달의 발자국이 보였다. 수달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흔적을 살피며 우리는 모두 신이 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주변의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해서 먹고 죽은 앨버트로스 생각에 그곳에 있는 쓰레기를 빨리 줍고 싶었다. 쓰레기를..
이동이 자유로워 좋지만 생태환경잡지 의 ‘지구를 살리는 지도’ 특별호 중 “교통”편을 보면, 근대가 시작될 무렵까지 독일에서 대다수 사람들은 이동하는 인간을 불쌍한 존재로 여겼다고 한다. 이 글귀를 읽고 이럴 때도 있었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특권이나 축복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컴퓨터 하나 들고 공간의 제약 없이 일하는 사람들(디지털 노마드)을 위한 마을이 조성되기도 하니 말이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이동수단 이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한국 정부도 작년에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 중간 목표로 설정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살펴보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수..
앞으로 우리 집 냉난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를 채택한 이래 2050년까지 탄소 중립사회로 가기 위한 각국의 변화가 눈에 보이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설립된 탄소 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시기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웠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대부분이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되는데 그 양이 전체의 87.2%가 된다. 에너지원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그 수요조절도 필요하고, 에너지원의 전환도 중요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원은 석유 > 전력 > 석탄 > 천연가스 순으로 집계된다. 이 중 석유, 석탄, 천연가스는 사용이 제한되며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전력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회..
탄소 중립실천 우리부터 시작하자! 2년 전 겨울 어느 날 새벽 ‘이렇게 죽는구나!’라는 느낌으로 눈을 뜬 적이 있다. 죽음이 눈앞에 왔다고 생각하니 내 옆에 누워 자는 남편과 아들이 떠올랐다. 내가 떠나면 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지 궁금해졌는데 딱히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았다. 내게 하루가 더 주어진다면 이 둘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루만 건강하게 살게 해 달라고 간절히 바랐다. 다행히 난 아직 살아있고, 지난 2년 동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우선순위에 놓고 최선을 다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장애물을 건너야 했다.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약을 먹고,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병행하면서 나는 꼼짝하기 싫어하는 나의 본모습을 발견했다. 밭에서 일하는 노동이 운동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